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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 강사 작가 Dec 15. 2019

엄마, 오늘 점심 뭐야?

“엄마, 오늘 점심 뭐야?”

“오징어”


일요일 낮, 점심을 준비하고 있는 엄마에게 딸이 묻는다.

어느 집에서나 있을 법한 대화, 무엇이든 궁금할 나이에 하는 질문.

이 말을 듣고서도 짜증이 날 수 있을까?

있다.


‘너는 네 할 일은 다 안하고 먹는 것만 궁금하니?’

‘아까 보니까 동생은 학습지 오늘 할 분량 절반을 오전에 한 것 같던데, 너는 공부도 안 해놓고 점심이 무엇인지만 궁금하니?’

‘책 좀 읽으라니까 게임만 하고선 먹는 것에만 관심 갖니?’

라는 생각이 깔리면 ‘엄마, 오늘 점심 뭐야’라는 말에도 짜증이 난다.


순간 짜증이 나고 아이가 한심하게 느껴지긴 해도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 이유는 그래서는 안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것과 점심 메뉴가 궁금한 것은 별개다. 공부가 중요하긴 해도 아이가 공부 잘 하길 바라는 이유도 좀 더 나은 삶을 살길 원하기 때문인데, 점심 메뉴를 궁금해 하고 맛있게 잘 먹는 것도 다 잘 사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면 공부를 잘 해야 잘 산다는 생각도 잘 못된 것일 수도 있다. 


자기 자식에게 공부 말고도 세상을 잘 살기 위한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라는 말을 하기란 쉽지 않다. 공부와 다른 일을 떼어 놓고 대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공부 못 하는 아이가 공부 아닌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지면 ‘공부를 그렇게 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게 사실이다. 여기서 공부란 결국 대학의 다른 이름인데 어른이 되고 보니 대학교 이름하고 삶의 질은 크게 상관이 없다는 결론을 얻고서도 그런다.


자녀가 공부에 스스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무엇에 집중해서 교육을 해야 할까?

우선 그게 놀이든, 공부든, 그림 그리기든, 피아노 치기든 시작했으면 확실하게 끝을 마무리짓는 습관을 들게 하는 것은 어떨까? 책을 읽는다면 마지막장까지 읽도록, 그림을 그린다면 끝까지 색칠하도록 하는 거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공부를 떼어 내기 위해서는 그래도 뭐 하나라도 잘 하는 게 있음을 확인하든지,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어느 한 곳에서는 진지함을 보이도록 할 때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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