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밥 먹던 사람이
“천천히 좀 먹어”
라고 말했을 때 사람에 따라 이 여섯 글자로 된 문장을 해석하는 방식은 몇 가지나 될까?
천천히 좀 먹어. 맛있는 반찬 너 혼자 다 먹냐.
천천히 좀 먹어. 얹히겠어.
천천히 좀 먹어. 시간 많아. 여유를 가져.
천천히 좀 먹어. 평소에 밥도 못 먹고 다니냐.
천천히 좀 먹어. 성격이 되게 급한가 보네.
천천히 좀 먹어. 식사 예절 좀 갖춰.
천천히 좀 먹어. 한 가지 반찬만 먹지 말고 골고루 먹어.
우리 귀에 들리는 ‘천천히 좀 먹어’ 라는 여섯 글자 자체는 감각이다. 감각으로 인간의 뇌로 들어온 대상과 현상은 그대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고유 지각 과정을 거쳐 저장된다. ‘천천히 좀 먹어’는 감각이지만 ‘너 혼자 다 먹냐’ 와 ‘얹히겠어’ 는 지각이다.
지각이란 인간이 오감을 통해 받아들인 대상과 현상을 자신만의 인지과정을 거쳐 걸러내고 재조직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뜻한다. 대상과 현상이 원래 품고 있는 진실대로 지각했을 경우 소통이 되었다라고 한다. 반대로 참의미대로 지각하지 못했을 경우 불통이다라고 말한다. 모든 인간은 감각으로 받아들인 대상과 현상에 대해 자신이 지각한 방식이 맞다고 생각한다. 소통의 문제는 바로 여기서 생긴다. 같이 밥 먹던 상대가 ‘천천히 좀 먹어’라는 말한 데에는 고유의 진실이 숨어 있다. 이 진실을 사실세계라고 한다. 사실세계가 상대방의 인지과정을 거쳐 지각된 내용은 지각세계라고 한다. 소통이란 사실세계와 지각세계가 일치했을 때 이루어진다.
말하는 사람은 나의 말을 상대가 사실 그대로 지각하겠지 생각하고 말한다.
듣는 사람은 자신이 지각한 내용을 사실일거라 믿고 행동한다.
말하는 사람은 친절해야 한다. 사실을 사실대로 지각하도록 더 자세히 말해야 한다.듣는 사람은 의심해야 한다. 방금 내가 지각한 내용이 상대가 의도한 사실이 맞는 걸까하고. 감각으로 들어온 내용이 지각을 통해 변형되는 데는 화자와 청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