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레스트 제이 Feb 01. 2020

유네스코 루트

- 이탈리아 11편

비첸차와 팔라디오 양식 빌라들 / City of Vicenza and the Palladian Villas of the Veneto (유네스코 문화유산 #712)

'빛과 건축의 도시'

이탈리아 북동쪽에 있는 도시 ‘비첸차’를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말은 없을 것 같다.

이는 이 도시에 후기 르네상스 건축을 이끌고, 현대 건축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안드레아 팔라디오(Andrea Palladio, 1508-1580)가 남겨놓은 많은 건물들이 도시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팔라디오는 비첸차의 옆 도시인 ‘파도바’에서 태어났는데, 대부분의 세월은 비첸차에서 보냈다고 한다.  1524년 팔라디오의 대부인 빈첸초 데 그란디(Vincenzo de Grandi)의 도움으로 비첸차 석공 길드에 조수로 가입하였고 이후, 비첸차의 인본주의 학자였던 잔 조르조 트리시노(Gian Giorgio Trissino)가 팔라디오의 천부적 능력을 알아보고 고대 로마 유적과 르네상스 고전주의 건축을 접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팔라디오 양식(Palladianism)’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는 '건축 사서'라는 책을 발간하게 된다.


이 건축양식은 바로크 건축 등 중세 건축에 대한 반발과 르네상스의 근간이 되는 인본주의에 뿌리를 둔 고대 그리스와 로마 건축의 차용에서 비롯된 독립적이고 완결적인 형태를 특징으로 하고, 기하학적 법칙에 따라 비례와 조화를 추구하여 완벽한 건축 설계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빌라 알메리코 카프라 (일명 '라 로톤다')

팔라디오의 건축 양식 중 가장 유명한 건물은 ‘빌라 알메리코 카프라(Villa Almerico Capra)’인데, 원형의 지붕이 있다고 해서 일명 ‘라 로톤다(La Rotonda)’라고 불리는 빌라이다. 이 빌라는 1556년에 비첸차 외곽에 지어졌는데, 동서남북 사방의 규격이 완벽한 기하학적 비율로 되어 있다. 전면을 보면, 마치 그리스의 아테네 신전 같은 느낌도 들고, 위에서 보면 르네상스 건축의 특징인 돔 형태의 지붕을 가지고 있다.  


1542년에 지어진 ‘빌라 발마라나(Villa Valmarana ai nani)’라는 빌라도 유명한데, 아름다운 정원을 갖추고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들리는 곳이다. 담벼락 위에 조각상들은 주인집 난쟁이 딸의 죽음을 추모하는 시종과 시녀의 모습을 난쟁이 크기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빌라 발마라나

비첸차 시내 중심가에도 팔라디오의 작품이 많이 남아있다. 먼저, 비첸차 도시 중앙에 있는 비첸차 대성당(Vicenza Cathedral)은 돔(1558년)과 측면 출입구(1563년)를 팔라디오가 설계해서 만들었는데, 세계 제2차 대전에 파괴되었다가 다시 재건축한 것이다.

비첸차 대성당

시뇨리 광장에 있는 ‘바실리카 팔라디아나’도 유명한 건물인데, 이 건물은 12세기에 지어졌다가 많이 부서진 예배당이었는데, 1546년에 팔라디오가 보수 공사를 시작하고, 그의 사후인 1614년에 그의 제자들이 완공하고 팔라디오의 이름을 붙였다. 


 바실리카의 건너편에 있는 '로지아 델 카피타니오(Loggia del Capitanio)'도 역시 팔라디오의 작품인데, 결국 완공 전에 팔라디오가 세상을 떠나서 미완성 형태로 남아있긴 하나, 코린트식 기둥과 아치형 문, 발코니 등은 팔라디오의 건축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건물이다.

바실리카 팔라디아나 & 카피타니오 로지아


바실리카 팔라디아나 옆에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동상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안드레아 팔라디오의 동상이었다. 서울의 광화문에 우뚝 서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의 위압적인 느낌보다는 건축을 사랑하고, 도시를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그런 겸손함이 느껴지는 동상이었다. 뭐랄까... 아버지의 느낌보다는 어머니의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팔라디오 동상과 그의 숨결이 숨쉬는 비첸차 시뇨리 광장

팔라디오 양식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은 곳은 영국과 미국으로 그리니치의 ‘퀸스 하우스’, 런던 근교의 ‘치즈윅 하우스’, 미국  버지니아주의 ‘몬티첼로’ 등등이 그 영향을 받은 건물들이다. 특히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팔라디오 양식을 공공 건축에 적용하여 공화주의와 민주주의의 이상을 구현하고자 하였다고 하니, 참으로 건축에도 철학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한국의 많은 고층건물들은 우리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고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유네스코 루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