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여드름 약 좀 주세요.”
“음… 보니까 심하지 않아서 굳이 약을 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아니에요 이거보세요."
하필 나와 이름이 같은 수용자는 필사적으로 고작 한 두개 정도 나있는 여드름을 가르킨다.
"흠 그럼 먹는 약 대신 바르는 연고로 줄게요.”
“안되요, 선생님. 꼭 먹는 약으로 강하게 부탁드립니다. 얼마 뒤에 펜팔했던 사람이 면회오기로 해서요.”
"네? 펜팔이요?"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펜팔이라니...?'
교도소 수용자들 사이에 펜팔 문화가 있다는 사실을 안 것도 이때다. 전국 교도소에는 일종의 펜팔망이 있는데, 여자 수용자와 남자 수용자들이 서로 편지를 주고 받는다고 한다. 보통 다른 수용자의 주선으로 펜팔이 이루어지는데, 생각보다 그 펜팔의 내용과 수위가 장난아니라고.
이에 대해선 한 기사에서 출소자와 한 인터뷰를 다뤘는데, 내가 교도소에서 들은 내용과 매우 유사해서 그대로 인용하고자 한다.
“어이없어 보이지만 모든 것은 서로에 대한 ‘환상’에서 시작된다... 일단 상대를 사로잡아야 하니까 거짓말도 밥 먹듯 한다. 나이를 열 살 정도 속이는 것은 양호한 축에 속하고, ‘미혼’이라고 속이는 기혼자도 많다.... 그런 상태로 몇 달간 서신을 주고받다보면 서로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되고 정이 들어 어느새 ‘연인모드’로 발전하게 된다... 편지엔 온갖 달콤한 말들과 성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단어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실제로 보고 만지고 할 수 없으니까 글로 성적 교감을 나누는 것이다. 예를 들면 ‘뜨겁게 사랑해줘요’ ‘당신을 느끼고 싶어요’ ‘당신 냄새 너무 좋은데?’ ‘나 흥분시켜줘’와 같은 식이다. 성행위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와 관계를 나눌 때의 느낌, 체위, 신음소리 등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음란한 얘기들도 오간다.... 인주로 키스마크까지 찍어 보내면 상대 남자는 사족을 못 쓴다. 심지어 몰래 생리대나 팬티라이너의 문양을 찍어 편지지에 붙여 보내기도 한다. 그러면 남자는 그에 대한 답으로 자신의 성기 사이즈를 찍어 보내오곤 한다. 몇 번 그러다보면 ‘몸을 섞었다’는 인식을 갖게 되고 남자 입에서 ‘출소해서 같이 살자’는 말이 그냥 나온다. 그때부턴 직접 만나지 못할 뿐 펜팔 상으론 부부나 다름없게 된다. 편지로 어떻게 그런 감정교류가 가능할까 싶겠지만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가능하고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 (출처:http://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9836#close_kova)
정말 충격적이고 상상이상이지만 현실이다. 이런 서신교환이 추후 출소 후 공동범죄 등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어 안타깝지만, 다행히, 좀 더 귀여운 버전도 있다. 편지와 함께 레모나를 동봉한다는 것이다. 레모나 위의 “넌 최고야” “사랑해” “네가 젤 예뻐”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검사와 5년간의 '펜팔'을 했고, 그것이 결국 변화로 이어졌다는 아름다운 미담도 있으니 펜팔을 무조건 안 좋은 것이라고만 하긴 어려울 것이다.(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1/03/2011010300010.html)
개인적으로 펜팔을 이유로 약을 오용하는 것이 마음에 들진 않는다. 하지만 이런 아날로그적인 감성에 취해, 여드름약을 달라는 수용자가 나오면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막을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