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의 추억을 메모하기 위해 글을 꾸준히 써야지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쉽지 않았다. 우선 혼자만의 시간이 없었고, 아들이 잠에 들면 나도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같이 잠을 자야만 했다. 그러다 무심코 들어와 보니 아들과의 추억을 남긴 게 2024년 11월이었다. 그때의 글을 보고 현재의 아들을 보니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었다.
작년만 하더라도 기저귀를 차고 있었던 아들. 36개월이 넘자마자 너무 대견하게 기저귀를 떼버렸다. 부모인 우리의 걱정을 조금 내려놓고 기다리니, 언제 기저귀를 했는지 모를 정도다.
그리고 작년에는 말을 막 시작할 때라서 2가지 단어를 연결하는 연습을 했었는데, 요즘에는 이런 단어까지 안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글이 엄청나게 성장했음을 느낀다. 아들과 있을 때 일부러 쉬운 단어를 쓰지 않는다. 어른들과 대화하듯이 이야기하니 아이의 언어가 더 빠르게 완성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언어도 언어지만 감정도 더 풍부해짐을 느낀다. 하지만 아직 다양한 감정들을 아직 표현하는 것에는 많이 서툴어 감정들에 대한 설명과 울음을 달래줘야 할 때가 많지만 그조차도 우리 아들이 많이 컸음을 느낀다. 아들이 '좋다', '싫다'로만 세상에서 펼쳐지는 일들을 설명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일까. 평소에 다양한 형용사와 부사를 사용해서 아내와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
작년만 하더라도 달고 짠 것을 되도록이면 안 주려고 했었는데, 4살이 되면서 이 모든 게 무너져 버렸다. 그리고 지금은 같이 하원하고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는 것이 우리의 낙이 되어 버렸다. 매일 먹는 것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1~2번 정도는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야기한다.
"오늘 어린이집에서는 어떤 활동했어?"
"아빠, 오늘은 금요일이라서 오르프를 했는데 너무 신이 났어요."
"아빠도 오늘 회사에서 일이 많았는데, 힘이 들었는데 아이스크림 먹으니까 너무 좋다"
"아빠, 아이스크림 먹으니까 기분 좋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자면, 아들의 모습 속에 내 어릴 적 모습이 보인다. 30년이 지나 까먹고 있던 나의 어린 시절. 그래. 나도 그저 단 것을 너무 나도 좋아하던 어린아이였다.
집 근처에는 너무 감사하게도 주기적으로 전시가 열리는 공간이 있다. 참 이런 공간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꼭 격식 있게 차려입고 가는 전시가 아닌, 나의 생활 속에 들어와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아들이 엄마 뱃속에서부터 왔으니까 이 전시공간을 주기적으로 찾은 지도 벌써 4~5년 정도가 되었다. 아이가 어릴 때는 내가 전시가 보고 싶어서 왔고, 작년에는 젤리로 유인을 해서 왔었다. 갑자기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와서는 아들이 내게 말했다.
"아빠, 전시 보러 가자!"
"진짜? 전시 보러 가자고? 아빠 지금 전시하는지 한번 확인해 볼게! 오! 한다! 가자!"
"아빠! 가자!"
집 곳곳에 작품들이 있어서 그런지 전시 공간에 작품들이 걸려있는 것들이 어색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설치 미술 작품을 보면 항상 신기한 모양이다.
"아빠, 이거 만져도 돼?"
"이거는 작가님이 설치해 놓은 작품이라 만져서는 안 돼."
4살의 후반부로 가고 있는 아들 안에 한글과 이미지가 넘쳐나고 있는 시기라서 그런지 각종 동물 모양과 선, 점들이 낯설지 않은 모양이다. 한동안 전시장을 가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이제 다시 시도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