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는 '합'을 맞춰가는 훈련이다
명절에 서로의 집에 인사를 다녀왔고, 자연스럽게 상견례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게 그와 결혼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양가 부모님은 우리가 정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하셨지만, 막상 현실적인 결혼 준비는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할 일이 많았다.
주변에 물어보니, 웨딩플래너를 쓰는 게 좋다고 해서 웨딩박람회에 가봤다. 상담만 해보자고 갔는데, 말솜씨 좋은 플래너에게 휘말려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나왔다. 결혼 준비 리스트를 쭉 작성했다. 우리는 간소하고 실속 있게 6개월 안에 준비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식장, 드레스, 웨딩 촬영, 예물, 식순, 청첩장, 신혼여행까지.. 정신없이 바쁜 일정이었다. 예상보다 진짜 ‘할 일 천지’였다.
매일 선택의 연속이었고, 의견 조율은 불가피했다.
웨딩홀은 어디가 좋을까? 위치, 주차, 교통, 식사의 만족도, 홀 분위기, 하객 동선까지 체크리스트가 끝도 없었다. 우선 위치를 정해야 상담해 볼 웨딩홀을 정할 수 있다. 우리는 시작부터 생각의 차이를 겪었다.
나는 강남 쪽이 어떻겠냐고 했고, 신랑은 단호하게 말했다.
“강남은 비싸. 인천에서 하자.”
신랑 본가는 인천이었고, 나는 성인 이후 쭉 서울에서 살아왔다. 내 주변은 하객들을 배려해 강남에서 결혼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 때문에 나는 인천을 고려하지 못했다. 게다가 강남은 비싸다는 인식으로 나를 사치스러운 여자로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가 자란 환경과 가치관이 다르니 당연히 생각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생각의 차이가 아니라, 그걸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였다. 신랑이 나를 '경제관념이 맞지 않는 여자'라고 생각하거나, 내가 신랑을 '시야가 좁고 내 환경을 배려하지 않는 남자'라고 해석하면 서로가 불편할 것 같았다. 시작부터 다툰다면 앞으로는 어떡하지? 걱정이 밀려왔다.
결국엔 신랑 본가(인천)와 나의 본가(서울 강북) 중 하나를 정하자고 했다. 웨딩홀 리스트를 만들어 후기를 꼼꼼하게 보며 점수를 매겼다. 13개의 웨딩홀 중, 가장 하고 싶은 7개를 둘러보고 상담을 마쳤다. 이제는 결혼식 날짜를 정해야 한다. 친정 엄마는 ‘길일’에, 시어머니는 ‘토요일’에 하라고 하셨다. 우리가 정한 웨딩홀에서 양가의 의견을 충족하는 날을 찾을 수 없었다. 식장의 위치를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하기로 결정했기에, 결국 시어머니 의견인 토요일로 날짜를 정했다.
웨딩 촬영은 어떻게 하지.
실내 스튜디오? 스튜디오 + 야외 스냅? 제주도 야외 스냅?
웨딩 박람회에서 신랑이 유채꽃 배경의 웨딩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어 하여, 제주도에서 야외 촬영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유채꽃 피는 시기를 맞추려면 당장 3주 뒤라 시간이 촉박했다. 작가를 섭외하는 문제도 있었지만, 연애 시작 후 신랑은 몸무게 증량으로 인해 둘 다 인생 최대의 몸무게를 찍은 후라, 다이어트할 시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나는 보라색 갯무꽃이 더 예쁠 것 같았다. 유채꽃은 3월, 갯무꽃은 4월. 서로 원하는 시기가 달랐다.
결혼반지는 나는 브랜드의 실반지를 원했고, 신랑은 종로에서 가성비 있게 맞추자 했다.
본식 스냅은 나는 꼭 남기고 싶었고, 신랑은 돈이 아깝다고 했다.
여러 갈등을 마주하면서 든 생각이 있다. '결혼식이 과연 중요할까?'라는 질문이었다.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뭐야?"
우리의 관계보다, 보여지는 것들이 더 우선시되어서는 안 된다. 화려함이나 형식보다 ‘우리답게’ 해야 한다.
처음엔 모든 걸 맞춰가야 하니 갈등이 생길까 불안했다. 의견 차이에 마음이 상하고, 각자의 고집에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선택을 하면서, 내가 ‘양보하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는 걸 깨달았다. 힘을 빼니, 모든 것이 한결 가벼워졌다. 내가 부드러워지니 상대도 나를 배려했다. 우리는 갈등을 피하지 않고 조율했다. 상대의 의견과 기분을 존중하며 말하는 법을 익혔다. 그때부터 우리는 서로에게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데이트하듯 즐겁게 결혼 준비를 했다. 우리는 '좋은 팀'이 되어갔다.
제주에서 촬영하던 날, 첫 촬영부터 오름을 올랐다.
높은 하이힐, 7kg의 무거운 드레스, 두꺼운 화장에 나는 예민해져 갔다. 제주의 특성상, 여러 장소를 이동하며 사진을 찍는데, 빠르게 이동해야 자연 채광과 일몰에 맞춰 예쁜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드레스는 계속 밟히고, 하이힐은 꽉 껴서 발볼이 발갛게 부었다. 게다가 바람은 또 얼마나 부는지. 예민할 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오름에 이어 초원, 도로, 바다까지 약 5시간의 촬영이 끝났다. 숙소로 가는 길에 긴장이 풀린 내가 말했다.
“휴, 촬영할 때 예민해져서 보통 싸우는 커플 많다고 하던데. 우리 안 싸우고 잘 끝냈다! 그렇지?”
신랑이 조용히 몇 초간 나를 쳐다보더니, 대답했다.
“왜 그런 줄 알아? 내가 많이 참았어.”
순간 웃음이 났다.
그날 밤, 고등어회에 술 한 잔 기울이며 서로의 ‘참음’을 공유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말과 행동'이 서로에게 '어떤 생각과 감정'을 들게 했는지 대화했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몰라줘서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전우처럼 끈끈해졌다.
결혼 준비는 현실을 마주하는 과정이다. 사랑만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함께 살아가기 위한 ‘첫 번째 훈련’이다. 서로 다른 생각을 맞춰보고, 입장 차이를 조율하며, 그 과정에서 신뢰가 쌓여간다. 나는 지금, 결혼이 꽤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상황을 겪으면서, '이 사람이면 평생 함께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는 좋은 커플을 넘어서, 건강한 팀이 되어가고 있다.
결혼은 누구와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이 사람과 ‘팀’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