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사랑하고, 나답게 결혼하기

결핍을 메우는 사랑이 아니라, 충만한 나로 선택하는 결혼

by 미라쌤


셀프러브?


그건 ‘셀프 힐링’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결혼을 준비하면서 깨달았다. 나를 안아주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누구에게도 진짜 사랑받기 어렵다.



"결혼을 선택하기 전에 그 집안 부모님을 꼭 만나보라”

는 조언을 종종 듣는다.



“그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대하는 모습이 미래의 네 모습일 수 있다.”

“가장 편한 사람에게 그가 어떻게 대하는지 보라. 너에게도 그렇게 할 것이다.”

정말이지 맞는 말처럼 들렸다. 그래서일까?


어릴 적부터 부러운 가족의 모습을 TV나 친구들 집에서 종종 보곤 했다. 나는 맞벌이 부모님 밑에서 혼자 식사하는 게 익숙했고, 부모님의 이혼 이후엔 ‘가족’이란 개념 자체가 흐릿해졌다.


이 말이 맞다고 하면, 예전에 만나던 남자는 결혼하기에 꼭 맞는 이상적인 조건을 가졌다. 그의 아버지는 대기업 임원이었고, 일찍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어, 새벽에 운동을 다녀온 뒤 아침 식사를 직접 차려놓고 어머니와 아들을 깨웠다고 한다. 그의 가족은 저녁이면 거실에서 대화하며 하루를 마무리했고, 연례 가족 해외여행도 빼놓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이런 집에서 자란 사람이면, 분명 사랑도 건강하게 할 수 있겠지'라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는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다. 출장 짐도 엄마가 싸주고, 속옷 하나마저 엄마가 사줘야 했다. 그는 작은 것 하나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했고, 나에게조차 엄마처럼 해주길 바랐다. 화목함이라는 이름 아래, 그는 ‘독립된 어른’으로 자라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제야 알게 됐다. 겉보기에 완벽한 가정이라 해도, 그 안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걸.



중요한 건 부모의 형태가 아니라, 그가 그 안에서 어떤 애착을 형성했는가이다.


어린 시절의 가정환경이 어떤가에 따라 안정 애착과 불안정 애착이 생긴다. 나의 경우는 후천적으로 안정된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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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정 환경 변화와 때마침 찾아온 사춘기로 극도로 감정의 혼란스러움을 겪게 되었다. 그 이후 20대까지도 감정의 기복을 주체하지 못해 스스로 삶을 마감하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할 정도로 우울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기댈 데 없던 마음을 책으로 달랬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쓴 책들을 읽고 공감과 위로를 얻었다.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의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서 책이 참 좋아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훌륭한 인생의 선배들의 깊은 깨달음을 배울 수 있다는 것에서 큰 매력을 느낀 것이 바로 그 시작이었다.


그 이후, 나는 책을 통해서 끊임없이 성장해갈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 알바를 하면서 모은 돈을 어디에 저축할지 몰랐을 땐 재테크 책을 읽었고, 남들과 비교하며 자책하거나 우울한 마음을 들 땐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었던 작가의 에세이를 읽었고, 내 분야에 필요한 자기 계발 서적도 수시로 읽으며 나의 길을 성장으로 채워나갔다.


그렇게 삶에서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해야 할 때 혹은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 때마다 책을 스승 삼아 내 일상의 순간들을 구슬처럼 꿰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 구슬들은 하나씩 모여 내 선택에 확신을 갖게 해 주었다. 위태롭던 마음이 자신감으로 채워지니 나는 잘 될 거라는 생각과 나에 대한 믿음이 점점 자라났다. 그렇게 스스로를 붙잡고, 단단한 어른이 되기 시작했다. 그 시절 책은 나의 친구였고, 선생이었고, 거울이었다. 그렇게 나는 ‘획득형 안정 애착’이 되었다.


사실 내가 지금 완전하게 안정감을 가지며 살고 있다고 글로 쓰는 건 매우 부끄럽다. 마음을 치유하는 작가가 되자 결심하고, 멋진 말들을 늘어놓지만, 정작 나는 여전히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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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준비하며 예비 시댁에 갔을 때, 어떻게든 사랑받고 싶어서 애썼다. 좋은 며느리처럼 보이려고, 예쁘게 말하고 행동했다. 그건 사실, 시부모님에게 사랑받고 싶은 게 아니라, 어릴 적 부모에게 받지 못한 인정, 그 결핍을 채우려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걸 알아차린 건, 결혼한 친구들의 조언 덕분이었다.


대학 동창들과 만난 자리였다. 모두 기혼이었고, 20년 동안 만나면서 나에 대해 잘 아는 친구들이었다. 내가 예비 시댁에 갈 때마다 동서와 비교하게 되고, 시부모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과하게 노력하려는 내가 보인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한 친구가 말했다.


“미라야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당연해. 그런데 그 욕구를 시부모에게서 찾으려 하지 마. 너의 진짜 가족은 시부모님이 아니라 남편이야. 남편과의 사이에만 집중해도 충분해."


또 다른 친구는 20대부터 쭉 이어진 나의 연애 이야기부터 느꼈던 바를 말해주었다.


“미라는 예전 연애에서도 너의 아픔을 이해해 주길 바라는 사람을 찾았던 것 같아. 그런데 그런 조건 없이도, 너 자체로 이미 괜찮은 사람이야. 당당해도 돼.”


그때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부족하게 여겼는지를 깨달았다. 그래서 늘 누군가를 통해 그 결핍을 메우려 했다. 사랑은 결핍을 메우는 도구가 아니다. 결혼은 나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마법도 아니다. 그 누구도 나의 부모가 될 수 없고, 나의 과거를 대신 살아줄 수 없다. 나는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스스로를 보듬는 법을 배웠다. 과거의 나를 부족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나 다움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 자신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연습할 수 있었다.




결혼은 내가 더 나다워지기 위해 선택하는 길이어야만 한다.


결혼은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사랑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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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만남 후, 집에 가는 길이었다. 비가 내린 뒤, 유난히 공기가 차갑고 축축했다. 차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으며 자유로를 달렸다.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고 내쉬었다. 라디오에서 FUN의 "tonight, we are young"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가슴이 뻥 뚫리듯 시원해졌다. 그날, 밤의 온도와 습도가 고스란히 담긴 바람이 뺨에 스쳤다. 자유로움이 가득했다.


속도를 조금 올려보았다. 텅 빈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기분이 마치 내 안에 오래도록 묶여 있던 감정을 차창 밖으로 하나씩 떨쳐내는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맞춰야만 사랑받는다고 믿었던 지난 날들, 혼자인 내가 초라해 보일까 봐 늘 ‘괜찮은 사람’인 척했던 노력들. 그 모든 기억이 이 바람 속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나는 참 오래도록 나를 돌보지 못했구나.”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은 잘 모르고 살았다는 사실이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다. 그날 밤, 자유로 위에서 나는 완전히 자유로워진 기분이었다. 과거의 나로부터,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벗어났다. 이제는 안다. 사랑은 누가 나를 구원해 주는 일이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와 함께한다고 해서 내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괜찮은 내가, 또 다른 괜찮은 사람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결혼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브런치북을 마치면서, 나와 같은 감정을 공유했을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도 상처받은 과거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면, 결핍을 채우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 아픔은 당신을 더 따뜻하게 만들었고, 실패의 경험이 당신을 더 현명하게 만들었을거예요. 혼자 견뎌낸 시간들이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들었어요. 그러니 당신 자신을 자랑스러워해도 좋아요. 이미 괜찮은 당신이 더 잘 살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내리는 선택, 그것이 결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결혼은 당신이 당신답게 살기 위한, 멋진 도전이 될 수 있어요. 그러니 당신만의 속도로, 당신만의 방식으로, 당신답게 사랑하세요. 그렇게 시작된 사랑은, 분명 당신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줄 거예요. 당신의 모든 선택을, 모든 여정을, 모든 용기를 진심담아 응원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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