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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Feb 22. 2022

공부는 못할수록 힘들다

-신경질이 많은 아이들의 속상한 마음-

방학 기간에 큰마음 먹고 컴퓨터 연수를 신청한 적이 있었다. 아들이 컴퓨터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는데 엄마가 컴퓨터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서 대화도 안 될 뿐 아니라 기초적인 지도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컴퓨터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욱이 학교에서는 모든 시험문제를 컴퓨터로 출제하기를 권장하는 시기였다. (1995년)

하지만 첫 수업시간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분명히 기초반으로 컴퓨터를 껐다 켜는 것부터 가르쳐준다고 해서 신청한 연수인데, 선생님이 첫 시간에 “오늘은 홈페이지 제작에 관한 것부터 알려 드릴게요.”라고 하는 게 아닌가.

선생님은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을 설명하더니 “그럼 이걸 새 이름으로 저장해 보세요.”라고 하였다. 나는 ‘왜 하필 새 이름으로 저장을 해야 하지? 무슨 새를 할까?’하고 고민하는데, 선생님이 다른 수강생의 컴퓨터를 보더니 “새 이름으로 저장하시라고 하니까, 이 분은 꾀꼬리. hwp로 저장하셨네요.”라고 하였다. 그 말에 모두 크게 웃음을 터트렸지만, ‘파랑새’로 저장하려던 나는 대체 왜 사람들이 웃는 건지 알지 못했다. 그 정도로 나는 컴퓨터에 무지했다.

아침부터 저녁 6시까지 9시간 동안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수업을 들으면서 가슴이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다. 집에 가는 내내 연수를 포기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10일간 다 들어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공존하며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집에 돌아가서는 괜히 아이들에게 짜증을 부렸다.


공부를 못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때의 경험을 계기로 나는 학교에서 공부하느라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서 잘 알아듣지 못하는 수업을 듣고 있었던 아이들이 얼마나 참을성이 있고 얼마나 착한 아이들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개학 후 나처럼 수업내용을 잘 몰라 답답해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안아주었다.

“그동안 열심히 학교에 와서 노력하는 너희들이 너무 보고 싶었어.”

나는 아이들에게 방학 연수 이야기를 해주었다. 10일간의 연수에서 내가 느꼈던 속 터지는 마음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는지 아이들이 환하게 웃어 주었다.

“그래도 다른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낼 수 있었어. 너희들도 꼭 그렇게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내가 컴퓨터를 잘하고 싶었던 것처럼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공부를 못하고 싶어 못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방법을 잘 모르거나 동기부여가 부족할 뿐. 나는 모든 반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자율학습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말은 수다 시간이지만 자신들의 공부방법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원하는 성적을 거두지 못한 아이들은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마음이 없으니 공부하게 되지 않고, 이는 좋지 않은 성적으로 이어진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공부로부터 더욱 더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아이들과 함께 대화하면서 그동안 공부를 하지 않으면서도 마음 편히 놀지도 못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럴 바에야 이제부터 노력해서 성적을 올려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말을 해주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좀 더 많이 노력해야 하며, 노력한 만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말을 해주었다.

대화를 마치고 아이들에게 자율학습시간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목표를 써보게 했다. 어떤 아이는 영어 단어 10개씩 외우겠다고 했고, 어휘력 향상을 위해 매일 신문 기사 1개씩 읽겠다는 아이도 있었다. 영어 단어를 약속한 아이에게는 매일 영어 단어 시험을 보았고, 기사를 읽겠다는 아이에게는 기사를 읽은 후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글로 써보게 하였다. 이렇게 한 달간 저녁 시간에 아이들에게 모든 신경을 쏟아부었다.

영어 단어를 착실히 외운 아이는 전보다 아는 단어가 늘어서 영어 해석이 수월해졌다며 좋아했다. 신문 기사를 읽고 정리한 아이는 국어 문제에서 지문을 파악하는 능력이 좋아졌다며 자신감을 얻었다. 매일 조금씩 노력하니 공부를 포기하려는 마음을 접고 자신들도 열심히 노력하면 성적이 오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주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의 학교생활은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보다 훨씬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참으며 매일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고 격려해주자. 아이가 집에 와서 신경질을 부리는 것은 엄마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한테 화가 난 것임을 이해하고 아이를 야단치지 말자. 오히려 “학교 다니기 힘들지? 애썼다.”라는 말을 건네며 꼭 안아주자. 어떤 경우에도 ‘잘 될 것 같지 않아. 포기해야겠어.’와 같은 생각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다. 아이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말고 공부 잘하는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고 전보다 나아지는 우리 아이의 모습을 인정해주고 격려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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