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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뭉친 긴장감 한 다발

by 초록해

새로운 일은 언제나 두렵다. 나이가 들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가끔 새로운 일을 아무렇지 않게 시도하는 어린 아가들을 볼 때, 나도 마음가짐은 저 아가이고 싶을 때가 많다. 나도 여러 가지 상황들을 재지 않고, 손 부터 먼저 갈 때가 있지 않았을까. 언제부터인가 너무 많은 상황을 가정하고 예측한다. 혹자는 그런 과정 속에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하지만, 때론 그 리스크를 너무 의식하다 보니 될 것도 안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깨에 뭉친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아.


평소 나는 꿈을 잘 꾸지 않는다. 그냥 베개에 머리를 대면 3초 컷이니까. 그런 내가 요즘 눈을 떠있을 때도 너무 바쁘고, 눈을 감은 꿈속에서도 너무 바쁘다. 회사를 다녀오면 회사 생활에 대한 스위치를 딱 꺼버려야 하는데, 계속 회사에서 했던 일들이 생각나고, 내일 해야 할 일을 꿈속에서 미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그렇게 나는 회사를 가지도 않았는데 꿈 속에서 미리 회사를 먼저 다녀온다.

중3 겨울방학 때 미리 수학의 정석을 공부하는 것처럼.


어깨에 뭉친 작은 긴장감은 점점 더 강도가 세진다. 긴장감의 강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내 어깨는 점점 돌이 되어간다. 뭉친 어깨를 풀기 위해 목을 시계방향으로 몇 번 돌려보지만, 긴장감으로 엉켜 결국엔 뭉쳐버린 내 어깨는 이전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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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뒤에 기다리는 비명을,

우리는 모르고 전진하는 것처럼


그렇게 긴장감을 가득 머금은 채 금요일 저녁이 되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지쳐 집에 돌아와, 긴장감을 풀고 싶어 맥주 한잔을 꺼내 유리잔에 부었다. 그리고는 TV를 켜고 유튜브를 눌렀다. AKMU의 신곡이 나와있어 자연스럽게 뮤직비디오를 틀었다.


634d6c93-c822-48db-80a9-94c44715a536.jpg AKMU - '전쟁터 (Hey kid, Close your eyes) (with Lee Sun Hee)'


노래를 듣다가 나도 몰래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나는 왜 그렇게 누군가를 이기고 싶어 하는 것일까. 단순히 나의 의지일까? 아니면 어릴 때부터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행동하고 있는 것일까? 누군가 쫓아 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급하게 나를 몰아붙이고 있는 것일까. 쿵쾅거리는 가슴, 파르르 떨리는 어깨, 활어처럼 팔닥이는 눈 밑, 나는 무엇을 위해 내 몸을 혹사시키고 있는 것일까.


나도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을 잃고 나서야 알게 되지 않을까?




쉼의 신이 있다면,

나를 좀 데려가 줘.


현대 사회의 사람들은 멈추지 못한다. 지하철 속, 버스 속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해보자.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일 것이다. 전쟁터에서 총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당황할 것이다. 혼자 시간을 보낼 때 큰 생각 없이 넷플릭스를 들어가거나, 멜론으로 신곡 튼다. 뭔가가 돌아가고 있어야 내 마음이 편하다. 뭔가를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서일까. 그러다 나도 모르게 당근 마켓을 들어가 화면을 위로 올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쉼의 신이 있다면, 나를 좀 데려가 줘.

우리는 의식적으로 쉬어야 한다. '쉼의 신'을 찾아 이야기하고, 내가 가진 총을 창문 밖으로 던져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연습해야 내 몸도 정상적인 페이스를 찾는다. 쉼의 신이 나를 찾아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쉼의 신을 찾아가야 한다. 빠른 시일 내에 우리가 쉼의 신을 찾지 못한다면, 언젠가 내 귀에 이명이 들리고 그건 내 안의 비명으로 이어지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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