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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를 가로지르는 바람의 소리

by 초록해

저 멀리서 들려오는 버스의 급정거 소리. 옆 동네 산책로를 지나가는 자전거 소리, 우리 아파트와 함께 나란히 서있는 나무에 앉아있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자연이 나에게 주는 소리를 듣는 시간보다 사람의 목소리에 집중할 때가 더 많은 우리에겐 자연의 소리는 연고와 같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던 어린 시절, 나에게 있어 자연이 주는 소리는 내 귀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그러다 사람이 만든 컨텐츠 소리에 익숙하게 될 때쯤 나는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렸다. 그렇게 급속도로 마음이 조급해져 갔다. 누군가에게 쫓기듯이...


갑자기 커피 한잔이 당긴다. 끊임없이 울리는 핸드폰 통화 들어오는 소리, 설명하고, 또 설명하고, 또 설명하다 보면 어느샌가 입이 마르면서 뇌에 수분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 그럴 때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당긴다. 뇌에 수분이 부족한 느낌인데, 왜 수분을 더 빼앗아가는 아메리카노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뭔가 잘못된 것에 중독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도 끊을 수가 없다. 그렇게 아메리카노를 보약 먹듯 마시고, 또 마신다.


그렇게 한동안 아메리카노를 한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을 때쯤, 아기의 걸음소리가 들린다. 아기 신발의 '찍찍' 소리는 다리가 짧아서 그런지 더 빠른 박자감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꼭 스트레스로 인해 공황 느낌이 올 때와 동일하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이마에 주름이 진다. 그러다가도 그 아기를 보면 빠른 박자로 나를 괴롭히던 그 소리는 주변으로 상쇄된다. 오감 중 1가지에 집중할 때 오는 압박감은 2가지 이상이 합쳐질 때, 압박감의 강도가 약해진다.


가끔 상대방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꼭 글을 읽으면 잘 안 읽히는 글처럼... 누군가에게 나의 글을 보여주고 싶지만, 그 모든 의미를 다 들키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청개구리처럼. 그런 글을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 고를 반복한다. 그러다 그 글은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고 나의 서랍 속에서 잠잔다.


어린시절부터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설명하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이런 글이 어디에서 어떻게 쓰일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단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내가 주변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하고, 관찰할수록 현재 내 주변에 있는 것들에 더 감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글을 쓰며 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한 적이 많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글을 쓰면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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