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호구'로 산다는 것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떠올리며
나는 어릴 적부터
어린아이들이 좋았다.
그냥 아이들이 예뻐 좋았던 것이 아니라,
마음을 재지 않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그 마음이 좋았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나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대학을 다닐 때 우연히 아빠방에 들어가
책상 위에 써놓은 아빠의 일기를 발견했다.
일기 내용은 부부동반 베트남 여행에서 함께한
친구 손녀에 대한 내용이었다.
"저 아이를 보니 어린아이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랬다.
아빠와 이런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나 또한 심리학을 공부하며 어린아이의 감성을 어른이 되어서도 잃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함을 매번 생각했었다.
하지만,
때론 그 순수함은 어른이 된 나에게
융통성 부족이라는 또 다른 시선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순수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마냥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품게 되고
점점 나에게 사회생활에서의 순수함은
'착한 호구'로 정의됨을 느꼈다.
내가 점점 검은 마음을 품고
사회제도에, 직장생활에
부정적이고 이기적인 마음이 생길 때
엄마는 나에게 '착한 호구'의 길을 권유했다.
그리고 나는 착한 호구의 길을 피해
요리조리 내 갈 길을 갔다.
엄마의 끊임없는 잔소리를 하셨다.
"아들아, 나쁜 말은 나쁜 말을 낳아"
"그 사람이 너의 모습을 가지고 이용해도 그 사람을 이해해야 돼"
"너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용서해야 돼"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나는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속도감 있는 카멜레온이 되어야지,
착한 호구가 되면 도태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이제는 그 엄마의 잔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너무 빠르게 돌아가는 이 세상 속에
착한 호구가 한 명쯤 필요하다면
엄마가 말한 대로
내가 착한 호구가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완벽한 사람에게는 기댈 등이 없으니까.
착한 호구가 되어
누군가에게 기댈 등을 내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엄마가 원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