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에서 찾은 노력 <더 로우>
키가 150cm의 쌍둥이 두 자매가 있다. 작은 키에 발끝까지 오는 무채색 긴 코트를 주로 입고 다니는 이 두 자매는 미국의 쌍둥이 배우이자 패션 디자이너인 애슐리 올슨과 메리 케이트 올슨이다. 지금 현시점에서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힙스터이자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 'The Row (더로우)'의 수장이다. 간결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코디했을 때 스타일리시하게 떨어지는 디자인과 좋은 소재의 사용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브랜드는 드러나는 로고가 없다. 코트 안의 라벨에 새겨진 로고조차 얇은 라이트체로 꼭꼭 숨겨져 있다. 마치 간판 없이 운영하는 나만 아는 숨겨진 맛집 같았다. 우아하게 떨어지는 긴 코트에 툭 걸친 니트 머플러와 루즈핏 셔츠, 주름이 잘 잡힌 원피스등이 '더 로우'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화려하게 드러내기보다는 편안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다. 머리를 감고 수건으로 툭툭 무심하게 머리를 말렸는데 마치 헤어디자이너가 스타일링해준 것 같은 아카이브들이 가득하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더로우 가방라인들도 비슷한 느낌이다. 로고는 보이지 않고 실용적인 데일리백으로 들 수 있는 디자인이 대부분이다. 중요한 날 들고나가야 할 것 같은 각 잡고 만든 느낌의 다른 명품패션하우스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브랜드도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 드러내지 않을수록 빛난다는 것을 말이다.
더 로우 광고에는 누구나 알만한 슈퍼스타는 없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여성모델도 없었다. 그저 부드러운 옷감을 매만지는 모델 손만이 존재한다. 고민해서 고른 멋진 재킷한벌을 정성스레 만지는 손끝에 시선이 모아진다. 강조하고 싶은 소재감을 두각 시키는 강력한 메시지다. 정말 오랜만에 한참을 감상한 광고였다. 아트디렉터가 누군지 궁금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가 제작한 다른 광고가 궁금했다. 그가 제작한 다른 광고들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건 이 광고는 실제 집행된 것이 아닌 가상의 광고이며 AI를 활용해 만든 작품이라 했다. 수많은 더로우 브랜드 광고와 제품들로 알고리즘 학습을 시켜 AI도 이 브랜드를 관통하는 철학을 알게 알게 됐을 것이다. AI 가 어떤 키워드들로 이브랜드를 정의했을까? 소재중시, 무채색컬러, 절제됨, 로고리스 등이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사실 국내에 단독 브랜드 샵이 없던 이 브랜드가 더 유명해진 건 다름 아닌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신라호텔 이부진 대표이사의 아들 졸업식 사진이었는데 그녀가 입은 코트와 가방이 주목을 받았다. 더 로우 브랜드의 화이트 코트와 숄더백이었다. 눈에 띄는 컬러와 디자인은 아니었지만 편안한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따뜻한 엄마의 모습이었다. 많은 이들이 이 패션 정보를 궁금해했다. 이 브랜드를 자주 코디하는 그녀를 보며 그녀의 모습이 브랜드와 닮아있다 생각했다. 그녀는 폭설로 발이 묶인 제주 여행객들에게 신라스테이 숙박을 무료로 제공하고, 신라호텔 출입문을 들이받아 4억 원 넘는 피해를 입힌 80대 기사에게 생활형편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변상의무를 면제시켜 주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그녀의 행동이 순수한 선의는 아니고 현실적인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이런 대처는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큰 향을 미쳤다. 이는 화려한 기업 홍보활동보다 더 큰 효과를 이룰 수 있었다. 그녀는 고객을 중시하며 위기상황에서 기업이 행동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며 섬세하게 다가갔다.
드러내지 않기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 SNS에는 많은 이들이 일상 중에 느끼는 행복한 순간들을 전시한다.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날들을 조각모음하는 경우도 있고, 과시용이나 돈벌이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는 자신이 잘하는 것들을 모아놓은 포트폴리오로도 활용한다. 의도가 어떻든 정말 다양한 방식의 행복한 모습들이다. 그 한 장에 담긴 행복과 성취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준비했던 시간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래서 우린 사진 한 장에 담긴 결과보다는 결과까지의 과정이 담긴 스토리를 좋아한다. 프로젝트 성공한 순간의 행복보다는 준비하며 다졌던 팀워크와 힘들게 노력했던 과정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드러나지 않는 것들에 주목하면 더 빛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행복은 고된 노력들 틈에서 잠시 느끼는 기대에 불과하다.
그러한 행복은 삶 속에 있지 삶의 끝에 있지 않다. <드러내지 않기 中>
행복과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질문을 하고 그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업 혹은 브랜드는 무엇을 더 중시해야 하야 하는가! 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더로우 브랜드는 로고를 들어내기보다 소재를 중시했고, 이부진 대표이사는 기업 홍보활동보다 고객들의 니즈에 중시했다. 드러내는 것은 쉽고 간단 하지만 그만큼 생명력은 짧고 울림이 적다. 오래도록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충만감은 기업과 브랜드가 만들어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얼마나 진심이 담겼는가에 있다. 드러내지 않아도 빛이 나는 건 진심이 드러났기 때문인 것이다. 과연 나는 무엇을 중시하고 있고 그것에 진심으로 대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