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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Apr 07. 2022

엄마, 나 잘하고 있는 걸까?

중증환자의 코로나 후유증


"나 걸렸대요. 어쩌갔어.... 코로나 병실 가는 동안에 빨리 간병인 구하쇼!"

"여사님, 다른 데 아프진 않으세요?"

"없시오. 우리 어머니 꼭 1:1 간병인 쓰시오, 안 그러면 큰일 난다니..."


간병인 여사님이 드디어 코로나에 걸렸다.

얼마 전, 요양병원에서 4차를 접종하셨는데.... 이럴 수가... 다행히 목만 좀 아프시다고 했다. 

코로나에 걸린 간병인은 코로나에 걸린 환자를 돌보도록 하는 요양병원의 방침에 따라... 아침 일찍 여사님은 코호트 병동으로 옮기셨다.


"수간호사님. 간병인이 안 구해져요. 병원에서 좀 도와주시면 안 돼요?" 


여사님이 확진이 되자마자 엄마와 떼어놔야 했기 때문에 

난 백방으로 간병인을 구하려고 했지만... 지금 당장! 와줄 수 있는 분은 없었다. 

특히나 엄마는 코로나 밀접접촉자이며, 

계속해서 코로나 환자가 나오는 요양병원에 들어오고자 하는 간병인은 없었다. 

심지어 하루에 15만원... 그래도 안 구해진다...

아... 이 앱 저 앱에 가입해서 간병인을 구하겠다고, 핸드폰만 붙잡고 여기저기 전화 걸어봤지만, 

없다. 간병인이.... 


엄마가 지금 병실에 혼자 누워계신단 말이다... 

어떡해....

엄마. 나 잘하고 있는 거 맞아? 

내가 들어가면 좋겠지만... 그럼 꽃교는 어떡해. 고3인데 ㅜㅜ 진짜 핑계 같은 변명이다...

     

오전 11시쯤... 병동의 수간호사님에게 전화가 왔다. 

수간호사님의 권한으로 같은 병동의 환자들을 이리저리 옮겨서... 

엄마에게 병원의 공동간병인을 붙여주겠다며 안심하라 했다. 고마웠다.  

하지만 조건은 매일 걸던 전화는 딱 한 번!

중국분이라 핸드폰 조작이 서툴기 때문에 설교 유튜브를 틀어달라는 요구는 자제해 달라 했다. 

급하니까 우선은 오케이 했다! 

 


적막 같은 일주일... 

아침 점심 저녁,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삶에 메어있던 나의 루틴이 깨졌고, 

난 걱정과 불안함에 다시 드러누웠다. 

뭘 해도 기쁜 일이 없다. 엄마의 힘없는 모습을 상상하니 뭘 해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여사님은 전화를 2-3번 걸면 한 번 받아주시는데( 엄마 말고도 세 명의 환자가 있으니, 당연히 바쁘시다)

영상통화는 엄마의 팔, 턱, 다리... 만 보고 대화해야 했다. 

어눌한 엄마의 발음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니, 또 저 멀리 들리는 작은 개미 같은 음성...

대화가 될 리가 없었다. 거의 소통 불가능.  

지금이라도 1:1을 구해야 하나? 하지만 이틀 삼일 하는 간병인은 돈이 더 올라갔다. 

미친 간병인 비용이다. 일반 간호사가 받는 월급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그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라니, 순간 머뭇거리게 된 점도 있다. (돈부터 셈을 하고 있는 나를 보니 참 한심하지만 이게 현실인걸...)

  

적막 같은 6일이 지났다. 

마침 엄마를 돌보던 공동간병인 여사님이 코로나에 걸리게 됐고(요양병원은 현재 코로나가 당연하게 됐다!)

우리 여사님이 해제 시간 몇 시간을 앞두고 내려오셨다. 


아... 너무 좋아!!!

바로 엄마와 통화를 했다.  


"엄마, 괜찮아? 얼마나 보고 싶었다구!!"


그러나 엄마는 눈을 감고 계셨다. 

사실 엄마는 코로나 후유증을 크게 앓고 계셨다. 

코로나에 걸렸을 땐, 무증상으로 잘 견디셨는데... 3-4일 지난 뒤부터 가래가 끓기 시작해서 숨 쉬는 걸 힘들어하셨다. 목이 너무 아파서 침이 안 넘어간다며 물 좀 먹고 싶다는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이었다.

그 상태에서... 1:1이 아닌 1:4의 간병인과 같이 계시니... 

하루 종일 '여사님~! 여사님~!"을 부르다 하루가 끝났다고 했다.   

가래 좀 빼 달라는 말도 못 하고, 

찝찝한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말을 해도 한참 뒤에나 차례가 돌아왔다고 한다 


"우리 어머님 보자마자 찌린내가 진동을 하지 않소! 바로 목욕부터 했소"

"감사해요. 여사님이 옆에 계시니 맘이 놓여요"

"에헤... 어찌 이리 뒀단 말이오... 나중에 보면 한 소리 해야 것소!" 


여사님의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거의 다 나은 욕창이 다시 안 좋아졌고, 심지어 발바닥과 종아리, 욕창 옆 위쪽 엉덩이가 발진이 생겼단다. 

욕창 직전의 상태라는데, 공동간병인 여사님이 체위변경에 소홀했나 보라면서 혀를 찼다. 

가래를 잘 뽑아주지 않아서, 혀 안쪽으로 덕지덕지 붙은 덩어리들을 뽑아내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엄마, 눈 좀 떠봐, 졸리셔?"


눈 뜰 힘도 없고, 말도 안 나온다면서 눈만 움찔하시다가 실눈을 뜨셨다. 

걱정 가득한 내 얼굴을 보더니, 엄마가 힘겹게 말했다.


"여...사님... 얘기... 다 뻥이다... 나 괜찮아..."

 

위로의 말에, 그대로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뭐가 괜찮아. 여사님이 빨갛게 까진 발진들을 보여주셨어. 얼마나 참은거야?"

"엄만 괜찮아... 넌 걱정하지 마."


이 와중에 엄마는 내 걱정부터 하는데, 그게 더 마음이 아팠다.



내가 정말 힘든 건... 

엄마가 재활만 하면....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실 수 있을 거란 "희망"이...

무너지고 있다는 거다... 


마음을 지켜야 하는데

소망을 두고 

계속 기도하고 있지만 

왜 엄마에게 안 좋아는 상황들이 몰아치는지...

그래도 어제오늘 여사님과 다시 만나서 그런지, 

오늘 오후에 엄마의 컨디션이 좀 좋아지신 것 같다.


요즘은 <감사QT365>의 글에 담긴 찬송가를 불러드리기 시작했는데 엄마가 엄청 좋아하신다.

나 노래 진짜 못부르는데, 

내 음치 목소리를 병원 사람들이 듣고 있는 게 좀 창피하지만, 

그거라도 해드려서 엄마가 좋아지실 수 있다면야 목이 쉬어도 부르겠다. 


엄마, 이제 다시 봄이야~

일어납시다. 제발~~~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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