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하는 디자인_ 심플함이라는 덕목
삶을 살아가다 보면 많은 문제에 당면하는 경우가 많다. 지나고 나면 무용담처럼 이야기할 때도 있지만, 사실 그 문제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시기에는 혼비백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은 일들은 어쩌다 한 번씩 다가오지만 안 좋은 일들은 어쩜 그렇게 도미노처럼 밀려오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고민해 보지만 그럴 때마다 정작 수많은 문제의 해결점 찾게 될 때는 생각보다 단순하게 생각할 때 해결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린 참 단순한 것을 사랑한다.
학교 다닐 때는 교장선생님 말씀인 빨리 끝나길 바랐고,
제품사용설명서에는 그림설명으로 글을 읽지 않아도 이해되는 게 좋았고,
긴 기사글은 댓글부터 확인해 요약된 부분 찾아 읽고,
대형마트의 여러 개의 제품들보다는 코스트코의 2-3개 제품군중에 선택하는 게 쉽고,
제품을 고르는 힘든 노력보다는 모두가 선택하는 국민템을 고민 없이 선택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생각하는 게 싫어서다. 역설적이게도 생각이 많아져서 생각하기가 싫은 것이다.
생각하는 자세는 좋지만 지나 차게 생각이 많아지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게 된다. "사람들은 왜 생각이 많을까"의 저자 훗타슈고는 생각이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를 심리학, 뇌과학, 언어학, 사회학, 행동경제학 측면에서 연구한 내용들을 이 책에 정리해 놓았다. 그 연구들의 결과로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생각을 적게 해야 행동력과 행복감이 커져 일과 인생에 좋은 영향을 준다
과거에 비해 정보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은 시대에서 우리가 어떻게 정보들을 거르고 취할 것인지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 많아진다. 우리가 단순하게 생각하고 심플함이 덕목이 된 세상은 어쩌면 정보 무한대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의 과정은 아닐까 싶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일상제품들을 바라볼 때도 같은 시선으로 보게 된다.
제품설명서를 보지 않아도 작동할 수 있기를 바라고,
사이트에 들어가서 헤매지 않고 원하는 경로를 단숨에 찾아가 클릭하기를 원하는 것처럼 말이다. 여유롭지 못하다는 표현보다는 필요 없는 시간을 줄여 더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이유가 더 크다 볼 수 있겠다.
그래서일까 좋은 디자인의 가장 큰 덕목 또한 단순한 디자인이다.
우리가 좋은 디자인을 생각할 때 머릿속에 가장 많이 떠오르는 말 중 하나일 것이다. 좋은 디자인은 단순한 디자인이며 이 관념은 수학과 그림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수학에서도 짧은 증명이 주로 더 좋은 증명이고, 그림에서도 조심스럽게 고른 색으로 조심스럽게 한 가지 대상을 그려낸 그림이 이 색 저 색 모두 넣어 이것저것 그린 그림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 글 역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짧게 전달하는 것이 더 좋은 글이다.
"불필요한 장식들을 걷어내고 나면 자연스럽게 제품의 본질을 전달할 수 있게 된다"
‘필요 없는 것을 없애고,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 디터람스의 디자인적 철학을 바탕으로 디자인된 브라운 디자인들은 많은 시간이 지남에도 불구하고 애플에 디자인적 영감을 꾸준히 주었으며 많은 이들의 팬덤을 형성하는 강력한 디자인적 도구가 되기도 하였다.
일본 대표 산업디자이너이자 무인양품의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Fukasawa Naoto)
어떻게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는지 고찰하는 것, 이는 곧 디터 람스의 영향을 받은 방식이다.
이해하기 쉬운 절제된 디자인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화이트컬러를 주 사용하였으며 후카사 나오토의 최대 업적이라 손꼽히는 무인양품의 CD 플레이어는 바로 디터 람스가 추구하는 ‘굿 디자인’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상 존재하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일. 그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능과 미학을 추구해 일상을 방해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했으며, 결국 디터 람스가 제품을 독립적으로 보지 않고 언제나 ‘삶’이라는 환경 속에서 생각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맥락이다.
디터람스의 철학에 빗대어 대표되는 심플함의 미학인 몇 개의 제품을 소개했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처럼 필요한 것들로만 채워진 제품이었다. 디자인이 꼭 필요했다면 기능을 높이기 위한 장치였던것인다. 아이맥의 경우 장식적인 것들을 배제했기에 프레임과 화면의 플랫함으로 화면을 더 크게 볼 수 있는 기능성을 높이고 공간의 활용성을 위해 모니터와 본체의 결합으로 올인원 제품이 탄생했다. 추가되는 디자인이 있다면 화면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적절 크기의 스탠드가 매칭된 것뿐이다.
무인양품 CD플레이어 또한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켰다. 벽에 걸린 액자처럼 스피커를 걸 수 있게 디자인하였고 전원 연결선과 CD를 넣는 디자인 외에 그 어떤 전원스위치도 보이지 않게 디자인하였다. 온오프기능은 전원선을 당겼다 뗴는 행위로 버튼 기능을 대체하였다. 효율적이고 심플한 이 디자인들 은제품자체의 심플함뿐 아니라 그 제품이 놓였을 때 공간에 대한 활용성과 심플함까지 고려된 제품들이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제품레이아웃에 대한 자리차지에 대한 고민과 어디에 두어야 어울릴지에 대한 고민들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눈에 띄지 않고 자리에 있다가 필요할 때 비로소 그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바로 최고의 디자인인 것이다. 자신의 쓸모를 위용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부각되는 제품 들인 것이다
제품을 선택할 때 고민하는 우리들에게 이 심플한 디자인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고민 없이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