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지다

by 글마루

내게 밥 주고

물 주고

똥 치워줘 고마워

근데 난 밥 달라고 한 적도

물 달라고 한 적도

똥 치워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인간들은

내 목에 족쇄 채우고서는

밥 주고 물 주고 똥 치워 주지만

내겐 짖는 게 언어인데

인간의 기준으로 길들여지는 개

누가 개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나?

인간처럼 돈 번다고 고생은 안 하지만

나를 묶어놓은 목줄 때문에

종일 사슬에 묶여 꼼짝 못 하는 개

내게 밥 주고

물 주고

똥 치워 준다고

나를 오로지할 권한이 있는지

인간들에게 묻고 싶다.


아이를 낳는 대신 개를 기르는 시대에 사람보다 호강하는 개 같지만 과연 그들이 원하는 삶이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외로운 사람에게 반려 역할을 하는 개지만 그것 역시 사람의 필요에 의해 형성된 관계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미쳤다.


개에게 격을 부여하기보다 '짐승'으로 보며 그들의 목숨까지 오로지하는 사람이 많다. 가족처럼 지내다가 인간에 의해 먹혀지는 허무함. 인간에 의해 그들의 생이 결정되는 걸 보면서 그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지, 만약 내가 개라면 어떤 마음이 들지 짐작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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