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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Sep 07. 2023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은 불편해요

-잘못된 진로선택은 자신을 실패자로 여기게 되죠(2)

“엄마 언니 담배 피우는 것 같아”

“이상하게 화장실만 들어가면 오랫동안 안 나오고 그리고 내가 들어가 보면 담배냄새 같은 게 난다니까”

나는 언니의 비밀을 까발리며 왠지 통쾌했다. 엄마는 공부 잘하는 큰딸에게 한없이 너그러웠다.

심부름이나 설거지를 부탁할 때만  내 이름만 불러대는 엄마에  대한 서운함이 상대적으로 컸다.


엄마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슬픈 표정을 지어 보이셨다.  믿었던 딸이 담배를 핀다는 것을 상상도 해보지도 않았던 엄마는 큰 충격에 빠졌다.


언니는 대학교 입학 후부터 전혀 딴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원래 조잘조잘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하던 말수도 점점 줄어들었다.

그리고 어쩌다 집에 있을 때는 혼자 음악을 크게 틀고 방에 틀어박혀 있기 일쑤였다.


언니와 같은 방을 쓰는 나는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온통 벽에 신체부위 명칭을 설명해 놓은 사진이나 괘도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무심코 방에 들어갔다가 여러 모양의 해골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적도 많았다.

어느 날 몰래 언니가방을 뒤져보니 비싸게 구입한 의학서적은 간데없고 피아노책이 쏟아져 나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고가의 의학서적을 팔아 피아노책을 구입하여 피아노 레슨으로 용돈을 벌고 있었다.

나는 그것까지 일러바치면 엄마가 쓰러질 것 같아 차마 말하지 못했다.

2학년이 되어 본격적으로 신체해부를 하고 오는 날에는 밥상에 오른 생선을 보고도 구토를 할 정도였다.

그런 사람이 매스를 들이대고 신체의 어떤 부위를 잘라보는 실험을 잘 해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언니는 자신이 원하지도, 맞지도 않는 옷을 입고 너무 힘들어하는 게 보였다.


대학에 그렇게 쪽지가 많은 줄 처음 알았다.

재시험, 출석일수 미달, 학사경고등등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등 형형색색의 편지를 받을 때마다

엄마는 뒷목 잡고 쓰러지셨다.

결국 2학년까지 겨우 버티다 제적 처분을 하겠다는 최후 통지를 받았다.

엄마는 혼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총장실로 며칠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애원을 해서 겨우 간호학과로의 전과를 허락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언니에게는 무슨과든 아무 의미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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