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내린 5월의 비가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다. 누군가에겐 눅눅할 수 있는 비가 오히려 내 마음속을 촉촉하게 해 주었다. 외부 상황도 내 마음속 상태에 따라 달라지나 보다. 나는 매일 3시간씩 자동차 안에서 거주한다. 그 안에서 발목을 사용하여 브레이크를 눌렀다, 뗐다 반복하던 그 생활 속에서 3일 동안만 떨어져 있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휴가를 내고 와이프와 함께 가평 근처에 있는 숲 속으로 길을 향했다.
우리의 일정 속 비가 온다는 사실에도 그다지 기분이 찜찜하지 않았다.
우리의 여행 속에서 사진 찍는 일은 일부에 부족하니까.
그동안 내 머릿속은 나도 알지 못하는 많은 일들로 답답해져 있었다.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는 느낌이 나를 지배했다. 그렇게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다 보니 이제 30대 초반이 되어 있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바라고 있는 지금은 오히려 20대 때와는 또 다른 감정들이 나를 지배했다.
"나는 언제 가장 자연스러웠을까?"
확실히 회사에 있는 나는 부자연스럽다. 그건 분명하다. 내가 자연스러워지려고 노력해도 그게 쉽지 않다. 3일 정도 애쓰다가 다시 본연의 나로 돌아가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부자연스러움의 연속에서 나를 찾으려고 계속 애썼다.
오히려 5살 때, 나의 모습이 가장 나에게 멋진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내 것에 대한 집착과 확신이 가득 차 있으며, 그 누구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세계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할 때이니 이때만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어릴 때부터 나는 자연에서 커왔다"
아버지의 직업 특성상 나는 해안가 근처에 살았다. 낮은 주택가, 시야를 가리지 않는 풍경이 익숙한 채로 살아왔다. 그렇게 나는 바다, 산 근처에서 마음의 안정감을 찾았다. 그곳에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핸드폰에 손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확인해야 할 많은 알림으로부터 난 해방됨을 느낀다.
지난 주말 나는 집에서 10시간 넘게 누워서 핸드폰을 했다. 쉬어도 계속 피곤한 동굴 속으로 내 몸을 구겨 넣는다. 유튜브로 홍진경 채널인 '공부왕찐천재'를 봤고, 넷플릭스로 '로스쿨'이라는 드라마를 시작했고, 쇼핑 앱에 들어가서 내가 사고 싶었던 '신발'을 검색했고, '인스타그램'/'블로그'/'브런치'를 아무 의미 없이 들락날락거렸다. 그러다 회사에서 연락이 왔나 싶어 '카카오톡'을 수시로 들어갔고, '각종 나에게 구매 클릭을 원하는 앱'들은 나의 지갑에서 돈을 빼가기 위해 미친듯한 '알림'을 보냈다.
"분명 매번 마케팅 동의는 안 한 거 같은데, 왜 이렇게 많은 알람들이 나를 각성시키는지..."
하루 3번 커피로도 충분히 각성되었는데, 그 외 징징 울리는 알람들이 나의 뇌를 미친 듯이 깨운다.
너무도 많은 매체로 인해 머리가 복잡해있을 때, 그 누구도 모르게 내 발을 계곡 물에 담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