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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Nov 10. 2015

내 맘 같지 않지요!

리더가 되었을 때 고민

2002년부터 컨설턴트를 시작했고, 2004년에 50여 명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에서 처음으로 파트 리더가 되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프로젝트 관리자를 맡았지만,  그때 저는 '바지 PM'이었고 실질적인 리더는 다른 이사님이었으니 저에게는 2004년이 리더로서 첫 경험이지요.


제 실력이 변변하지 못해서, 당시에는 컨설팅 회사에서 살아남는 것이 목표였기에 리더에 대한 별다른 고민이 없었습니다. 리더로서 어떻게 팀원과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 없이 덜컥 파트 리더가 된 거지요. 개념 없는 것도 문제인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팀원이 모두 저와 손발을 맞춰본 적이 없는 분들이었습니다. 


개념 없는 리더인 제가 팀원과 일을 시작하면서 마주한 첫 감정은 '내 맘 같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팀원이 계획을 세워도, 문서를 만들어도, 이슈를 처리해도, 그 무엇도 제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팀원들의 능력의 문제이고, 이 팀원들과 어떻게 10개월을 보내야 하는지  당황스러웠습니다. 프로젝트 시작 후 현황 분석 단계 2개월이 지난 후에도 '내 맘 같지 않다'는 불편하고 불만족한 제 감정은 변하지 않았고, 팀원들도 제 맘을 눈치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지요.


또 다른 2개월이 지나고 프로젝트 중반에 접어 들었을 때,  '이 프로젝트 관리자는 저를 어떻게 생각하지?' 그리고 '이전 프로젝트의 리더는 어떻게 팀을 이끌었을까?'하고 저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먼저, 제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 관리자를 생각해보니, 그분은 저를 비롯해서 팀 리더들을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분은 일의 범위와 일정을 제시하고, 팀 리더들이 결과를 가져오면 리뷰하고, 이슈에 대해서는 처리 방안을 알려주는 정도로 50명 규모의 프로젝트를 큰 문제없이 이끌고 있었습니다. 저와  그분을 비교해보니  그분은 자신의 스타일을 주장 또는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팀 리더들이 각자 자기의 스타일로 일을 해도 큰 틀에서 이슈가 없으면, 각 리더들을 믿고 일을 진행한 겁니다. 저는 문서의 형식, 문장과 단어까지 제 스타일과 팀원의 스타일을 비교했으니 팀원이 내 맘 같을 수가 없었던 거죠. 지금 생각하면 '정말 쫀쫀한 리더'였습니다. 


현재의 프로젝트 관리자와 저를 비교한 후, 과거 프로젝트의 관리자들을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그분들은 어떻게 프로젝트를 관리했을까?. 한참을 고민하니  그분들은 모두 제가 일을 하기 전에 'How'에 대해서 저에게 미리 알려주었고, 일의 결과에 대한 그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How'를 미리 알려주니 제가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그분들은 결과에 대한 그림을 갖고 있으니 제가 만든 결과물이 부족해도 채울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팀원에 대한 믿음도, How에 대한 가이드도 그리고 큰 그림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 팀원이 모두 내 맘 같지 않았던 거지요.


10년이 지난 지금도 'How'에 대한 가이드와 결과에 대한 큰 그림은 아직도 저에게 숙제입니다. 이 숙제를 풀기 위해서는 제가 팀원보다 더 부지런히 일을 많이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리더는 일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먼저 고민하는 사람인 것을 10년 전에는 몰랐습니다. 


[다른 글] 상사의 일을 뺏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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