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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적인 지지'가 필요할 때

"난 당신 편이다."

by 초록해

몇 년 전 나는 영화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을 겪었다.

결혼식 3일 전 아침 7시, 회사에서 일이 시작되는 종소리와 함께 아버지께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의 다급한 목소리, 절규하며 소리치는 목소리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맘때 아침 7시, 회사에서 업무가 시작되는 종소리가 울리면 나는 몸이 반응한다. 그리고 사건 당일과 같이 순간적으로 몸이 굳는 경험을 한다.


그렇게 기존 예정되어 있던 내 결혼식은 우리 어머니를 보내버리는 발인날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사랑하는 엄마를 보내는 그 3일 동안 나는 엄마와 함께하는 내 마음속의 결혼식을 마쳤다.

그리고 한 달 뒤, 엄마를 마음속에 품은 채 다시 결혼식을 치렀다.


결혼을 하고 1년 반 정도 회사 이외에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일하는 것 이외에는 무언가를 할 힘이 나지 않았다. 그저 집 안에 있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 기간 동안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의 "무조건적인 지지"였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든, 내가 어떤 생각을 하든,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주변 사람들. 그 사람들이 내가 있는 곳을 찾아와 나와 함께 울어줬다. 사실 나와 똑같은 경험을 하지 않는다면, 나의 감정을 하나하나 다 이해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지인들의 눈빛에는 "너를 사랑한다, 아낀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점차 일어설 수 있었다.


엄마 1주기 때, 형이 남기고간 선물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형님 한 분은 이런 내가 고통의 터널을 지나가고 있을 때, 내가 나쁜 행동을 하지 않게 끊임없이 나를 찾아주었다. 형은 내 20대 때의 나의 어드바이저였고, 내 마음의 치료자였다. 내가 바보 같은 행동을 하든, 실수를 하든, 나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고, 내가 하는 일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해 주었다. 그 형의 그런 자양분을 바탕으로 나는 무럭무럭 자랄 수 있었다.



고린도전서 10:13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엄마 2주기 때, 형이 남기고간 선물

천 원짜리 한 장


"작은 선물 하나 넣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몇 안 되는 사람에게 주는 거니깐 간직 잘 혀. 어렸을 적에는 참 '천 원' 하나면 세상을 다 가질 거 같았잖아. 이제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모든 걸 이겨내자.


형에게 선물받은 구 천원지폐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시고 나서 엄마를 보내는 3일 동안 형은 2번이나 서울과 진해를 왕복하며 끝까지 엄마의 길을 배웅했다. 그리고 엄마를 보내고 난 후 1년, 2년째 형은 엄마를 찾아주었다. 내가 10년이 넘게 받았던 "무조건적인 지지", 이제 그에게 보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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