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옷으로 변장하고
꿈틀거리며 절벽 같은 계곡 사이를 오가며
배춧잎을 갉아 먹는 벌레에게도
언젠가는 날아오르고자 하는 꿈이 있다.
배춧잎 사이에 까만 똥을 싸고
천적의 손길이 닿을라치면
제 몸을 또르르 말아서
절벽 밑으로 곤두박질 친다.
배춧잎 깊숙이 몸을 잔뜩 웅크리고
천적이 조용히 물러가기를 기다리는 것은
언젠가는 날아오르고자 하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배추벌레만도 못한 삶일지라도
운명의 수레바퀴에 끌려가지 않으려는
발버둥의 몸짓도
언젠가는 날아오르고자 하는 꿈이 있다.
가난이라는 바윗덩이가
내 몸을 옴짝달싹 못 하게 누르고
막막한 공기가 아무리 내 숨통을 조여도
작은 몸부림이라도 치는 것은
언젠가는 날아오르고자 하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부지런히 배춧잎만 갉아 먹던 애벌레가
입에서 실을 뽑아내 스스로 번데기가 되더니
어느 날 흰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