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만 내서는 아이의 성장을 도울수 없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의 숙제며 준비물을 다 챙겨주고 해결해 주는 것을 엄마의 의무로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특히 시간이 많이 걸리는 미술숙제 때문에 수학 문제 풀 시간을 뺏길까봐 색칠도 도와주고, 토론을 위해 필요한 자료조사도 대신 해주는 부모님들을 만날 때가 있다.
대부분 그런 분들은 자신이 아이를 위해 헌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은
아이의 숙제를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도와주는 것은
아이에게서 배움의 기회를 빼앗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엄마가 옆에서 도움을 주고 챙겨주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점점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기주도력은 떨어진다.
초등학교 때는 공부를 아주 잘했다는 아이들임에도
수업 시간에 해결해야하는 과제를 주었을 때 어쩔 줄 몰라 하는 애들을 가끔 본다.
또 학년이 올라갈수록 기대와 달리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 집 아이들은 매일 바쁘다는 이유로 거의 방치된 상태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실수가 많고 못하는 것이 많아 나를 슬프게 한 적이 많았다.
방학이라 여유 있는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아주 친한 선생님으로부터 고구마를 분양해달라는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의 방학 실험숙제가 고구마 수경재배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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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아이의 숙제가 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 선생님은 학교에서 유별나게 반 아이들을 챙기더니 정작 자기 아들 숙제가 뭔지도 모른다며 의아해 했다.
갑자기 아이의 숙제를 모르는 내가 정말 이상한 엄마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방학숙제를 점검해 본적이 있었다.
아이는 고구마는 수경재배 하다가 썩어서 버렸다며 별일 아닌 듯 말하였다.
방학과제인 탐구생활은 산수 빼고는 문제 마다 답이 다 같았다.
예를 들면 우리고장의 특산물을 조사해 봅시다. (모름) (모름) 이런 식으로 답란마다 다 채워져 있었다
나는 순간 너무 화가 나서 “야 이걸 숙제라고 선생님께 낼 수 있겠니? 다시 해!” 하고 큰소리로 야단을 쳤다.
숙제를 고치러 방에 들어간 아이가 30분도 안 돼서 “엄마 다 했어요.” 라며 해맑게 나오는 게 아닌가...
아니 탐구 생활 한권을 다 하려면 며칠 동안 해도 안 될 것 같은데...벌써?
난 아이가 내민 탐구생활을 펴자마자 눈물과 함께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엄마가 반말로 답을 써서 화난 줄 안 아이는 모름이라고 쓴 것을
‘잘 모르겠습니다.’ ‘몰라요’ 등으로 모두 존댓말로 고쳐서 나왔다.

나는 그날 아이를 야단 칠 때는 엄마가 흥분해서 소리만 지르는 건 아무 교육적 효과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화를 가라앉히고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는 이유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책도 찾아보고 직접 체험활동도 해보라는 뜻이라는 걸 설명해 준적이 있었다.
나는 결국 아이를 키운 것 같지만 부족한 내 모습을 보게 되었고 점점 성숙한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