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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석준 Seok Joon Kwon Feb 21. 2023

조코비치가 테니스 GOAT이 되는 과정

나달과의 경쟁은 올해를 기점으로 조코비치로 넘어갈 것이다

조코비치가 2023 호주 오픈 결승에서 치치파스를 3:0으로 제압하면서 호주 오픈 대망의 10번째 우승에 등극. 이로써 조코비치는 라파엘 나달과 함께 테니스 그랜드슬램 우승 22회를 기록하며 동률을 기록. 둘은 이미 테니스의 황제 로저 페더러 (20회)를 제치고 남자 테니스 GOAT 레벨에 도달한 상황인데, 현재 폼과 몸 상태로서는 조코비치가 올해 결국 나달마저 제치고 단독으로 GOAT에 오를 것으로 예상. 로저 페더러가 몇 년 전 은퇴하면서 빅 3의 구도는 이미 깨졌고, 조코비치와 나달도 이제 완연한 30대 후반으로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빅 2의 구도마저도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이는데, 사실 빅 2의 구도가 깨지더라도 조코비치는 앞으로 몇 년 간, 심지어 만으로 40이 훌쩍 넘어도 (즉, 2027년 이후에도) 계속 그랜드슬램 우승에 도전할 기세다.


몇 번 페북에 썼지만, 특정 종목에서 이렇게 레전드급 선수들이 동시대에 거의 동일한 전성기를 가지며 10년도 모자라 20년 가까이 판을 과점하다시피 지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아마 남녀 스포츠 역사를 통틀어서도 이런 사례는 없을 것이다. 세 선수는 이 기간 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라이벌이 되면서 계속 실력을 향상할 동기를 얻었겠지만, 이제 페더러도 없고, 나달도 예전 같지 않은 몸상태로 인해 오늘내일하는 상황에서 과연 조코비치가 이제는 누구를 상대로 호승심과 전투력을 갈고닦을지 궁금하다.


조코비치는 현재 딱히 약점을 잡힌 상대도 없고, 특히 다음 세대라 불리는 10년 터울 정도 선수들에게는 더더욱 극강이다. 오늘 패퇴시킨 치치파스만 해도 세계 랭킹은 자신 보다 위지만, 그것이 뭔 대수냐는 듯 3:0으로 이긴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상대전적도 11승 2패로 압도) 물론 동년배 중에도 세계 수준의 선수는 없다시피 하다. 결국 조코비치의 상대는 현재로서는 나이를 매년 먹어가는 자기 자신이지만, 그마저도 미칠듯하게 철저한 자기 관리로 별문제 없이 이겨내는 것 같다. 조코비치가 앞으로 대략 5년 정도는 현재의 폼을 유지한다고 가정해 보면, 앞으로 그랜드슬램을 5~6번은 더 가져갈 것 같은데, 운만 맞아 준다면 누적 그랜드슬램 우승 30번도 바라볼 수 있는 수준까지 간다는 이야기다. 물론 운동선수의 몸은 1년 1년이 다르고 실제로 조코비치의 몸 역시 여기저기 삐그덕 대기 시작하고 있지만, 어쨌든 이제 조코비치는 올해를 기점으로 나달을 제치고 단독 GOAT로 등극하는 것은 거의 확정적인 것 같다.


조코비치가 오늘 우승으로 세운 또 다른 기록은 단일 그랜드슬램 우승 두 자릿수 달성을 나달 다음으로 해냈다는 것. 잘 알려져 있다시피 나달이 프랑스오픈 14회 (통산 112승 4패 승률 96.55%)로 이미 거의 범접이 불가한 전설적인 기록을 달성한 바 있고, 오늘 조코비치가 호주 오픈 10회 (통산 89승 8패 승률 91.75%)를 달성한 것. 페더러의 윔블던 8회 우승 (통산 105승 14패 승률 88.15%)도 경이적인 기록이지만, 단일 그랜드슬램에 대한 특정 선수의 독식급 지배력은 조코비치의 호주 오픈과 나달의 롤랑가로스에 미치지는 못 한다. 만약 조코비치가 앞으로 5년 간 호주 오픈에서 4승 이상을 거둔다면 나달의 롤랑가로스 지배력에 근접하거나 심지어 넘는 것도 가능하다. 아마 향후 100년 간 이 두 GOAT급 선수 둘의 특정 대회 지배력을 넘는 선수는 나오기 정말 어려울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나마 페더러가 가지고 있는 윔블던 지배력도 올해 조코비치가 깰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미 조코비치는 윔블던 7승을 기록하고 있고 승률은 89.58%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승률 면에서는 페더러를 넘어섰고, 승수마저도 올해 따라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조코비치가 앞으로 윔블던에서도 3승 이상을 거둔다면  그야말로 전무후무하게도 두 개의 그랜드슬램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승수에 지배력마저도 올타임 넘버원급의 기록을 갖게 된다. 이마저도 변수는 자기 자신이라 가능성은 꽤 높아 보인다.


물론 조코비치도 사람인지라 언제 갑자기 몸이 망가질지 모를 일이고 승수 쌓기가 당장 멈추게 될는지 모를 일이지만, 지금 당장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해도 이제 조코비치가 사실상 단독 GOAT이 되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우리가 현시대 이런 경이적인 선수의 기록 경신 행진과 극에 달한 수준의 플레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더 없는 행운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호주 오픈 우승 두 자릿수 기록도 달성했는데, 멜버른 시는 이제 좀 인간적으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멜버른 해변 중 한 개 정도는 조코 beach 정도로 개명해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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