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쓸쓸함
자전거로 하루의 라이딩을 시작했다.
얼마만의 한강 라이딩인가,
집 가까운 여의도 선착장보다는 뚝섬유원지의 한가함을 한껏 누려보자는 들뜬마음으로 월요일 아침 뚝섬유원지로 향했다.
사람 없는 한강 라이딩과 비트 넘치는 힙합 뮤직, 어떤 때 보다도 상쾌할 수밖에 없는 연차의 오전은
생각보다 매 쾌한 느낌이었다.
마스크도 무선 이어폰도 없이 미세먼지만 있었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일을 해보자 싶었는데, 근처 국내 첫 상륙한 카페를 한번 가보자 했다. 평소 시간을 굉장히 타이트하게만 관리해서 써야 하는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오늘은 뭔가 시간 낭비하면서 좀 여유롭고 싶었다. 맘먹고 기다려보자 하고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플랫폼에서 할머니 한분께서 서성이시다 말을 거시는 거였다.
아가씨, 왕십리 가야 하는데 여기서 타는 게 맞나?라고 물으시면서, 예전엔 안 그랬는데 80이 넘으니, 지하철 갈아타기가 너무 힘드네 분명히 자주 갔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못내렸다고 하신다. 아가씨가 길 좀 알려주면 안 될까? 하셨다.
무엇보다 같은 경로로 가는 길이기 때문인 걸까? 아니면 아가씨라는 호칭 때문인 걸까? 나도 모르게 친절 모드로 바뀌어 같이 가기로 했다.
지름 일 센티 정도의 로트로 말아놓은 펌에 염색약이 꼼꼼히 스며든 검은 머리에 잔잔한 꽃무늬가 그려진 핑크빛 재킷은 누가 봐도 정갈하게 멋 부린 할머니 차림이셨다. 뚝섬역에서 내리는데 할머니가 대뜸 손을 덥석 잡고는 고맙다고 하신다 조심히 가시라고 인사드린 뒤 역사를 내려가는데 아까 할머니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할 아버지가 지하철 봉사조끼를 입으시고는 사람 없는 역사에서 창문을 바라보시며 의자를 붙잡고,
앉았다가 일어났다 하신다.
운동을 하시는 건지 무료함을 달래시는 움직임인지 알 길은 없으나 힘겹게 보였다.
카페에 들른 뒤 떡볶이집으로 향했는데 그곳에는 할머니 세 분이 운영하시는 분식집이었다.
혼자서 떡볶이를 먹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할머니들의 대화가 들렸다.
저번에 옆집 그 할아버지 맞은 거 들었어? 경로당에서 맨날 투덜거리기나 하고 밥도 얻어먹고 다니려만 하다가 왕따 당해서 그렇게 맞고 다녀.ㅉㅉ 나이 들면 적어도 한 달에 20만 원은 써야 해 안 그러면 아무도 안 놀아줘, 그리고 자식들이 밥 해준다고 하면, 고맙다고 아무 소리 말고 먹어야지 메뉴 투정하면 안 돼
그러면 불편하다고 요양원 보낸다고 그리고 요양 원가서도 자식들이 자주 오길 바라면 안 돼, 자식들 보면 또 자꾸 같이 살고 싶은 미련이 생긴대..
떡볶이를 먹다가 갑자기 할머니 생각에 물컹하게 가슴 속에 덩어리가 순간 움직인다.
나도 언젠가 늙고 나이 들고 병들 텐데,
나의 모습은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주변의 모습들은 어떨까, 그들은 아프고 나이듬에 대한 두려움보다 버림받을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쓸모없어짐의 공포와 더불어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잊혀지는것의 공포는 상상만으로도 아찔했다. 모든 젠더가 공존하는 세상,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궁여책은 사회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 아닐까. 자꾸 내가 받지 못하는 혜택을 받는 자에 대한 혐오심과 나와 다름에 대한 경계심의 근원은 어디인 걸까,
누구나 장밋빛 인생을 꿈꾼다.
활짝 핀 꽃의 향기로운 향과 윤기 나는
꽃 결은 생동감 있는 매력은 있겠지만
시들고 마른 장밋빛에서는
깊이감 있는 색감을 뿜어낸다.
아름다운의 격이 다를 뿐이다.
모두가 장밋빛 인생을 살고 있다.
활짝 핀 꽃도 봉우리도
마르고 시든 모습조차도
결국 다 장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