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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봉합 가능한 응급실이 없다는 게 말이 돼?

by 초록해

비가 오다 말다를 계속 반복했다. 아이를 하원하는 즈음 비가 그쳤다. 하원한 아들에게 어디를 가고 싶냐고 이야기하니 역시나 '놀이터'를 선택했다. 그렇게 우리는 놀이터로 향했다. 비로 인해 웅덩이가 생긴 곳에 주저 없이 들어가고 훅 앉아버리는 아들. 그렇게 옷은 1초 만에 젖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렇게 재밌게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친구 집 앞에서 한동안 친구들과 종알종알 거리며 놀았다. 그러다 갑자기 내 등 뒤에서 아들이 빗길에 미끄러져 울음을 터트렸다. 상태를 보니 계단 날카로운 부분에 눈썹이 찍혔고 2.5cm 정도 찢어져있는 상태였다.



응급실에 바로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


7시가 다된 시간이라 병원이 다 문을 닫아, 1분 거리에 있는 근처 가정의학과에 무작정 들어갔다. 막 퇴근하시려는 의사 선생님, 유건이 상태를 보시고는 의사 선생님께서 바로 응급실에 가보라고 하셨다. 처음에 상태를 확인했을 때는 해가 지고 있어서 많이 찢어졌다고 생각을 못했는데 병원에 들어와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께서 소독을 해주시고, 우는 아이를 달래고 우선 차가 있는 집으로 가려고 나오니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분명 10분 전까지는 비가 오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렇게 아이를 안고 5분 정도 뛰어 집에 도착했다. 몸을 다 닦고 아이 옷을 갈아입히고 바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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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전체에 봉합 가능한

응급실이 없습니다.


"아이 이마가 찢어졌는데, 지금 봉합이 가능할까요?"

"저희는 봉합 가능한 의사 선생님이 없습니다. 불가능합니다. 119로 연락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

"아......"


처음 겪는 상황에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온몸이 비에 젖은 상태여서 손발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119로 전화를 했다.


"119죠? 지금 아이 이마 아래 눈썹 쪽이 찢어졌는데 근처에 이 봉합 가능한 병원 안내 부탁드립니다."

"아. 경기도 전체에 봉합 가능한 응급실이 없습니다."

"그러면 가능한 곳이 어디죠?"

"서울과 인천 밖에는 없습니다."


근처에 갈 수 있는 응급병원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우리는 순간 눈앞이 하얘졌다. 그렇게 콜센터에 서울 쪽에 안내를 요청했고, 아내의 핸드폰으로는 봉합 가능한 병원을 받았고 내 핸드폰으로는 지금 현실적으로 갈 수 있는 거리의 병원인지 확인하고 전화해 보기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저녁 8시였기에 강남 쪽으로 가면 차가 너무 막힐 것 같아 우리는 송파에 있는 병원으로 가기로 정하고 다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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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프면

답이 없구나.


그렇게 우리는 송파에 있는 병원에 와서 접수를 했고, 9시 정도 마취를 하고 봉합 수술을 했다. 친절하신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들 덕분에 처음 해보는 마취와 수술까지 안전하게 끝낼 수 있었다. 그렇게 마취에서 아이를 깨워 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였다.


아이를 재우고 멍한 상태로 "이래서 서울에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건 그렇고 경기도 전체에 봉합 가능한 응급실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이래서 병원 업무시간이 아닐 때는 아프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던 뉴스와 라디오 속 사연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저 흘러가는 이야기로 들을 때에는 잘 실감이 되지 않았는데, 실제 겪어보니 의료 파업 등의 이야기가 멀리 있는 게 아니구나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하루가 참 길게 느껴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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