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온더블럭에 나왔던 이 어린이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솔직하고, 착하고, 용감한 어른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나는 이 어린이가 말한대고 솔직하고, 착하고, 용감한 어른일까? 나는 어느 순간 사회에 순응한 어른이자 보통의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요즘 청춘들이 생각하는 참 어른은 어떤 모습일까?
유퀴즈온더블록에 나온 강주은 어린이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자신을 낮추지 않는다.
나는 제93회 아카데미상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배우를 좋아한다. 내가 이 배우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의 '말하는 방법' 때문이다. 그녀는 직설적인 '돌직구 화법'으로 유명하다. 아주 큰 어른이시지만, 무게를 잡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인데도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도 마음의 불편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특히, 그녀의 말속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자신을 낮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습관적으로 나를 낮췄다. 지금도 회사에 다니면서 윗분들을 보면 습관적, 반자동적으로 고개를 숙인다. 나를 낮춰야 할 상황에서만 나를 낮춰도 되는데, 모든 상황에서 "나를 낮추는 게 예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를 낮추었다. 그럴수록 나의 마음속의 알맹이는 작아져만 갔다.
미나리 영화가 잘되면서 윤여정 배우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많은 외국 인터뷰에서 기자들은 그녀를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 소개했다. 이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메릴 스트립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이고, 저는 단지 한국의 윤여정이다. 모든 사람은 다르고, 나는 나 자신이 되고 싶다." - 외신 인터뷰 中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 67살이 처음이야. 내가 알았으면 이렇게 안 하지." - tvN 꽃보다 누나 中
그녀는 상대방에게 불편하지 않게, 당당하고 소신 있는 그녀의 생각을 대중들에게 표현한다.
지그재그 CF 광고 중 한 장면
자유로움 속의
규칙이 존재한다.
나는 우연히 집에서 밥을 먹다 MBC 예능프로그램 '아무튼 출근!'에 출연한 카드회사 10년 차 대리 '이동수'님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3년 사용했고, 영상을 촬영한 다음날에는 회사에서 주는 복지제도 중 하나인 안식월 제도를 사용하여 제주도로 혼자 여행을 간다고 했다. 보자마자 뭔가 부러우면서도,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로움 속의 규칙이 존재했다."
그의 머리스타일과 패션을 보면 자유로운 분위기가 예측된다. 하지만 그의 일하는 스타일은 그다지 자유롭지 않았다. 본인 입으로도 본인의 스타일이 자유롭다 보니, 일까지 자유롭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에서 본인만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 엿보였다. 자신만의 확실한 신념이 있기에, 그 누구보다 당당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일까?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도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더 신뢰와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언젠간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
이 말을 듣는 순간, 회사 생활을 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벽에 매달려 아등바등하던 내가 좀 더 자유로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 사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은 언젠가 잘린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래서 자유하지 못했고 늘 불안했다.
언젠가 한 줌의 재가 될 우리. 어느 정도의 사회생활을 위해서라면 기본적인 눈치 정도는 봐야겠지만, 이 말은 나의 회사생활에 이전보다 좀 더 후련한 자유를 선사했다.
아무튼 출근 카드회사 이동수 대리님
마냥 순응하고 복종하는 것이 최고라고 인정받는 시대는 조금씩 변화되어가고 있다. 우린 자신의 의견을 소신 있게, 하지만 겸손하게 말할 줄 알아야 살아남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실 말이 쉽지, 상대방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소신 있게 말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 어른이 되기 위해 나도 내 회사 컴퓨터 앞에 이 문구를 적어 놓고 다짐한다.
나다운 어른이 될 거라고.
"남을 비하하지도 나를 낮추지도 말자. 우린 언젠가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