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의 가을

여름이 끝났음을, 겨울이 다가옴을, 그걸 아는 녀석의 가을 이야기

by 이수진

일교차가 심한 요즘입니다.

산골의 아침은 벌써 깊은 가을과 만났습니다. 해가 반짝 나오면 여름의 끝자락을 붙들고 따사로움을 선물하곤 하지만 해가 뜨기 전에는 10도 이하로 온도계를 접수하는 요즘입니다. 아침 출근 시간, 어린이집 대문에 사마귀 한마리가 어슬렁어슬렁 지나고 있습니다. 다행히 어린이들의 눈에 띄이지 않았는지 별일없이 주변을 멤돌고 있습니다.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 2시쯤일까요? 대문 문살에 달라붙어 꼼짝달싹 않는 녀석을 발견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알집을 짓느라 여섯개의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고 있습니다. 온힘을 다해 엉덩이에서 내뿜는 흰액체로 알집을 짓고 있습니다. DNA가 알려준 대로 일을 하고 있는 건지, 견고하고 단단한 알집이 지어졌습니다. 여섯개의 발로 간신히 버티고 서서 간절한 생명을 품는 일을 하고 있던 거였습니다. 아직 겨울이 되려면 한참 남았는데 벌써부터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다니 조금은 걱정이 되었지만 온 몸으로 느끼는 계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마귀의 가을이 잊고 지냈던 나의 가을을 꺼내줍니다.


산골에도 가을은 서서히 내립니다. 들판이 노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서리가 내리지 않은 지금이 황금빛 벼가 가장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낮동안의 하늘도 저녁무렵 노을도 요즘처럼 멋지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사마귀는 가을을 차가움으로 느낄 것 같습니다. 피부로 와닿는 가을의 느낌으로 다음세대를 준비하는 본능과 닿은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의 가을. 나도 부지런히 갈무리 할 것들을 모아야겠습니다. 마무리지을 것들을 모아보고 남겨야 할 것들을 정리하는 그런 가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면 사마귀처럼 계절속에 일상을 담을 수 있겠지 생각합니다. 그렇게 이 가을을 맞이하고 시작하고 들어가는 시간, 그 시간을 살아야 겠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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