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어진 업무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챙겨야 할 사람도 많아졌다. 그 사람들 챙기는 게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다. 회사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잘하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 칭찬의 말들을 듣고, 나는 아무런 감정의 변화가 없다. 그다지 즐겁지 않다. 오히려 내 안에 물음표만 늘어날 뿐이다. 그 물음표를 머릿속에만 간직한 채 글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아직 나 스스로 물음표에 대한 대답을 찾을 기력이 없다. 내가 내 안의 느낌표를 찾게 되면 물음표를 종이에 적는 날이 오지 않을까?
황도유 작가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글을 쓰기 위해
퇴근한다. 나는
회사에도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나인데, 집에 와서 마주하는 컴퓨터는 나에게 행복을 준다. 회사에서 그렇게도 힘들다가도 집에 와서 키보드에 손을 올려 브런치를 쓰는 그 시간은 나에게 뭔지 모를 울컥함을 선사한다. 그렇게 나는 글을 쓰기 위해 퇴근한다. 몇 년 전 첫 번째 퇴사를 할 때, 나는 문득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과감히 퇴사를 했다.
'글을 쓰는 직업'에 대한 무지, 그리고 돈이 되지 않을 거라는 막연함, 용기 있는 척한 소심함으로 나는 '글을 쓰는 직업'을 내 시선 저 끝에 묻어두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돈을 많이 주는 회사'를 찾아 입사했다. 누나는 말했다.
"동생아! 먹고사는 것도 무시 못한다. 우선 돈 벌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네가 좋아하는 글 실컷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