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 키우기

좋은 것을 알아보는 힘

by DesignBackstage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서 만나는 풍경은 우리가 상상하는 모습 그대로이다. 축 처진 어깨와 유난히 무거운 발걸음에 일주일의 고단함을 예견이나 한 듯 어두운 표정들은 분명 금요일 퇴근길 풍경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월요병 치료제는 그저 시간이 빨리 지나감을 바라는 것뿐 다른 요량은 통하지 않는다.

그런 회색빛 분위기가 감도는 월요일 아침. 회사 후배 한 명이 눈에 띄게 밝은 웃음과 가벼운 발걸음으로 싱그럽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는다. 에스프레소 더블샷을 입안에 밀어 넣으며 내 온몸에 정기를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와중에 만난 그 웃음은 굉장한 에너지였다. 사실 월요일 아침 업무는 지난주 마무리 업무 리뷰와 일주일간 업무 리스트업을 하면 사실상 큰 업무는 마무리했다고 볼 수 있다.

다이어리에 빼곡히 일주일간의 일정을 정리하고는 그녀를 오전 내내 살펴보았다. 시폰 소재의 붉은 원피스에 또렷하게 그려진 호피무늬는 정적이고 느슨항 월요일 아침에 생기를 불어넣기 충분했다.

업무 관련 간단 미팅을 끝내고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오늘 좋은 일 있나 봐요, 좋아 보인다!


라고 했더니 서비스 업장에서 많이 들어봄직한 도레미파솔- 솔톤으로


네 선배, 저 오늘 약속이 있어요


라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녀는 친구와 함께 월요 미식회를 한다고 한다. 퇴근 후 맛집을 다니며, 서로 음식에 대한 토론과 식문화 및 음식 플레이팅까지 다양 한주 제로 토론등 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미식회를 진행하는 그녀는 월요일의 부담감보다는 퇴근 후의 설렘이 더 컸을 것이다. 음식에 관련해서는 누구보다도 해박한 지식을 뽐내는 그녀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카테고리는 다양했다.


감성 있는 브런치에 어울리는 플레이팅 할 때에는 식탁매트보다는 패브릭 천을 무심하게 몇 번 접은 뒤 접시를 올려놓으라는 팁을 내게 전수해주기도 하고, 여름휴가 때엔 일본 세토시 도자기 마을로 여행을 가서 그릇 쇼핑을 해오는 열정들을 보면 그냥 좋아하는 것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그녀 집에 초대를 받은 적이 있다. 작은 신혼집이었지만, 거실 한가운데 커다란 다이닝 테이블이 대각선으로 놓여있었고, 그 위에 올려진 음식 중에 눈길이 가는 음식이 있었다.


바로크 양식의 빈티지 하얀 세라믹 도기에 가상 자리에 핸드메이드로 물방울 모양이 가장자리로 제작되어있었고, 유약 바름 두께에 따라 물방울의 크기도 조금씩 다르고 굽기 상태나 컨디션이 일정하지 않았는지 그을림의 상태도 부분마다 조금씩 다르게 표현된 그릇 위에 색색의 야채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자꾸만 눈이 가는 그 음식은 와인과도 페어링이 잘되었다.

너무나도 훌륭한 이 요리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구운 야채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오븐에 토마토, 가지, 버섯, 파프리카에 올리브유를 두른 뒤 소금으로 간을 하고 발사믹 식초를 뿌렸다고 한다. 그 구운 야채 요리를 먹으며 생각했다. 구운 야채 요리를 이렇게 대접받고 가는 느낌. 물론 야채 외에도 파스타와 스테이크 요리도 함께 했었지만 구운 야채의 인상적인 플레이트는 각에 잠기게 했다. 이토록 간단한 요리에도 깊은 감동을 받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호스트의 안목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좋은 것을 알아보는 힘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다양한 경험에 도전해보기

우리가 좋은 것을 알아보기 위해 해야 하는 첫 번째 해야 하는 일, 인풋을 쌓는 일이다.

많은 경험을 통해 이는 어떤 현상이 이나 제품들을 보고 사람들에게 인상 깊게 각인될 것인가,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지 구분해내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 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습득하는 행위들은 본인의 분야에서 남들과 다른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기 위한 기초체력을 다지는 일로 볼 수 있다.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씩 다양한 카테고리의 음식들과 새로운 음식들을 경험했으며 지역별 다양한 식기들을 구입하고 플레이팅 팁을 얻기 위해 다양한 유투버와 인스타그램 속 이미지들을 면밀하게 관찰했다. 동료 중에 누군가가 홈파티를 연다고 하며 참고해서 볼만 한 브랜드와 유튜브 채널을 공유해주며 테이블 세팅에 대한 전문가적 지식을 뽐내는 그녀의 가장 커다란 강점은 인풋이 누구보다도 많이 쌓여있다는 점이다.

나와 그리고 이 분야에 센스가 없는 다른 이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경험의 양이였다. 관련 음식 외에 관련된 요리, 플레이팅, 그릇, 커트러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시켜 경험을 하는 일 많은 것을

보고 경험했을 때 나와 결이 맞는 콘텐츠는 무엇이고 좋아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가름하는 노하우가 생기는 법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영향을 받아서 인지 혼자 그릇 쇼핑을 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수많은 종류 중에서 무엇을 골라야 하는지 한참을 고민했었던 기억이다. 기존에 있던 집안 식기들과의 어울리는 라인업을 고민한 뒤 자주 하는 음식과 낸 게스트들의 수는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하는지 어울리는 커트러리는 있는지, 있다면 어떤 음식에 어울리는 커트러리인지, 식탁 플레이팅은 어떤 톤으로 해야 하는지 등등 한참을 고민하다 장미목 8인 나무 수저세트를 사 온 적 이 있다.


우리가 행동하는 모든 것들이 경험이 되는 것인데 우리들의 대부분의 경험은 비슷한 일상의 반복이 대부분이다. 친한 친구와 통화하고 취향이 비슷한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런 경험들도 의미 있고 소중하지만,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을 다채롭게 경험한 사람을 이길 수가 없다.

공부도 연애도 운동도 많이 하는 사람을 이길 수가 없는 것처럼, 디자인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분야의 디자인을 관찰하고 경험하고 사용하는 그 기억들은 디자인 개발에 있어 큰 인사이트로 작용하게 된다. 사람들이 주목하고 잘 팔리는 것들 뿐 아니라 남들이 자세히 보지 않는 것들에 대한 관심은 남들과 차별화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메모와 아이디어 스케치

전시를 볼 때, 영화 볼 때, 친구랑 수다 떨 때, 책을 읽을 때, 음식을 먹을 때 등 우린 일상에서 수많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놓고 상상하곤 한다. 그런 것들을 쉽게 지나치거나 수다 속에 묻히기 마련인데. 잠깐 시간 내서 메모하는 습관은 데이터베이스를 쌓는 일로 나만의 엄청난 싱크탱크가 된다. 카테고리별로 정리할 수 있는 메모 앱들을 활용하면 카테고리별로 상황에 맞게 꺼내 쓸 수 있고, 즉흥적인 프로젝트나 갑작스러운 아이디어 회의 때에도 항상 준비되어있는 인재로 업 이미지 메이킹도 쉬울뿐더러, 몇 가지 아이디어들이 만나 스파크가 튀게 되면 일생일대의 중요한 순간들에 고민 없이 단호박 결정도 가능해진다,


질문과 공감

나는 먹는 것에 대한 흥미도 요리에 대한 관심도 다른 분야에 비하면 높지 않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좋았지만 끝이었다. 하지만 월요 미식회의 그녀는 먹어보고 거기에 들어있는 재료는 무엇인지 재료의 원산지는 어디인지 셰프는 어디 출신인지, 셰프가 요리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플레이팅에 사용되는 그릇은 어디에서 구입해 왔는지 음식 하나로 확장되는 궁금증들이 항상 넘쳐났다. 그리고 진짜 얼마 뒤엔 그 질문에 대한 답들을 풀어오곤 했다.

경험을 하다 보면 확장되는 호기심이 쌓이기 마련인데 그 수많은 질문들이 배경지식을 알게 해주는 좋은 경험이 된다. 질문의 7가지 힘 저자 도로시 리즈는 "훌륭한 질문은 우리를 근사한 곳으로 안내한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사사로운 것까지 질문을 많이 한다, 선배 그 책은 왜 읽으시는 거예요? 그 옷을 입으니 스페인 사람 같아 보이는데 고려하고 구입한 거죠? (회사에 높은 채도의 poppy red컬러 팬츠를 입고 간 건 나 또한 무리수였다는 걸 출근하자마자 느꼈지만 그걸 참지 못하고 질문세례를 쏟아낸 그녀였다.)


그러다 보니 업무 중에는 얼마나 질문이 많았으랴, 트렌드 기획 단계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그녀는 이런 질문을 했다. "선배님 그런데 트렌드는 누가 만드는 겁니까!"

트렌드가 어떻게 확산되고 실생활에 어떻게 접목이 되는지에 집중해서 분석하던 나로서는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다. 난 왜 저런 생각을 못했지? 맞아 누군가는 만들고 창조해서 그걸 트렌드라고 규정짓고 확산시키는 사람이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관련 책과 논문 등을 읽으면서 하나둘씩 트렌드 관련 히스토리를 정립해나가기 시작했고, 그런 과정들로 인해, 디자인 기획 강의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이렇게 글도 쓰게 된 사건의 시작이 되었다.


어쩌면 그 질문을 받지 못했다면 업무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할 일도 전문가적 지식을 쌓게 되는 일도 없었거나 아주 뒤늦게 시작했을 것 같다. 훌륭한 질문이 근사한 곳으로 안내한다는 도로시 리즈의 말처럼 그 질문은 나를 새로운 시장으로 나를 선보일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경험과 경험한 것에 대한 메모 혹은 끄적임. 그에 관련된 질문들, 하나하나의 행위들로 보면 사실 그다지 대단하지도 실행하기 크게 어렵지도 않지만, 이런 행동 패턴들을 꾸준히 쌓아가기란 쉽지 않다.

반복적인 행동들로 인해 우리는 안목이 쌓이게 되는 것이고, 그 안목들이 쌓여 우리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항상 하던 대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는 시도. 그 작은 시도의 불씨는 근사하는 곳으로 안내해줄 뿐 아니라 그곳에 있는 나 자신도 근사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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