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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엔 테라스가 필요해.

by 초록해

아침 시간

강이 하늘이 되는 기적


오전 7시, 자동적으로 눈이 떠지는 시간. 휴일이면 더 잘 수 있음에도 습관적으로 7시에 눈이 떠진다. 그래서일까. 자연스럽게 숙소 테라스로 이끌린 듯 차 한잔을 가지고 나갔다. 언제부터인지 어떤 곳에 여행을 가서 숙소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을 물어본다면 모든 날의 아침시간이 거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그만큼 우리 부부에게 있어 여행 중 아침시간은 소중하다.


오늘의 테라스는 남한강이 보이는 곳이다. 안개로 인해 남한강이 보이지 않고 안개가 남한강을 먹어버린 형상이지만 강이 하늘이 되는 기적의 순간을 함께하고 있는 중이다.


여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하나의 음악 선율이 된다. 바람에 흩날리는 단풍은 이제 우리와 이별을 할 준비를 한다. 10월의 한파로 인해 내 입김이 하나의 부드러운 곡선의 연기를 만들어 냈고, 그 곡선은 텀블러 속 차가 뿜어내는 곡선과 동일한 형상을 지닌다.


안갯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남한강의 일렁거리는 물결이 꼭 우리 집 침대의 편안함같이 느껴진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아무런 말도 없이 멍하니 그 침대를 바라보며 또다시 마음의 안정을 느낀다. 이 황금 같은 아침 시간이 조금 흘러가고 나면 안개가 강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지 않을까.





숙소엔

테라스가

필요해!


"자기야. 숙소 예약했어?"

"응 지금 하려고 하는데, 왜?"

"되도록이면 테라스 있는 곳이 좋을 것 같아!"


그렇게 우리 부부가 숙소를 선택함에 있어 테라스의 유무는 너무 중요한 요소가 되어버렸다. 우리가 평소에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을 이 시간을 통해서 되돌아보기 때문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시간 속에 우리는 그동안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의도와 달리 상대방에게 상처 줬던 말들, 내가 나에게 솔직하지 못해 스스로에게 상처 줬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바로 고쳐지지 않겠지만, 그 순간들을 잠시라도 다시 떠올려 볼 수 있음에 감사한 시간이다.


그런 생각들을 혼자 하다, 금세 내 반려자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낸다. 내 반려자와 함께 그 감정들을 나누다 보니 금세 시간이 지나갔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안개가 조금씩 강에게 양보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남한강을 사이에 끼고 반대쪽 육지가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때론 앞이 보이지 않을 것처럼 답답한 순간, 순간들도 언제가 시간이 지나고 나면 괜찮아짐을 느낀다.

그런 일들이 많을 때마다 오늘의 남한강이 생각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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