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j Nov 05. 2015

싸게 사고 찜찜할 때(1)

마트와 시장, 그 심리

주말에 대형 마트에서 아내, 두 아들과 장을 보는 것은 소소한 가족 행사 중의 하나입니다. 아들과 식탁에 오를 반찬을 놓고 티걱태걱하는 것도 재미이고, 세 남자가 시식 코너를 서성이며 판매하시는 분의 눈치를 살피며 삼겹살을 입으로 옮기는 것도 재미입니다. 




제가 대형 마트를 이용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은 '대형 마트에서 구매한 상품의 가격이 다른 상점보다 비싸다고 생각한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대형 마트에서 주로 생활용품과 식음료만 구매하기 때문에 '싸다. 비싸다'를 고민하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분명히 동일한 상품을 대형 마트에서 더 비싸게 구매한 경우가 있었을 겁니다. 


대형 마트와의 경험과는 다르게, 저는 수산물 시장, 남대문 시장, 용산 전자 상가 등에서는 상품을 사고 나면 상품을 비싸게 산 것이 아닌가 다소 불편한 감정이 생깁니다. 앞의 시장과 상가가 우리나라에서 저렴하게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저는 상품 구매 후 늘 불편한 감정이 생깁니다. 


대형 마트의 광어회 값이면 수산물 시장은 비슷한 양의 회와 매운탕을 끓일 머리와 뼈까지 주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상품과 가격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음에도 왜 대형 마트에서는 가격에 대한 의구심을 갖지 않고, 수산물 시장에서는 불편한 감정을 가질까요?




제가 수산물 시장에서 회를 사는 과정을 가만히 돌이켜봤습니다. 차를 주차하고 수산물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곧 여러 상점의 점원분들로부터 '무엇을 찾으십니까, 싸게 드리겠습니다!'는 말씀을 계속 듣습니다. '재래 시장에서는 입구에서 상품을 사면 안된다'는 근거 없는 충고에 의지해서 저는 30~40M를 더 들어갑니다. 수산물 시장의 상점의 크기가 3~4M 정도이고, 복도의 양쪽으로 상점이 늘어서 있습니다. '싸게 드리겠습니다'라는 말씀을 대략 20번 정도 듣고 지쳐서 상점들 가격이 비슷하겠지 하면서 한 상점을 선택해서 회를 삽니다. 포장된 회를 들고 나오면서 제 머리 속에는 '다른 상점에서 샀으면 회를 더 많이 주지 않았을까, 아니면 서비스라도 챙겨주지 않았을까'하는 후회가 머릿속으로 스멀스멀 들어옵니다. 결국, 차 트렁크에 포장된 회를 넣으면서 다른 상점에서 살걸 하는 옹졸한 후회를 합니다. 


'대형 마트보다 수산물 시장이 저렴하다는 정보'가 머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심리는 수산물 시장의 여러 상점을 비교하고,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 반면, 대형 마트에서 회를 살 때는 수산물 시장보다 비싸게 사면서 마음이 불편하지 않습니다. '나는 대형 마트에서 상품을 샀고, 이 근처의 모든 대형 마트의 상품 가격은 동일할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저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대형 마트와 수산물 시장을 비교하면서,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다음에 수산물 시장 가서 또 불편한 마음이 생길지 궁금합니다. 




[다른 글]상사에게 스트레스 받지 말자,  그들도 가끔은 모른다! https://brunch.co.kr/@sjmsg/6

매거진의 이전글 읽는 사람 관점에서(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