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가 쉽게 느껴진다면 그 결과의 의미가 무엇일까 고민해야 한다.
남아공 태생의 수학자 피터 사낙 (Peter Clive Sarnak)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수학 연구를 하는 것은 대체로 절망적이며, 절망에 빠지는 것에 당신이 익숙해질 수 없다면 수학은 당신의 이상적인 직업이 아닐 것이다. 수학자들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곤경에 빠져 있으며,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예외적으로 천재이거나 혹은 당신이 시작하기도 전에 어떻게 푸는지 알고 있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피터 사낙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비단 수학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연구자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리학, 화학, 공학도 마찬가지다. 어떤 시스템을 구현하려고 계획하고 실행했는데, 그대로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사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장애물을 넘는 것이 진짜 엔지니어링이다. 어떤 이론적 난제를 풀려고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해 보는데, 대부분의 경우 실험은 망하고, 가설은 맞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실 그 과정에서 관측되는 실험 데이터와 새로운 모델이 진짜 과학의 진보를 이끌어내는 주종이다.
연구자로서 내가 하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혹은 개발하고자 하는 시스템에 대해, 중차대한 장애물을 만나지 않고 순조롭기만 하다면 한 번 뒤를 돌아볼 일이다. 이 문제나 시스템이 정말 이 정도로 쉬운 문제인가? 그렇다면 과연 시간과 정성을 쏟아 해결할 가치가 있는가?
문제가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연구에 대해서는 가끔씩 이런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에너지와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젊음은 짧으며, 연구 펀드 역시 금방 마감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