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미래

식탁 위에서 찾은 노력 <미니로봇>

by DesignBackstage

교문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는 상상만으로 너무 설렜다. 그날은 갑작스러운 공동연차로 강제 휴가를 맞이했다. 처음으로 아이 하교 마중을 가는 날이었다. 하필 하교시간에 맞춰 비가 부슬부슬 내렸고, 얄궂게 내리는 봄비에 몸이 으슬으슬했다. 평소 아이가 좋아하는 코코아를 담아 학교로 향했다. 엄마를 보자 눈이 동그래진 아이에게 코코아를 내밀자 입이 더 크게 동그래졌다. 문제는 코코아가 너무 뜨거워 바로 마시질 못했다는 것이다. 한 손에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에 코코아를 든 손이 다급해 보였다. 빨리 마시고 싶어 하는 아이를 위해 눈높이를 맞추고 양쪽에서 아이와 함께 '호~'하며 입김을 불었다. 내가 너무 세게 부는 바람에 컵 밖으로 코코아가 튀었고 아이는 다행히 자기 얼굴에 안 묻었다며 깔깔 웃었다. 행복이라는 말을 시각화한다면 이 장면일 거라 생각을 하며 함께 웃었다. 입김 때문인지 내리는 빗물이 들어가서인지 얼마 가지 않아 아이는 따뜻하게 한 모금을 마셨다. 아이들이 커가고 바쁘게 사는 일상 속에 따뜻한 시간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될 때 전 세계가 주목하는 행사가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전자 제품 박람회 씨이에스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다. 최신 기술과 혁신적인 전자 제품들이 소개되는 행사로 전 세계의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발표하는 중요한 자리다. 새로운 기술은 가정이나 산업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며 시간을 좀 더 의미 있는 일에 쓸 수 있게 해 준다. 이제는 일상에 꼭 필요한 전자제품이 된 로봇 청소기와 식기세척기, 세탁건조기는 삶의 질을 높이 이끌어줬다. 이런 편안함을 느낄 때마다 다음 기술과 제품에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이번 박람회에서 주방가전제품과 기술들을 살펴보다가 컵에 매달려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처음에는 주방 오브제로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 작은 고양이는 음식을 식혀주는 미니 로봇이었다.


YUKAI ENGINEERING

일본의 유카이 엔지니어링(Yukai Engineering)에서 개발한 이 제품은 커피잔이나 그릇에 부착해 음식을 식히는 역할을 하는 로봇 고양이 ‘네코지타 후후’다. ‘후후’는 음식을 부는 소리이고, ‘네코지타’는 고양이 혀를 의미하는 동시에 뜨거운 걸 잘 먹지 못하는 사람을 부르는 일본어라고 한다. 로봇 안에 있는 팬과 특수 알고리즘을 통해 바람을 불어 뜨거운 음식을 식힐 수 있다고 한다.


천방지축 뛰다 다쳤을 때 상처부위를 엄마는 호~ 하며 불어줬다. 혼자 밥을 떠먹기 어려울 때 엄마는 호~하며 먹기 좋은 온도를 맞춰줬다. 엄마가 호~하고 불어주면 상처도 금세 나은 것 같고, 음식도 더 맛있어지는 신기한 일들이 벌어졌다. 생각해 보면 삼 남매를 키우며 바쁘셨던 엄마가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해 주는 그 시간이 좋았었다.


엄마가 되고 보니 아이에게 불어주는 입김은 단순한 보살핌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입김을 불며 아이가 기다려주는 모습,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 입가에 묻은 밥풀을 떼주는 모습 모두 행복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기주도학습에 이어 자기 주도 생활을 독려하는 사회에서 성인이 되고 난 후 '보살핌을 받는다'라는 말은 어색해졌다. 하지만 어른이라고 다 괜찮은 것은 아니었다. 내가 내린 결정에 밤새 고민해야 했고, 어떤 결정이든 괜찮다고 위로받고 싶을 때가 오히려 더 많아졌다. 고양이 입에서 바람이 나와 온도를 식혀주는 모습을 보며 어린 시절 '호~' 하고 엄마에게 보살핌을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후후와 함께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신다면 나를 도닥여주는 여유와 웃음이 좀 더 생기지는 않을까? 그리고 같이 입김을 불며 입가에 미소가 퍼지지 않을까? 상상해 보았다.


이번 CES에서는 건강한 삶을 주도하는 제품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신체적인 건강 외에도 정서적인 마음까지 케어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혁신은 몸과 마음의 따뜻한 보살핌이라 여겨졌다. 매년 CES에 서는 기술과 디자인에서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인정하는 혁신상이 발표된다. 이번 혁신상을 수여한 제품들을 살펴보니 혈압 측정이 가능한 스마트 반지, 턱관절 완화 하는 홈케어기기, 임플란트형 무선 전자약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분야뿐만 아니라 돌봄 로봇, 심리상담서비스앱, 수면가전 등 정서적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품과 서비스들이 돋보였다.


빅테크를 통한 기술과 혁신은 더 나은 방향을 향해 발전을 거듭하지만 그 단어에 서려 있는 차가움이 있었다. 새로운 기술이 우리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우려도 한몫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필수요소였던 온라인 서비스와 스마트 애플리케이션의 사용은 큰 거부감 없이 다가왔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차가움을 느끼고, 기술들이 일상을 따뜻하게 케어하고 있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수많은 부작용과 오류들을 잘 견디고 모두가 따뜻하고 귀여운 미래를 누릴 수 있길 바라며 평소보다 뜨거운 우유에 코코아 가루를 넣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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