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에서 영감 찾기

프리미엄 라벨링_K

by DesignBackstage
"내일까지 차별화 방안 고민해서 회의합시다"

아마도 회사에서 디자인 혹은 마케팅이나 제품개발 포지션에 계신 분들은 자주 들어보셨을 것이다.

회사의 상황이 좋으면 업계의 마켓셰어를 유지하고 빠르게 바뀌는 시장에 맞춰 성장하기 위해서,

상황이 좋지 않으면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꼭 해내야만 하는 바로 그 업무" 차별화방안"

다른 기업들과 어떻게 하면 다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결국과 우리 기업만의 정체성을 통해 단점과 장점을 파악해 내야 하는 것처럼 내가 하는 디자인작업 또한 나 다움에 대한 충분히 숙지가 된 후에야 차별화가 가능한 것이다. 나다움에서 더 나아가 우리 브랜드다움, 우리나라다움에 대한 논의가 꼭 필요하다.

내가 속한 소속에 대한 이해를 통해 나를 성장시키고 차별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통해 디자인적 영감을 얻어보도록 하자.

우리나라의 수많은 문화요소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글로벌시장에서 우리나라가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이 시점에선 우리나라다움에 대해 다시 한번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우리의 전통문화와 우리 문화 어떻게 다를까? 전통문화와 한국문화에 대한 긍정 부정어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보았다.

2023.3-2023.4 "전통문화"에 대한 긍정부정어 by sometrend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긍정어가 부정어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격려하다, 노력하다, 기여하다, 존중하다" 이런 단어들의 나열 때문인지 애국부담감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2023.3-2023.4 "한국문화"에 대한 긍정부정어 by sometrend


한국문화의 긍정부정어의 비율은 긍정어의 비중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전통문화 인식조사에서 '관심이 없다'라는 부정어가 나온 반면 한국문화의 인식조사에선 '관심 많다'라는 긍정어가 보였다.

또한, 전통문화에서 보였던 '전통적'이라는 키워드와 반대로 한국문화에선 '세계적' '국제적' '전 세계적'이라는 단어가 나타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많은 이들이 전통문화와 한국문화는 같은 의미인 듯 하지만 전혀 다르게 인식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전부터 전해져 오는 전통문화가 이어져 한국 고유의 문화로 발전되어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전혀 별개의 것이 라이야기 할 수는 없다.
전통문화의 미학적 요소의 발견을 통해 한국문화가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 전통문화가 현대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는 사례들을 통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

보편적인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그 보편적인 이야기에 미학적 요소를 한 국자 듬뿍 넣어보겠다.


빛과 바람이 통과하는 신기한 모자 "갓"


“ 조선의 역사와 모자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졌다”
“ 좀비와 모자에 대한 드라마다”
“ 모든 사람이 끝내주는 모자를 쓰고 있다”
“정말 끝내주는데 최고는 좀비보다 모자이다”


넷플릭스" 킹덤" 리뷰에 달린 글들이다.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열광케 했을까? 그들의 이런 열정적인 관심은 아마존 사이트에서 갓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한화로 약 15만 원 선에 거래가 된다.

또한 패션계에서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상류사회 여성들에게 사랑받는 미국의 유명 패션디자이너 캐롤리나 헤레라(Carolina Herrera)가 2011 S/S 뉴욕패션위크에서 저고리, 옷고름, 갓 등을 재해석한 한복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때 모델들이 다 갓을 쓰고 나왔다. 캐롤리나 헤레라는 18세기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한국 영화를 본 후 한복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서양의 디자이너가 남자의 갓을 여성복 모델에게 쓰게 하고 런웨이 무대를 꾸몄는데 의외로 잘 어울렸다.

20230418_223412.png (좌) 아마존 갓 판매 (우) 패션 디자이너 캐롤리나 헤레라의 뉴욕컬렉션 2011 SS

"건축에서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지붕이라면 의상에서 가장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은 모자이다. 전체 의상에서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하늘과 맞닿아 있어 해와 비를 막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갓은 대나무나 말총(말꼬리 털)을 매우 가늘게 엮어 만들어 은은하게 비치는 반투명함이 특징이다."

-이어령의 우리 문화박물지 中-


그 특징이 덕분에 해와 비를 전혀 막을 수가 없다. 19세기 외국인들은 바로 이런 반전의 멋, 여백의 멋에 반했다고 한다. 속이 비치는 갓을 보고 "빛과 바람이 통과하는 신기한 모자"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런 모자는 중국과 일본 등 다른 동아시아 문화에서도 볼 수 없는 유일한 형태로

당시 조선을 찾았던 프랑스 민속학자 '샤를 바라'는 "파리 사람들이 조선의 모자 패션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며 극찬했다고 한다. 킹덤에서의 갓에 대한 관심이 사실 19세기부터 이어져온 우리만의 새로운 형태의 의복양식이었던 것이다. 권위와 신분을 상징을 나타내기 위해 화려한 깃털이나 보석들의 장식은 전혀 없었지만 상투와 망건의 실루엣이 비치며 겹치기 효과를 통해 고개의 각도에 따라 어른거리는 모습이 멋스럽다.

갓은 빳빳하고 각진 형태와 검은색 하나의 색채로 절제미를 보이고 있다.

20230418_223055.png 영국 작가 콘스탄스 쿨슨이 1910년 쓴 한국 문화 소개서. 갓을 쓴 청년의 모습이 표지로 쓰였다


맺고 푸는 매듭 "댕기"

끈의 문화라 할 만큼 한국 전통문화에서 끈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옷을 여밀 때도 단추나 지퍼가 아닌 끈을 통해 여미고 풀었으며, 이런 방식은 재단을 하여 딱 맞춰 입는 서양의 의복양식과는 많이 다르게 유연함과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의복 수단이다.

헤어리본과는 댕기는 머리에 끈을 묶는 방식이 같지만 매듭형태가 많이 다르다.

헤어리본의 경우에는 나비형태의 날개 부분이 부풀어져 굉장히 화려하게 주목을 끈다.

하지만 댕기는 대부분이 땋은 머리 아래에 머릿결 방향으로 가지런히 놓여잇는 형태로 매듭이 지어지기에

댕기가 주목받기보다는 자연스러운 머리칼의 흐름대로 놓였다는 말에 더 가까울듯하다.

이 또한 갓에 형태처럼 절제의미와 자연스러운 배치로 인해 저연스러운 미학에 대한 고찰을 한듯하다.


댕기를 제작한 한국 장신구 디자이너 최윤하 작가에 따르면, 로제가 착용한 댕기는 ‘제비부리댕기’와 ‘배씨댕기’로, 로제의 머리 위에 나비처럼 곱게 얹은 댕기와 블랙 드레스의 조합은 해외 팬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았다. 오징어게임의 배우 정호연은 미국배우조합상(Screen Actors Guild Award)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가운데, 한국 전통 장식인 '댕기'를 결합한 스타일링이 화제를 모았다.


음양오행의 색 "오방색"

선조들은 영양학에 대한 지식이 없던 과거에도 오방색을 활용하여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는 것이 가능했다. 오방색의 음양오행적 사상으로 인해 식재료 간의 음양 조화를 중요시 여기고, 다양한 색상의 활용을 통해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며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우리나라 고유 음식문화가 생겨났다.

이는 우리의 식문화가 세계 어느 나라의 식문화와 비교했을 때도 유일무이 한 아주 절대적인 요소이다. 때문에 서민들이 먹는 비빔밥부터 궁중에서 먹던 신선로까지 다양한 오방색을 활용하여 섭취하였다.

현대 미술을 오방색이라는 민속적인 의미로 풀어내 5가지 색상으로 나눠 선보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색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여러 산업분야에서도 한국의 대표컬러로 활용되고 있다.

2022 코로나 이후 본격 오프라인 전시를 하는 파리 최대 라이프타일쇼 '메종오브제'에 한국관이 참가하였다.

한국관의 포스터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오방색을 활용하여 특별한 형태 감 없이 컬러만으로도 존재감 있게 표현되었다.

20230418_232746.png 오방색의 다양한 쓰임


십 년 전 해외여행을 가서 외국인을 만나거나 국내 방한한 외국인들을 만나면 그 Doyou know bulgogi? , Do you know kimchi?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했었다. 그때 당시 왜 그걸 그렇게 물어보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지 못하다가 그즈음에 네덜란드 여행을 갔으때 우연히 만난 현지인이 내게 고흐 박물관을 가봤느냐 물었다.

그때 알았다. 우리는 우리가 자랑스러운 것들을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과 외국인이라면
이 정도는 알 거야 라는 확인함으로써 자부심을 느끼려는 것이었다.


물론 사람들마다 각기 다른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최근 외국에서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는 이런 질문들을 많이 하지 않을까? Do you Know BTS?"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그것을 안다고 했을 때 연대감을 찾고 싶은 심리인 것이다.

우리나라에 대해 알고 있어?라는 질문을 했을 때 그들이 아는 카테고리와 항목들이 다양해질 것을 믿는다.

우리의 디자인은 진화하고 있고, 전통문화에 대한 소중함이 다양한 분야에서 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전통문화에 대해 우리가 더 많은 관심을 통해 소중히 여기는 것부터가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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