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팅달 Jan 16. 2022

045 방송작가였였였던 삶

 

이에 요셉의 주인이 그를 잡아 옥에 가두니 그 옥은 왕의 죄수를 가두는 곳이었더라 요셉이 옥에 갇혔으나 야훼께서 요셉과 함께 하시고 그에게 인자를 더하사 간수장에게 은혜를 받게 하시내... 야훼께서 그를 범사에 형통하게 하셨더라 (창 39:20-23)

<딸아. 내 음성이 들리니>의 저자 리앤 멕코이 사모님에게 어느 날 고난이 한꺼번에 닥쳤다.

대장암 수술 2년 만에 간암에 걸리고, 착하게 크던 큰딸이 집을 나가고, 아들은 전염성 단핵증으로, 남편 목사님은 피부암으로. 작은딸은 다낭성 난소증후군으로 고통을 겪게 된 것이다. 게다가 집중호우로 교회 건물이 침수되기까지 됐다.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이 연속되는 동안 사모님은 하나님의 뜻을 찾고자 성경을 읽고 또 읽었다. 그런데 요셉 이야기를 읽던 중 다음과 같은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딸아 내가 요셉에게 기나긴 감옥 생활을 시켰을 때 나는 그를 애굽의 총리가 되게 했을 때보다 더 못한 하나님이었느냐?"


이 말씀에 사모님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힘든 시간을 잘 견딜 수 있었다.

이후 가출한 큰딸과의 관계가 회복되었으며 남편과 아이들 또한 건강을 되찾았다.

교회 역시 어려움을 잘 이겨내었고, 사모님은 저술 및 방송 활동을 이전보다 더 활발히 하고 있다.


우리에게 고난을 허락하시는 하나님은 우리에게 축복 또한 예비하고 계시는 좋으신 하나님이시다.

요셉의 경우처럼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할 뿐, 하나님은 우리를 향한 선한 계획들을 갖고 계신다.

하나님이 우리 인생의 시간표를 주관하고 계심을 믿는다면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평안을 누리며 감사할 수 있다


<감사 QT 365> 중에서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면... 모든 것이 합력하여 이뤄진다고들 말한다.

대체 그게 언제냐고요...?

답은 하나님만이 아신다는 거...

기다리는 게 참 고통스럽고 힘들다는 건 겪어본 사람이라면 다 알거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MBC 방송아카데미를 거쳐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러브하우스>라는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됐다. 당시 핑클이 4명이고 SES가 3명이라는 것도 몰랐는데, 정말 하나님의 은혜로 방송작가란 직업의 세계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예능의 "예"자도 몰랐던 내가 예능을 한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이 다들 놀랄 놀짜 였다는?


당시에 유일하게 본 MBC <러브하우스> 프로그램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를 20페이지가 넘게 분석해서 냈던 것이 인상적이었는지,

아니면 나의 착해 보이는 첫인상이 선배들 맘에 쏙 들어 이쁘다고 뽑혔는 건지,

아니면 MBC가 여의도에 있던 시절이라서 면접을 보고 곧바로 교회 대성전에 가서 1시간을 취업하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했던 것이 하나님께 전달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10:1의 경쟁을 뚫고  방송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그리고.

이 세계에 발을 한 번 들이니

그 뒤는 자연스럽게 인맥과 경력이 생겨서.

여러 방송과 프로그램들을 돌게 되었고, 내가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도 많이 방송이 되었다.


그리고 30대 후반, 창작의 길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5년을 고3처럼 스토리에 대해 공부를 했다.

놀기 좋아하는 내가 모든 인간관계를 다 끊고 밤낮 드라마와 영화를 분석하고, 인문학과 철학과 역사를 공부하고,

그동안의 모든 삶과 사고방식을 바꾸기 위해 무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하늘도 감동을 했는지 기회가 왔다.

그것도 너무나 부담스러운 기회!! 우리나라 최고의 제작사 기획 피디가 내 대본을 보고 좋다면서 계약을 하자고 했고, 데뷔도 못한 초짜에게 복층의 오피스텔 작업실까지 내어주는, 넷플xx에 편성도 될테니 열심히 하라는...손발이 오글거릴 정도의 기회가 온 것이다.


정말 잘하고 싶었다.

내 인생이 바뀔 최고의 기회였으니까.



그런데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같이 온다고....

내 인생을 밝혀줄 불은 켜지지 않았다.  


엄마가 폐결핵 판정을 받으셨고.

아빠는 전립선암으로 항암치료를 받으셔야 했고...

고만고만했던 남편의 사업은 경쟁업체들 때문에 기울어지고...

게다가 중2 딸은 사춘기라서 그런지 친구들과 밖으로 돌기 시작했다.

내 몸은 작업실에 있는데.

온통 내 정신은 집으로 가 있었다.  

고대했던 일이니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스트레스 때문에

탈모가 오고 치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말 내 인생 최고의 우울함이 나를 둘러쌌다.


드라마의 스토리와 캐릭터는 점점 유치뽕짝으로 흘러갔다.

나중엔 A4에 한 글자도 못 쓸 지경에 극심한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그래서 난 매일 작업실 옆에 있는 교회로 가서 하나님께 숨었던 것 같다.


"정원아. 너의 때가 되지 않았지만 네가 간절히 원하니 기회를 준 것 뿐이야.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기적을 행할 수 있는 자임을 ...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아... 내가 원해서 주신 기회였는데,

왜 이런 상황을 줬냐고 원망하고 있는거지?

난 참 이기적인 동물임을. 이때를 통해 느꼈더랬다.

그 뒤 일을 그만두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1년 동안 성경을 쓰면서, 부모님과 딸. 남편에게 집중했다.

엄마는 폐결핵을 이겨 내셨고

아빠는 무사히 12번의 항암을 잘 마치셨다.

또 딸의 학업에 신경을 써줬더니 성적이 올라서 좋은 자사고에 입학도 했다. 남편도  하나님의 뜻대로 경영하겠노라다짐하면서, 다시 사업이 안정국면으로 되돌아갔다.  

문제는 나였다. 자신감이 멘홀뚜껑 밑으로 떨어진 것 ㅠ 이후 쓰는 대본들마다 족족 쓰레기통으로 들어갔지만..그래도 하나님이 말씀하셨듯이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위대한 분임을 알기에 .... 그냥 쓰고 또 쓰고... 그러고 있다.



사실 지금의 상황은... 아주 많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언제나 나와 동행하셨던 하나님을 믿으려 한다.


하나님의 계획안에 마무리 되어진 아빠의 삶.

고통 가운데 견디고 있는 엄마의 삶.

엄마를 보살피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는 나의 삶.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이

앞으로 우리에게 좋은 것들로 채워주실 것임을 믿고 싶다.


그 선한 계획을 믿기에

오늘도 감사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044 형을 따라하는 동생 고양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