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은 다 착하더라.
돈이 다리미라구. 주름살을 쫘악 펴줘.
"부자들은 다 착하더라.
돈이 다리미라고
돈이 주름살을 쫘악~ 펴줘"
이 대사는 기생충에서 기택(송강호 분) 아내인 충숙(장혜진 분)의 대사이다.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내용이지 않을까? 바닷가 근처에서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살던 나는 대학을 나오고,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상경했다.
집 앞마당에서 근심 없이 상추, 고추 키워 따먹고 큰 건물조차 보기 힘든 곳에 살던 나는 수도권으로 상경해서 처음 본 강남역이 너무 신기했다.
아니 신기하기보다 머릿속이 너무 어지러웠다.
우선 사람이 너무 많았고,
차가 너무 많았고,
소음이 너무 컸다.
1년, 2년, 3년이 지날수록
새소리, 닭 우는 소리, 파도치는 소리에 익숙했던 나는 점점 이런 소음에 무뎌지기 시작했다.
소음뿐 아니라 수도권의 사람들은 너무 바쁘게 움직였다.
그렇게 나 또한 누군가에게 쫓기듯 살기 시작했다.
직장인이라는 신분으로 결혼도 했지만 여전히 나는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아니 점점 돈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점점 나이가 한 두 살씩 먹어갈수록 내가 스트레스받는 제1순위는 '돈" 때문이었다.
특히 우리 나이 때에는 돈 나갈 구멍이 많아서 그런가. 마땅한 취미생활 하나 없이, 나를 위한 옷을 사지도 않는데 왜 항상 나의 잔고는 여유가 없을까?라는 생각에 잠겼다.
2-3달 앞으로 찾아온 전세 만기로 인해 새로운 집을 찾아야 하는데 서울과 가까운 경기권 내에서 집을 찾다 보니 부동산 가격이 평균적으로 2-3억씩 오른 것을 보면서 그저 한숨만 나왔다.
근로소득만으로는 "불로소득"을 이길 수 없구나...
이래서 다들 부동산이니 주식이니 투기? 아닌 투자를 하는 거구나...
이래서 전세 살면 바보라고 하는 거구나.
게다가 서울 쪽으로 가면 2년 전 5억 하던 집이 10억 하는 기현상까지 일어나는 것을 보니 이게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마도 이것을 보고 한숨 쉬고 있는 나만 정상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돈에 대해 환멸을 느끼기 시작한 나는 점점 내 안에 화가 쌓여감을 느꼈다.
상대적 박탈감,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화가 나를 지배했다.
이런 나의 마음이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또 이 시대에 살면서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 정상이 아닐까? 라는 혼자만의 사색에 잠긴다.
언제쯤 나는 내 집을 가지고,
집 걱정, 대출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돈 걱정이 해결되면
내 인성도 다리미가 지나간 자리처럼 쫘악 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