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하루는
아니 평생은, 늘 지게와 함께였다.
아버지가 지게를 진 것이지만
지게가 아버지를 따라다녔는지도 모른다.
봄·여름·가을·겨울 하루도 거르지 않은 채
지게는 아버지 등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재산목록 1호인 암소에게 먹이느라
바소쿠리 넘치도록 풀을 베어 들였고
아버지 몸에서는 풀냄새와 땀 냄새가
한데 엉겨 짠 내가 풍겼다
동생들이 하나둘 태어날 때마다
지게에 쌓인 풀은 산처럼 높아가더니
아버지 어깨를 사정없이 짓눌렀고
아버지는 어린아이처럼 점점 작아져 갔다
지게보다 아버지 키가 작아졌을 때
헛간엔 주인 잃은 빈 지게만
휑뎅그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