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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석준 Seok Joon Kwon Sep 25. 2024

[ABP: 지구의 자기장은 언젠가 사라질 수 있을까?]

골디락스 행성의 자기장의 중요성

주의: 이글의 첫 부분에는 특정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두번째 단락부터 읽으시면 됩니다.

존 아미엘 감독, 애런 에크하트 주연의 SF 영화 '코어 (2003)'에서는 지구의 외핵이 모종의 원인 (스포: 원인은 사실 미 국방부의 지구급 확증 파괴 무기 DESTINI (Deep Earth Seismic Trigger INItiative)의 시험 가동으로 인한 인위적 부작용)으로 회전 운동을 멈추게 되어 지구 자기장에 문제가 생기고, 특히 지구로부터 우주로 뻗은 밴 앨런대 (Van Allen belt) 같은 천연 보호막 역할을 하던 지구 자기장이 점점 사라지면서 강력한 태양풍과 우주 방사선이 지구에 필터링 없이 그대로 입사하게 되어, 말 그대로 지구가 익어버릴 위험에 처해 멸망의 위기를 앞둔 절체절명의 상황을 다룬다. 결국 결자해지 한답시고 미국 정부는 지구 내부 깊숙이 파고 들어갈 수 있는, 언옵태니엄이라는 가상의 물질로 만들어진 탐사선을 건조하고, 지구과학자 여러 명과 핵무기 전문가, 그리고 NASA의 우주비행사 등으로 이루어진 팀이 탐사선에 탑승하여 심해의 지각을 뚫고 맨틀을 지나 외핵까지 파고 들어간다. 우여곡절 끝에 외핵 내부 진입에 성공한 탐사팀은 그곳에서 강력한 핵폭탄을 타이밍에 맞춰 여러 방 터트려 강제로 (일종의 심장 전기충격 같은 효과) 외핵의 회전 운동을 재개시켜 지구의 자기장을 회복시킨다는 내용으로 결말이 난다.

존 아미엘 감독의 영화 '코어 (2003년작)' (출처: IMDB)


잘 알려져 있다시피 지구의 외핵은 주로 철과 니켈로 이루어져 있으며, 철과 니켈은 액체 상태일 때도 전기 전도성을 가진다. 지구 자기장이 생성되는 정확한 기작은 아직도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학계에서 가장 널리, 그리고 많이 지지를 받고 있는 이론은 이른바 다이너모 이론이다. 다이너모 이론에 따르면 구형의 천체가 스스로 자기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 번째 요소는 전기 전도성을 가진 유체, 그리고 일정한 축을 중심으로 한 방향으로 회전하는 각운동량 (예를 들면 행성의 자전), 마지막으로 전도성 유체가 구체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대류 하게 만드는 내부의 열원이다. 이 이론에서 이야기하는 세 가지 요소는 지구에도 해당한다. 우선 지구의 외핵을 구성하는 철과 액체는 액체 상태에서도 전기 전도성을 가진다. 둘째 지구는 비교적 균일한 속도로 오랜 시간 동안 한 축을 기준으로 자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구 내부는 고온이며, 깊이에 따라 온도가 올라가므로 액체 상태의 외핵 내부에서는 대류가 일어난다. 


지구 내부로 들어갈수록 온도는 높아진다. 특히 외핵은 평균 온도 4,400도에 달한다. 그 열원은 지구가 형성되던 태초, 무거운 원자량으로 인해 중력에 이끌려 지구 깊숙이 들어간 내부의 방사성 동위원소가 오랜 시간 동안 붕괴하면서 내놓은 열로 추정된다. 평균 온도 4,400도에 달하여 철과 니켈을 충분히 녹일 정도로 뜨거운 지구의 외핵이 액체 상태에서 할 수 있는 회전 운동은 크게 두 가지다. 일단 지구의 자전에 의한 방위각 (azimuthal angle, 대략 적도를 따라 경도가 증가하는 방향) 방향으로의 회전 운동이 있다. 이 회전 운동에 의해 지구의 자전축과 평행한 방향으로 1차적인 자기장이 형성된다. 형성된 자기장은 전자기유도 현상을 일으켜 외핵에서 전류가 발생한다. 외핵은 전도성 액체이므로 발생한 전류가 흐를 수 있다. 두 번째가 지구 내부의 온도가 반지름 방향으로 낮아지면서 액체 물질의 밀도에 역전이 생김으로써 발생하는 대류 운동이 있다. 이때 지구의 형태가 구형이기 때문에 대류 운동을 하는 순환 셀 (cell)이 동시 다발적으로 여러 개 생긴다. 즉 오르락내리락하는 순환 흐름들이 서로 이웃하면서 위에서 보면 마지 벌집 모양처럼 형성되는 것이다 (이를 레일리-베르나르드 대류 (Rayleigh-Bernard convection) 셀이라고도 부른다). 대류 셀에서 뜨거운 지역에서는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액체 철+니켈, 그리고 외핵에 있던 수많은 금속 이온들은 흐름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가 차가운 지역에서 온도가 낮아지면 (외핵과 맨틀 경계 근처에서) 다시 내핵 방향으로 하강한다. 내핵-외핵-맨틀로 향하는 온도의 구배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면 이러한 대류 셀들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첫 번째 방위각 방향 자전에 의해 형성된 자기장으로부터 전자기유도 현상으로 발생한 전자와 금속 이온들은 흐름은 대류 운동 셀의 흐름을 타고 위-아래로 전달된다. 전하를 띤 입자들이 특정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면 이번에는 그로 인해 다시 전자기유도가 발생하여 2차적인 자기장이 생긴다. 이러한 자기장은 여러 셀에서 동시에 생길 수 있는데, 그 자기장의 주 방향은 동시에 생긴 2차적 자기장들의 벡터 합의 방향으로 결정된다. 지금으로서는 그 방향이 대략 실제 북극-남극 방향과 비교적 잘 정렬된 방향 (자전축과 10-11도 정도 틀어진 방향)으로 형성된 것이다. 그래서 인류는 꽤 오래전부터 지구의 자기장을 이용하여 나침반을 이용하여 방위를 측정할 수 있었다. 

다이나모 이론에 따른 지구 자기장 생성 메커니즘 (출처: "How does the Earth's core generate a magnetic field?". USGS FAQs. U


그렇지만 지구의 자기장은 상수로 취급되는 것은 아니다. 다이너모 이론을 적용한다면 지구의 자기장은 적어도 30억 년 전쯤부터 생성되기 시작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지구의 자기장이 가만있던 것은 아니다. 지구 내부의 지질 활동이 비교적 일정한 것 같아도 끊임없이 변화가 누적되고 있고, 이로 인해 외핵의 회전과 대류 운동 셀에도 끊임없는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구의 자북극은 20세기 만에도 1년에 평균 10 km 내외로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구 자기장이 측정되기 시작한 이후, 1900-2000년 사이의 100년의 기간 동안 자북극은 약 1,000 km 정도 이동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2000년 이후, 자북극의 변동 범위가 증폭되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 지구의 자북극은 매년 30 km 이상, 그리고 2018년에는 50 km씩 이동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지구의 자북극은 북위 80.7도, 서경 72.7도, 지구의 자남극은 남위 80.7도, 동경 107.3도다. 경도의 위치에서도 볼 수 있듯, 현재 지구의 자북극-자남극을 잇는 선은 지구의 중심을 통과하지는 않는다. 


21세기 들어 관측된 또 하나의 흥미롭고 한 편으로는 걱정되는 사실은 지구의 자기장 세기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지구 자기장 세기는 그전부터 꾸준히 약해지고 있었다. 1990년-2020년 사이 불과 30년 만에 지구 자기장에 의한 자기 모멘트 (magnetic dipole moment)는 7.84*10^22 Am^2에서 7.71*10^22 Am2로 1.7%나 감소했다. 유럽 우주국 (ESA)에 따르면 지구의 자기장 세기 자체는 2010-2020년 10년 사이 무려 5%나 약해진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2020년 기준, 지구상에서 가장 자기장 세기가 약한 지역은 우루과이 근처와 남아프리카 서해안을 잇는 아령처럼 생긴 지역이다. 그리고 이 지역의 면적은 매년 커지고 있고 평균 자기장 세기는 점점 약해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 아령이 아예 두 개의 원으로로 갈라지는 것 같은 양상마저도 보이고 있다. 지구 자기장의 세기가 점점 약해지고 지구 자북극과 자남극의 위치 변동성이 커지면서 우리의 예상보다 빠르게 지구의 자기 역전 현상, 즉, 자북극과 자남극이 서로 뒤바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구 자기 역전은 사실 과거에도 여러 번 있어 왔던 일이다. 지질학자들의 화강암 등에 박제된 고지자기 조사에 따르면 지구 자기 역전 현상은 적어도 최근 500만 년 동안 7-10번 정도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최근의 지자기 역전은 대략 70만 년 전인데, 그간의 주기를 따지면 이제 언제든 지자기 역전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점이 되긴 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지구 자기장이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측이었다. 지자기 역전이 여러 극점을 동시에 형성할 수도 있는 극적인 과정이긴 해도, 자기장 자체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 많은 학자들은 예상했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지구의 외핵이 회전을 멈추고 대류 운동 셀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설사 지구 자기 역전이 생명체에게 커다란 재앙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절멸 수준은 아니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지난 500만 년 동안 적어도 7번 이상 일어났던 지자기 역전 현상이 정말 생명체 절멸 수준의 재앙이었다면 지구상의 생명체는 적어도 70만 년마다 대멸종을 거듭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질학과 고생물학 연구에서는 그 정도의 '빈번한' 대멸종 사태는 없었음이 확인된다. (대멸종에 명확한 주기는 없으나 대략 2,600만 년-3,600만 년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2023년 1월 23일자로 보고된 지구 내핵 멈춤에 대한 분석 결과 (출처: Nature Geoscience)


그런데 최근 Nature Geoscience에 보고된 연구 결과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1-022-01112-z) 따르면 지구 외핵의 회전이 아예 중단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중국 페킹 대학 소속 지구과학자들인 Yi Yang 과 Xiaodong Song은 1995년부터 2021년 사이에 발생한 지진파 데이터를 분석해 2009-2011년 사이에 지구의 내핵이 멈췄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보고하였다. 그간 내핵은 철과 니켈로 구성된 고체이면서 외핵과는 반대 방향으로 그리고 더 빠르게 회전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내핵의 회전이 주기적으로 멈췄을 가능성도 제기된 것인데, 그 주기는 놀랍게도 겨우 70여 년 밖에 안 된다고 한다. 마치 세탁기의 빨래통이 시계 방향으로 회전했다가 잠깐 멈추고 다시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처럼, 지구의 내핵도 시계/반시계 방향으로의 회전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면서 중간에 쉬는 시간을 갖는 것처럼 관측된 것이다. 물론 이 연구는 지구의 내핵의 회전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지구 자기장의 주요 엔진인 외핵의 회전이 멈출 수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문제는 외핵과 내핵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내핵과 외핵이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면 문제가 없겠으나,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면 외핵의 각운동량은 계속 깎여 나갈 수 있다. 물론 관성 질량 자체는 외핵이 내핵보다 훨씬 크므로 (내핵은 대략 9.87*10^22 kg, 외핵은 1.87*10^24 kg으로서, 외핵의 질량은 내핵의 약 20배다.) 내핵의 회전 토크가 외핵과의 계면에서 마찰에 의해 외핵의 회전 토크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크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핵의 회전이 주기적으로 방향을 바꿈으로써 외핵의 회전에는 끊임없는 브레이크 (전단력)가 걸릴 수 있다. 저자들에 따르면 내핵의 회전 운동 자체의 복잡성은 내핵-외핵, 외핵-맨틀의 계면이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구조일 수 있고, 내핵, 외핵의 회전 운동도 따라서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운동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징후가 보인다고 한다. 


물론 당장 내핵이 멈추고, 지구 자기장이 약해지며 지구 자기 역전이 생긴다고 해서 영화 core에 묘사했던 수준의 대재앙이 지구에 찾아온다는 뜻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지구의 자기장은 지난 30억 년 동안 비교적 안정적으로 형성되어 왔고, 수십 만년마다 반복되는 지자기 역전에도 불구하고 자기장 자체가 사라진 적은 없다. 내핵이 이리저리 회전 방향을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액체 상태 외핵의 움직임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것 같고 지구 내부의 방사성 동위원소도 여전히 뜨거운 열을 방출하면서 붕괴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오로지 외핵의 회전에 모든 것을 의존하고 있는 지구의 자기장이 정말 10년에 5%씩, 혹은 30년에 1%씩 사라지고 있다면 지구 자기장은 어느 날 갑자기 정말로 괴멸적인 수준으로까지 약해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밴 앨런대라는 천연 보호막도 사라질 것이고, 태양과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하전 입자가 필터링 없이 대기와 지표면을 공격할 것이다. 화성에도 한 때 풍부한 대기가 있었다고 알려졌으나, 유감스럽게도 화성에는 지구 같은 전도성 외핵 같은 다이너모 엔진이 없다. 그래서 자기장이 매우 미약하고 그 대기를 보호해 줄 밴 앨런대 같은 천혜의 보호막이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화성의 대기는 화성의 덩치에 비해 너무나 미약하게 남아 있다 (화성보다 크기가 작은 수성에도 강력한 자기장이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화성에 자기장이 없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지구의 대기권 역시 지구 자기장이라는 보호막이 사라진다면 언제든 화성 수준으로 얇아질 수 있을 것이며, 그 경우 지표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생물은 절멸 신세를 면치 못 한다.

화성과 지구의 대기 비교 (출처: ESA)


30년마다 1%씩의 비율이라고 해도 1,000년 정도 지나면 70% 수준, 2,000년 정도 지나면 현재 자기장 세기의 50% 수준까지 약해진다. 만약 10년마다 5%씩의 비율이라고 한다면 겨우 100년 만에 60%로, 200년 만에 36%로, 그리고 500년이 지나면 현재 자기장 세기의 7.6%로 급격하게 약해진다. 전자의 시나리오에 따른다고 해도 남은 시간은 2천 년 정도, 후자의 시나리오에 따른다면 남은 시간은 100년 좀 넘는 정도밖에 안 될 것이다. 물론 두 시나리오 모두 과장된 수치일 수 있고, 지구 자기장이 어느 순간 다시 강해질 수도 있다. 지구 외핵의 움직임은 끊임이 없으며 변화무쌍하므로, 언제 다시 강해질지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경향이 지속될 경우 정말 최악의 시나리오라면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200년도 안 된다. 긍정적인 수치로 평가해도 2천 년 정도다. 물론 그 기간 동안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 다른 행성에 자리를 잡거나 태양계를 떠나 제2의 지구를 찾아 집단 이주를 할 수도 있겠지만, 2백 년 혹은 2천 년이라는 시간은 그러기에는 왠지 별로 충분치 않아 보인다.


한 편으로는 정말 SF에 가깝다고 여겨졌던 일들이 어느 순간 일상으로, 현실로 바뀔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생각보다 가까운 시점에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은 두려움도 주지만 그렇다고 희망마저 없애는 것은 아니다. 영화 코어에서는 과학적 관점에서는 정말 말도 안 될 정도의 방법으로 회전을 멈춘 지구의 외핵에 충격을 가한다. 메가톤급의 핵폭탄 여러 개를 정교하게 계산된 타이밍에 맞춰 터트려 거대한 충격파를 외핵 구석구석에 흩어 뿌리는 방법으로 그 충격을 이끌어낸다. 물론 정말 외핵이 멈추는 순간이 찾아왔을 때 인류가 지구를 뚫고 외핵까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탐사선을 만들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더구나 인간이 만든 그 어떤 핵폭탄을 수십, 수백 기 동원한다고 해도 외핵 정도의 관성 질량을 가지고 있는 유체에 각운동량을 갑자기 부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흘러 먼 미래의 인류가 외핵의 회전이 아닌, 전혀 다른 방법으로 지구 주변에 인공 자기장을 만들거나, 하전 입자를 한 곳으로 흐르게 만들어 모으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적어도 인류가 거주하는 지역 정도는 차폐할 수 있는 전자기 차폐재료를 개발한다면 여전히 인류는 외핵의 회전 없이도 지구에서 살아갈 방법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안 된다면 결국 지하 깊숙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먼 미래 정말 지구의 자기장이 사라지는 것이 확실시된다면, 사라진 자기장으로 인해 나침반으로 독도법 훈련 (오리엔티어링) 하던 보이스카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머리에 작은 산화철 같은 자성 입자 몇 개를 모아 두었다가 계절이 바뀌면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며 이곳저곳을 찾아 떠나는 철새들도 사라질 것이며, 자기장 맵에 의지하여 전파 송수신 방향과 감도를 조절하는 위성들에도 자기장 센서가 더 이상 부착되지 않겠지만, 자기장이 없이 살아가기 시작하는 인류라면 또 그 시대에 맞게 적응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시대 정말 지구 자기장의 커다란 변동을 보게 될지, 그것이 우리 삶에 지구 기후 위기보다 더 큰 영향을 주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충격에는 대비해야 하고, 우리가 늘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지구적 스케일의 현상이 언제든 당연한 것이 안 될 수도 있음을 인지할 때가 된 것 같다. 삶은 계속되어야 하지만 삶의 지속을 위해서는 이제 우리 주변뿐만 아니라 지구 자체를 더 세심하게 관찰하고 살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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