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하는 5분

-5분의 소중함을 아는 것이 기본-

by 집공부

아침 조회시간 20분은 참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한 시간이다. 대부분 그 시간에 조용히 자습을 시키거나 독서지도를 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아침에 헉헉대며 등교한 아이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책을 읽거나 자습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20분이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쉽게 집중하여 책을 읽지도 못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자꾸 잔소리만 하게 되었다. 가급적 즐겁게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 손뼉 치고 노래를 시켜 봤지만 그 또한 옆 반에 방해도 되고 노래가 절로 나오지 않는데 노래를 꼭 해야만 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새로운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5분 발표시간’이라는 타이들로 매일 아침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하도록 했다. 맨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건지 몰라 당황하던 아이들이 스스로 순서를 정하고 아침 조회시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르쳐 주고 싶은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5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라는 것과 둘째는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생각보다 경직되어있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꺼내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일 첫날 발표는 반에서 가장 발표력이 있는 아이를 시켰다. 그래야만 다른 아이들이 따라서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주제도 괜찮으니 5분을 꽉 채워서 발표하는 친구에게 상품권을 준다고 약속하고 ‘5분 발표대회’를 매일 아침 했다. 그런데 39명 중 ‘5분’을 채운 학생은 단 한 명뿐이었다. 상품권을 쉽게 받을 수 있을 줄 알고 좋아하던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5분이 이렇게 긴 시간인지 정말 몰랐다고 한다. 아울러 면접관과 10~20분의 면접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또 잠깐의 발표를 듣고도 그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정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 반에서 수업시간에 자주 졸고 늘 무기력하게 앉아 있던 한 남학생이 있었는데 자신이 가출했던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 아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더 큰 문제는 이 아이가 가출한 동안 엄마는 가출한 사실조차 몰랐고 찾지도 않아 결국 자기 발로 스스로 집으로 돌아왔다는 웃픈 이야기에 아이들이 박장대소를 했다. 어렵게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얘기해준 그 친구 덕분인지 그다음부터는 진짜 솔직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막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또 친구들 이야기에 공감하고 손뼉 치고 웃으면서 시작하는 하루는 더욱 활기를 띄었다. 결국 아이들은 타인을 의식해서 가식적으로 하는 이야기보다 진솔한 이야기에 더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변화는 쉬는 시간 10분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되어 쉬는 시간에 숙제도 하고 책을 읽는 아이가 늘어났다. 예전에 몰랐던 친구의 아픔을 알게 된 친구들이 더 살뜰하게 챙기는 우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가정에서도 저녁식사 후 5분 발표의 시간을 마련해보자. 뉴스를 보고 주제를 선정해도 좋고 책에서 주제를 찾아도 좋다.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도 재미있다. 가족끼리 타임을 맞추어놓고 발표의 시간을 가져보자. 주제는 다른 사람이 선정해주고 발표를 시키는 것도 좋다. 왜냐하면 생각하지도 않았던 주제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수 있어서 창의력이 증가될 수 있다. 아니면 무난하게 자신이 선정한 주제를 발표하게 하는 것도 좋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5분 7분의 시간들이 결코 짧지만은 않은 시간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가족끼리 순서를 정해 돌아가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 서로 관심사도 확인할 수 있고 말하고 싶은 내용을 요약정리해서 설득력 있게 잘 말할 수 있는 저력이 생긴다. 무엇보다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여 서로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이 시대에 꼭 필요로 하는 공감능력을 갖출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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