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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해 Nov 12. 2024

엄마! 감동이야?

오후 4시. 아들을 데리러 가는 길에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다. 가을의 끝자락을 잡고 있는 오늘은 그리 춥지 않았다. 아들을 만나고 난 후, 우리는 산책을 했다.


"아들! 이 낙엽이 다 떨어지면 겨울이 올 거야."

"겨울이 와? 눈사람?."

"응 눈이 오면 눈사람도 만들 수 있어! 올해는 아빠랑 눈사람도 만들어 보자!"



조금 걷다 산책가에 있는 의자를 찾아 앉았다. 그렇게 의자에 앉아 우리는 루틴처럼 가방에서 과자를 꺼냈다.  


"아빠. 빨간색 빼빼로 없어?"

"응. 노란색 사 왔는데?"

"난 빨간색 좋아해"

"알겠어. 내일은 빨간색 먹자."


유모차에 누워서 산책하던 아들은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고, 걷던 아들은 이제 뛰어다니고, 나와 대화까지 가능한 오늘에 이르렀다. 한 사람이 선호하는 과자가 생기고 , 아끼는 장난감이 생기고, 좋아하는 행동이 생기는 일을 보는 것은 참 흥미롭다. 사람의 취향이 생긴다는 것은 하얀색이던 사람이 본인만의 독특한 색으로 조색되어 가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날이 그리 춥지 않아서 놀이터를 가서 친구를 만나 신나게 놀고 나서 집에 들어왔다. 과일을 먹고, 밥을 먹고, 마지막 요프(요구르트)까지 먹고 나서 갑자기 아들이 말한다.


"아빠. 배가 아파. 요프 많이 먹어서..."

"아빠 손은 약손 해줘?"


힘 없이 나에게 안기는 아들. 오늘 많이 먹기는 많이 먹었나 보다. 배가 볼록 나와있다. 마침 응가를 한 아들과 씻으러 들어갔다.


"아빠. 우리 분수 하자!"

"그래. 샤워기 온도 좀 체크해 볼게. 시작!"

" 아빠. 더 높게! 더 높게!"


샤워기 방향을 허공으로 향하게 하고 땅에 대면 오늘의 화장실 분수쇼가 시작된다. 따뜻한 물로 분수를 하고 있으면 추웠던 화장실 안의 온도가 따뜻하게 변한다. 그렇게 허공으로 퍼지는 물방울 사이로 아들의 웃음소리가 나를 가득 채운다.  



씻고 나오니 아들이 배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느낌 탓인지 배도 조금 들어간 것만 같다. 그렇게 나와서 책을 읽고, 책에 크레파스로 숫자와 그림을 그리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가 '디릭디릭' 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저녁 9시. 엄마가 회사에서 돌아왔다.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아들) "아빠. 바나나 먹을래!"

(아빠) "응. 먹어도 돼!"

(엄마) "엄마도 하나 줄 수 있어?"

(아빠) "하나밖에 없는데? 엄마랑 반으로 나눠 먹을 수 있어?"

(아들) "응. 나눠 먹을 수 있어!....... 엄마 감동이야?"


그 순간 우리 모두가 웃음이 터져버렸다. 아들이 예기치 못한 말을 하거나,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동을 할 때 우리 부부는 "오~~ 감동이야!"라는 말을 항상 하곤 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아들도 이 시점에 "감동이야?"라는 말이 나올 것만 같았나 보다. 하루가 다르게 말이 늘어가는 아들을 보며, 엄마를 위하는 아들을 보며, 부모와 똑같이 행동하는 아들을 보며 내일도 더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아들아. 바나나를 나눠먹는 것도 감동이지만, 너 자체가 더 감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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