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세차게 내리던 날. 아들을 안고 응급실로 향했던 날로부터 벌써 1주일이 지났다. 일주일 동안 주기적으로 소독을 하러 병원을 방문했고 봉합을 했던 상처는 잘 아물고 있었다. 그렇게 지난주 마지막 소독을 하고 선생님께서 일주일이 되는 이번 주 화요일 실밥을 풀자고 하셨다.
아무리 병원을 자주 와도 소독하는 것, 아니 병원을 오는 것 자체가 아들은 별로 내키지 않나 보다. 그래도 이건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필수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니 고개를 끄덕이는 아들. 설명을 하면 이해하고 수긍하는 아들을 보면서 '원래 4살 정도는 이 정도는 알아듣나?' 싶다가도, 부쩍 이렇게 큰 아들을 보니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평촌에서 송파까지 소독을 하러 오는 게 쉽지 않아서 한 두 번은 집 근처에서 소독을 하곤 했다. 아들은 간단한 소독이라도 소독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병원을 오는 것 자체가 두려웠던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가까운 집 근처에서 소독하는 것이 내가 운전을 안해서 몸은 편해도 마음이 더 힘들었다. 그래서 마지막 소독은 일요일 점심 송파에 와서 했다. 익숙한 얼굴의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들 덕분인지 병원에 들어서면서도 표정이 아주 밝았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들이 너무 친절하셔서 '서울로 이사를 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린이집 하원을 하고 바로 송파로 향했다. 어제 자면서도 이야기를 했고, 가는 차 안에서도 거듭 아들에게 이야기했다.
"아들! 실밥 뽑는 거는 아픈 거 아니야! 그리고 유건이가 좋아하는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들이 다 계시니까 유건이 잘할 수 있지?"
"아프지 않아?"
"응, 아픈 게 아니야. 그런데 계속 울거나 몸을 움직이면 또 마취주사를 맞아야 할지도 몰라!"
"아빠! 저 주사 안 맞고 실밥 잘 뽑을 수 있어요!"
그렇게 차로 가득한 퇴근 도로길을 헤치고 병원에 도착했다. 5시 30분. 도착하니 30분 정도 병원 직원분들 저녁시간이 겹쳐 우리도 버거킹으로 향했다. 유건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서 나눠 먹으며 거듭 병원에서 하게 될 실밥 빼는 행위를 설명했다. 우리가 병원에 막 도착했을 때 간호사 선생님께서 지금 어떤 한 아이가 실밥을 빼고 있는데 너무 많이 울고, 몸을 너무 움직여서 마취를 하고 실밥을 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오히려 부모인 우리가 더 불안했던 것 같다.
그렇게 버거킹에서 맛있게 너겟과 아이스크림을 먹고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수술방에 들어가기 전에 의사 선생님이 카운터 쪽으로 나와서 아들에게 말을 걸어 주셨다.
"녀석! 괜찮아?"
"네!"
긴장을 풀어주시는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유건이가 봉합수술을 했던 곳으로 들어가서 유건이에게 이야기했더니 갑자기 유건이가 울기 시작했다. 사실 어른들도 수술대에 올라가면 긴장이 되는데, 4살인 아이가 무섭지 않고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어른들의 바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는 아들에게 나와 간호사 선생님께서 내용을 설명해 주니 아들은 다시 할 수 있다며 누웠고, 3분도 안 되는 시간에 실밥을 다 풀고 소독까지 마쳤다.
어떻게 한 주가 지나갔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앞으로도 몇 주간은 실밥을 뺀 부위에도 소독을 해야 한다.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 한주 이런 해프닝을 겪으면서 아들도, 우리 가족도 한 뼘 더 성장하고 더 단단해진 것만 같다.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이후에 문제도 더 잘 헤쳐나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