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 Jongmyo Shrine (유네스코 문화유산 #738)
오랜만에 고국에 오다 보니, 대한민국의 모습이 새롭게 보인다.
경제적으로 이룬 발전뿐 아니라, 한국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문화유산이 나에게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새로운 자각을 바탕으로 세계에 인정받는 한국의 문화유산들을 하나하나 방문해 보고 그 느낌을 기술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방문한 곳은 서울시 종로 한복판에 있는 '종묘'이다.
필자가 어린 시절, 아마도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소풍을 다녀왔던 곳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이 곳은 유교를 통치기반으로 하여 건국한 조선왕조 1대 왕 태조 이성계가 본인의 조상들을 모시기 시작하여, 이후 조선 시대 역대 왕과 왕비, 그리고 추후에 인정된 왕(추존왕)과 왕비의 위령을 모신 곳이다.
조선시대에서는 가장 큰 신당인 '정전'만을 종묘라고 불렀고, 왕이 국가의 안녕과 백성의 안위를 기원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제사에 참였지만, 현재는 부속된 '영녕전'을 모두 합쳐서 종묘라 부른다.
1대 왕 태조 이성계가 1394년 기공식을 시작하여 이듬해 정전 7실을 만들었고, 3대 왕인 태종 때 재궁을 건립하였으며, 4대 왕인 세종대왕이 2대 왕인 정종의 무덤을 짓기 위해서 영녕전을 별도로 짓게 되었다.
이후, 증축이 추가로 몇 번 되었으나, 아쉽게도 임진왜란이었던 1592년에 정전과 영녕전이 대부분 불타버리게 된다.
하지만, 15대 왕 광해군이 다시 정전 11실과 영녕전 10실을 다시 세우게 되고, 1726년 영조와 1836년 헌종 때 정전에 추가로 각각 4실씩을 늘이게 되어, 총 정전 19실과 영녕전 15실을 만들게 된다.
'정전(正殿)'에는 태조 '이성계'의 신주를 비롯하여, 공덕이 있었던 역대 왕과 왕비 49명의 신주를 모시고 있다.
건물 전면에 길게 반복되는 기둥의 배열은 조선왕족의 영속성을 나타내며, 하늘 쪽으로 펼쳐지는 지붕은 무한을 상징한다. 단순하지만, 조선시대 목조 건물로서의 고전적인 건축미를 잘 나타내어 준다.
'영녕전'에는 태조의 조상 4대조를 비롯하여 조선의 왕 16명과 왕비 18명의 신주를 모시고 있다.
'영녕(永寧)'이란, 말 그대로 왕실의 조상과 자손이 함께 '길이 평안하라'라는 뜻을 담고 있다.
종묘는 건물과 더불어 제례(제사) 및 재례악(제사 음악)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데, 건물이 먼저 1995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먼저 등재되고, 제례 및 제례악은 2001년 인류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죽어서도 참 좋은 데 산다"
종묘 공원을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 보시던 할아버지 한 분의 말씀처럼, 죽은 왕들 뿐 아니라 요즘 현대인들에게도 쉼을 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곳이라 생각이 들었다. 지친 일상을 벗어나 산책하며 잠깐의 휴식을 얻고 싶다면 종로 3가에 있는 왕들의 휴식처 '종묘'를 한번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