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이 한창 끝나고 끝물일 때
참외밭 주인에게 통사정해 얻어온
새파랗고, 아이 조막만 한 놈을
아버지는 소금단지에 파묻으셨다.
며칠이 지나 소금에 절인
단지 속의 참외들은 쪼그라들고
몸속의 물기를 죄다 빼고 나면
고추장에 박아 몇 달을 묵히고
짠맛이 익어 단맛이 돌았다.
들일 하다 돌아오신 아버지의
검붉은 낯빛에선 연신
땀방울이 후두두둑 떨어지고
목에 두른 때 절은 수건에는
허옇게 소금버캐가 피었다.
찬물 한 사발에 보리밥 덩이 말아
장아찌 하나로도 꿀맛이구나!
여름 내내 땡볕과 마주한 아버지는
낯빛이 점점 장아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