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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석준 Seok Joon Kwon Jul 13. 2021

기후위기의 직격탄이 터지는 곳

영구동토층의 급변

매년 빠르게 상승 중인 지구의 평균 기온으로 인해, 이제 극지방에서 영구동토층이 분포하는 면적은 그에 비례하여 빠르게 줄어들고 있고, 한 때 영구동토층이었던 지역에서는 지하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 그리고 그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 가스인 메탄가스가 공기 중으로 유출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당연히 대기 중 온실 가스의 농도 상승은 더 가속되고 있고, 일부 학자들은 지구 기후 위기의 악순환 사이클이 이미 시동이 걸린 상황이라 진단하고 있다. 


시베리아 Ambarnaya 강 유역 지도

영구동토층에서 온실 가스가 누출되고 있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사실 이들이 갑자기 누출되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조금씩 새어 나오는 경우보다, 마치 폭발하듯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경우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말, 코로나로 인해 정신이 없던 한국에는 잘 안 알려진 북극권 사고 소식이 하나 있다. 시베리아에 위치한 Norilsk 근처에 있는 Kayerkan 지역에는 세계 최대 팔라듐 및 니켈 채굴 회사인 Norilsk Nickel의 광산이 있다. 그런데 이 광산에 있던 거대한 디젤유 저장고가 갑자기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무려 2만 톤에 달하는 디젤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일부 유출된 기름이 불에 붙어 큰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8월 남아프리카 모리셔스 앞바다에 좌초하면서 두 동강이 난 일본의 화물선에서 유출된 기름이 대략 1천 톤이었는데도 난리가 났던 것을 기억해 보면, 그것의 20배에 달하는 기름은 정말 어마어마한 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지난 2007년 태안 앞바다 삼성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로 서해 바다와 태안의 아름다운 해변을 오염시킨 원유의 양이 대략 1만 2천 톤 정도였다. 유출된 대량의 디젤은 근처 Ambarnaya 강으로 흘러들어 (첫 번째 지도, 두 번째 사진 참조), 결국 북극해까지 유출되어, 강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지만, 워낙 도로 사정이 안 좋아 지리적 접근이 어렵고, 사고의 규모도 커서 아직까지 제대로 수습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염된 Ambarnaya 강 사진


지난 8월, 역시 시베리아 툰드라 평원 한가운데에서는 난데없이 갑자기 거대한 싱크홀이 생기는 현상도 목격되었다 (세 번째 사진 참조). 폭 20 m, 깊이 30 m 정도로, 웬만한 아파트 한 동이 통째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의 거대한 구멍이 생긴 것이다. 일부는 이것이 운석의 충돌에 의한 분화구라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조사 결과, 이는 구멍이 있었던 자리에 압축되어 저장되어 있던 메탄가스가 이번 여름 시베리아 지역의 이상 고온 (무려 35도에 육박하는) 현상으로 고열의 환경에 오래 노출된 나머지, 압력이 급상승하여 갑자기 폭발하면서 생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정확한 사고 원인은 여전히 조사 중이지만, 주변에 폭발물의 흔적이나 운석의 관측이 그 시간대에는 없었으므로, 메탄가스의 폭발설이 가장 유력한 설이 되고 있다. 


시베리아 지역에 갑자기 발생한 싱크홀

영구동토층에 이렇게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과거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이 지역에 살던 동식물들의 사체가 계속 누적되어 묻힌 상태에서, 이 지역의 온도가 낮아, 사체를 분해해야 할 미생물의 활동이 저하되어 유기물 분해가 느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미생물들은 조금 따뜻해지면 다시 활동성이 강해 지므로, 약간이라도 영상의 기온이 회복되면 유기물 분해로 인한 가스가 생성되고, 마침 단단하게 얼어붙은 땅에도 기온 상승으로 인한 균열이 생긴다면, 그 틈으로 가스가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틈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유출 속도 대비, 내부의 압력이 너무 빠르게 올라 가면, 마치 폭탄이 터지듯 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구동토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는 그간 영구동토층의 두께가 두껍고, 단단한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큰 폭발 사고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지구 기후 위기로 인해 영구동토층이 빠르게 해빙되고, 그로 인해 동토층 내부의 틈이 점점 벌어지면서 이제 가스들이 나갈 준비가 된 것이다. 그리고 자꾸 뜨거워지는 여름의 기온은 이들 가스의 운동량을 증가시켜, 결국 압력을 상승시키고, 폭발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지금까지는 영구동토층의 해빙으로 인해 서서히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온실 가스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고 있었고, 주로 그에 맞춰 대비책이 세워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전혀 다른 성격의 사고의 빈발에 대해서도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 되고 있다.


러시아의 시베리아 지역에는 가스 수송관이 닿지 않는 지역이 너무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어서, 발전 및 난방, 수송용으로, 각지에 위의 광산 같이, 거대한 유류 저장고를 설치하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 이들 유류 저장고는 따로 기초 공가 없이 평생 단단할 것만 같던 영구동토층 위에 세워졌다. 그렇지 않아도 불이 잘 붙는 메탄가스와 석유 사이에는 아슬아슬한 두께의 유류 저장고 벽만 놓여 있을 뿐이다. 영구동토층이 폭발함으로 인해 저장고에 틈이 생기고, 건조한 날씨라면 아주 작은 불씨만 있어도 이 지역은 순식간에 초토화될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영구동토층의 빠른 해빙으로 인해, 전 지역에 걸쳐 동토층에 불안정한 요소들이 급증할 것이고, 이는 연쇄 폭발 및 거대 화재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거대한 화재는 시베리아의 침엽수림 영역까지도 번질 수 있으며 (물론 식생 범위와 영구동토층 지역의 오버랩은 크지 않긴 하지만..), 메탄 가스나 석유에 옮겨 붙은 불은 그 자체로 또 거대한 이산화탄소 공장이 될 수도 있다.


시베리아 구석 어딘가에서 폭발하고 있을 영구동토층 내부의 메탄가스는 당장 우리의 삶과 별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결국 매년 지구 기후 위기가 격심해질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다.


영구동토층의 해빙이 무서운 이유는 또 있다. 지난 2016년, 시베리아 야말 반도 근처에서는 2,300마리나 되는 순록 집단이 떼죽음을 당한 사건도 있었는데, 이는 다름 아닌 영구동토층에서 잠들어 있던 탄저균에 감염되었기 때문으로 조사 결과가 나왔다. 탄저균은 차라리 양반이다. 지금껏 현생 인류가 겪어 보지 못했던 종류의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얼마든지 영구동토층 깊은 곳에 어떤 이름 모를 동물의 사체 속에 박제되어 있을 가능성은 늘 있으며, 이들이 지표에 나와 물에 섞이고 그것을 철 따라 이동하는 포유류가 마시고, 그 포유류가 인간이 사는 지역 근처에서 사냥꾼에 의해 사냥되어 누군가가 섭취하기라고 한다면, 그 균이나 바이러스가 인간의 사회로 전파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미 경험한 바이러스의 변종일뿐인 박쥐 유래 COVID-19에 대해서도 인류는 거의 9개월이 넘어가는 시간 속에서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는데, 아예 경험해 보지도 못 하고, 백신이나 면역은 더더욱 기대할 수 조차 없는 신종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만나면, 그 혼란은 어마어마할 것임은 당연하다.


영구동토층의 문제는 일단 이 면적이 너무 넓다는 것이다. 시베리아, 캐나다 북부, 알래스카, 그리고 그린란드 일부 지역에 걸쳐 북극권에 분포하고 있는 영구동토층의 면적은 2천2백만 평방킬로미터에 달한다. 한반도 면적의 100배가 훨씬 넘는 광활한 지역이다. 당연히 이 지역에 매장되어 있는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정확한 양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지역에 묻힌 탄소의 양은 대략 1,400 기가 톤 (1.4*10^12 t)으로 추정된다. 이 양이 얼마나 큰 양인지 감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에서 한 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대략 5.9*10^9 t (5.9 Gt)쯤 된다. 탄소만 따지면 대략 1.6*10^9 t (1.6 Gt)쯤 되는 셈이다. 다시 말하면, 북극권에 있는 영구동토층에 매장된 이산화탄소는 미국에서 대략 1,000년 동안 내뿜는 이산화탄소만큼 묻혀 있는 것이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구동토층의 균열과 해빙, 그리고 식생 번성과 그로 인한 동토층 파괴가 가속화되면서, 이제 북극권의 영구동토층 중 대략 5-10% 정도가 언제든지 메탄 혹은 이산화탄소 가스가 유출되어도 이상한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 당연히 이 비율은 지구 기후가 더 상승하면 더 높아질 것이다. 일부 연구는 30%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계산에 따르면 영구동토층에 갇힌 이산화탄소가 원래의 조건에서 아주 느린 확산에 의해 영구동토층 밖으로 나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140년 정도다. 물론 이는 원래의 조건을 가정했을 경우고, 온도가 지금보다 5도 이상 오르면 그 시간은 더욱 단축될 것이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90년까지 단축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종합하여 아주 간단한 추정만 좀 비관적으로 해 보자. 영구동토층 중 대략 30% 정도가 지구 기후 위기로 인한 기온 급상승에 촉발되어 유출을 시작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420 Gt의 탄소가 언제든 나올 준비를 한 것이다. 이중 매년 3 Gt 정도가 원래 확산에 의해 나온다고 아주 단순하게 가정하자. (140년 정도 걸리니. 물론 확산 방정식을 이렇게 풀면 안 된다. 그냥 계산 편의다.), 그런데 이 속도가 가속되어, 이제는 4.8 Gt씩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추가로 나오는 양은 1.8 Gt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양은 우연하게도 매년 미국에서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배출되는 탄소의 양 1.6 Gt과 거의 같다. 즉, 북극권에 갑자기 미국만큼 무지막지한 탄소 배출을 하는 공장이 원래 없다가 갑자기 새로 생겨나는 셈이다. 문제는 미국 같은 인간의 사회는 법이든 인센티브든, 인위적인 방법으로 어쨌든 탄소의 발생을 줄여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반면, 영구동토층의 탄소 공장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깨지고 갈라지고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한반도 100배 만한 면적의 영구동토층에 시멘트 콘크리트 질을 하여 뚜껑을 덮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다시 기온을 낮춰 원상 복귀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매년 시베리아의 여름 기온은 점점 상승할 텐데, 지금 유출 속도만 유지해도 정말 다행일 수도 있을 정도로 지금의 영구동토층 상황은 정말 심각하기 이를 데가 없다.


어쩌면 인류는 이미 지구 기후 위기를 진정시킬 수 있는 황금 시간대를 놓친 것일지도 모른다. 티핑 포인트를 지나고 나면, 이제는 기후 위기는 스스로 살아 있는 생물처럼 알아서 그 영향을 지구의 전 방위로 확장시켜 나간다. 영구동토층을 마구 잡이로 녹일 것이고, 영구동토층은 저장하고 있던 탄소의 방출로 공포스러운 상호 강화 사이클에 화답을 할 것이다.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는 빙하와 극지방의 빙붕, 빙산은 햇빛에 대한 최후의 반사판 역할을, 그저 빛바랜 사진 속에 기록으로만 남겨 두고 마감할 것이다. 저항 세력이 많이 사라진 상황에서, 당연히 태양 에너지는 더 많이 지구의 표면으로 흡수될 것이다. 순 증가한 태양 에너지의 양은 결국 대부분 바다가 감당할 것이고, 그로 인해 표층에서의 수증기 증발은 더 격심해질 것이다. 이는 더 많은 비구름으로 연결되고, 따라서 강수량은 증가한다. 더 늘어난 강수량은 지구 전 지역에 물난리를 가져오겠지만, 특히 여름철 시베리아 지역에 내리는 따뜻한 비는 불안정해지고 있던 영구동토층의 틈 사이사이로 잘 스며들어가 결국 쐐기가 통나무 쫙 쪼개듯, 수만 년 간 얼어붙어 있던 두꺼운 영구동토층의 더 깊숙한 곳까지 쪼개고 또 쪼개게 될 것이다. 연쇄 폭발과 무너짐, 그리고 그 틈을 비집고 들어 가는 식생의 씨앗과 빗물은 영구동토층 내부의 또 하나의 티핑 포인트를 격발 할 방아쇠를 당길 것이고, 이는 인간의 현재 기술로는 도저히 막을 방도가 없는 무시무시한 지구적 스케일의 현상이 되어 버린다. 그와 동시에 영구동토층 저 아래 어디에선가 동면 중이던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오랜 잠을 깨고 표면으로 나올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 결국 이들은 인간의 거주지까지 어떤 방식이든 진출하게 될 것이다.


인류가 멸망하는 원인은 사람이 죽는 원인이 다양한 것처럼 정말 다양하다. 우스갯소리처럼 가끔 언급되는 적대적 외계인의 지구 침공부터, 거대 운석의 충돌, 옐로스톤 지하에 있는 거대 화산의 폭발과 그로 인한 장기적인 햇빛 차단, 환태평양 화산대에 분포한 지층의 동시다발적 거대 지진,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팬더믹 등은 그중에서도 잘 알려진 요인들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의 목에 가장 가까이 와 있는 칼날은, 다름 아닌 지구 기후 위기, 그리고 그중에서 더 날카로운 칼날은 극지방의 영구동토층의 붕괴다. 이미 칼날은 날카롭게 벼려지고 있고, 점점 인류의 목과 칼날 사이의 거리는 좁혀지고 있다. 인간이 아무리 칼날로부터 뒷걸음질 치려 해도, 마치 뒤에 단단한 벽이 있는 것처럼, 인간은 지구를 떠나지 못하는 신세다. 획기적인 온실 가스 저감 기술과 지구 기후 안정화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이 경로는 이미 확정된 경로이기 때문에, 차라리 인간의 문명은 칼을 맞아도 급소를 피해서 맞는 방향을 택하여, 적어도 치명상은 피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더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속 가능 방법일 수도 있다. 치명상을 어떻게 피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적어도 다치는 것이 죽는 것보다는 나으니, 차선책이라도 찾아야 한다.


생각하면 할수록, 지구 기후 위기는 코로나나 G1-G2의 기술 전쟁이나, 한국의 인구 구조 급변 같은 문제에 비하면, 참 어렵고 절망적인 끝이 정해진 책 같은 문제인데, 여전히 나는 이산화탄소나 내뿜으면서 전기를 사용하며 이렇게 자판이나 한가로이 두드리고 있으니, 과학자를 자처하는 사람으로서 무력하기 짝이 없다. 내 아이들을 비롯하여 그 이후의 후손들에게 괜스레 더 미안해질 뿐이다. 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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