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근을 사 오라면 좋았을 것을
어머니는 꼭 돼지고기 반 근을
심부름시켰다
정육점 주인이 고기를 팔다가
반 근만 달라는 내 말에
대꾸도 없이 쑴벙쑴벙 썰어
신문지에 대충 말아
적선하듯 던져놓는 돼지고기를
사면서도 기가 꺾였다
다음에는 반 근 안 판다는
정육점 주인의 불퉁스런 말을
어머니께 전해도 언제나
꼭 돼지고기 반 근만
심부름시켰다
나는 정육점 어귀에 도둑고양이처럼
어물쩍거리다가
마지막 손님이 돌아설 때
돼지고기 반 근만 주세요….
주인은 떫은 감을 씹은 표정으로
귀찮은 듯 고기를 잘라서는
툭 내밀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나는 돼지고기 반 근 값을
죄인처럼 쭈뼛쭈뼛 내밀고는
가슴에 굴욕을 신문지처럼 뚤뚤 뭉쳐 넣고
도망치듯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