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부의 작품 취향이 같다는 것은 축복이다.

by 초록해

그랑블루를 통해

빠져든 이지은 작가님


지난주 우리 부부는 이지은 작가님의 올해 3번째 개인전을 방문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작년부터 생활의 제약이 많아 힘든 한 해였지만, 그 덕분인지 이지은 작가님 개인전을 3번이나 볼 수 있다는 건 정말이지 너무나도 감사하게 느껴졌다.


지난 BAMA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님. 작가님의 그랑블루를 보며 아내와 나는 한동안 말을 잃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였을까. 우리는 작가님의 작품을 보는 것이 우리 부부의 취미가 되었다. 우리 부부에게 이지은 작가님 작품은 우리에게 생각할 지점, 바쁘게 달려온 우리 부부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현대미술의 장점은 요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동향을 보며 좀 더 친숙하게 작가님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작가님을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작가님과 SNS를 통해 소통하며 더 작가님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짐을 느꼈다.


김리아갤러리 2021년 이지은 작가님 개인전 (2021.11.20~12.18.)




우리 남편은

제 작품 취향을 이해하지 못해요.


아줄레주갤러리에서 진행되었던 2021년 두 번째 이지은 작가님 개인전 때에도 오픈날 우리 부부는 작가님 전시를 보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김리아갤러리 개인전 또한 작가님 작품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오픈 날 예약을 진행했다. 가장 이른 시간 예약을 잡으려고 했으나, 작가님 개인전은 인기가 많아 두 번의 예약 에러를 눈으로 확인한 다음 예약할 수 있었다.


예약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한 후 우리 부부는 대기 장소에서 전시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옆에는 우리 부부뿐만 아니라 다른 예약자들도 전시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연히 대기 장소에서 기다리던 중, 옆에 있는 부부와 잠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저는 이지은 작가님 작품이 좋아 구매를 원하는데, 남편과 작품 취향이 달라 쉽지 않네요."

"아 그러세요? 작품에 대한 취향이 다를 수 있죠~"


옆에 앉아 있던 부부는 서로 다른 작품 취향을 이야기하셨고, 평소에도 작품 구매에 있어 서로의 취향이 달라 작품 구매가 쉽지 않음을 이야기하셨다.


Krabi 2021년작, Acrylic on Canvas, 53.0 x 45.0cm




작품에 대한 취향이 유사한 것도

우리 부부만의 축복이구나.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리 부부가 전시를 예약한 시간이 다 되었다. 전시가 시작되고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솔드 된 상황이었다. 보통 우리 부부는 작가님의 초록 초록한 느낌의 작품을 너무 좋아했는데, 우리가 갔을 때에는 초록 초록한 작품들이 대부분 솔드가 된 상황이었다.


많은 작품들이 솔드가 된 상황이라, 작품 구매에 대한 생각보다 작가님 작품을 실제로 눈으로 담고 있던 도중 갤러리 큐레이터님께서 다가와 개인전에 대해 소개해주셨다.


"이지은 작가님 밤바다 작품들은 어떠신가요?"

"아직 이쪽 부분 작품들 관람하느라, 반대 편은 보지를 못했습니다."

"아 그러세요? 반대쪽으로 가시면 밤바다 작품들도 너무 좋은데 꼭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초록 초록한 작품도 좋았지만, 밤 풍경들이 더욱 우리 부부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래서 였을까. 우리는 스케치 작품 앞에서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북극 아래서(스케치), 2020년작, Acrylic on Canvas, 57.5. x 38.9cm


"자기야. 저 왼쪽에 '북극 하늘 아래' 150호 작품의 스케치 본이래요. 너무 멋지지 않아요?"

"누가 스케치본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스케치본인지 모를 거 같아요."

"맞아.. 계속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에요. 너무 좋아요 진짜..."


그렇게 우리 부부는 전시를 마치고 이지은 작가님 스케치 작품을 컬렉팅했다. 그리고 느꼈다. 작품에 대한 취향이 유사한 것도 우리 부부만의 축복이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 부부의 대화를 이어주는 것이 이지은 작가님 작품이라는 것도 축복 아닐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