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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May 10. 2022

갑툭튀 CRE! 정말 울고 싶다...

 


“이번 금요일에 퇴원하신다고요? VRE, CRE검사지와 코로나 음성 확인서 필요하시다고 하신 거 맞죠?”

“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선생님”

“따님이 고생했죠. 그럼 퇴원 준비하라고 병동에... 아... 잠시만요”     


웃으면서 퇴원 인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의사의 침묵이 이어졌다. 

마우스를 긁고 있는 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분위기가 싸했다. 분명히 뭔가가 안 좋은 모양이다.

이럴 땐 진짜 심장이 멎는 것 같다.      


“따님... 그 병원에 입원 못하실 것 같은데요? CRE균이 나왔습니다.”

“예에-? ”

“그동안 VRE만 검사했지 CRE검사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었거든요. E대학병원 가신다고 하니까 굳이 하긴 했는데... 나왔으니 안 나왔다고 할 수도 없고... 어쩌죠?”

“1월 S대학병원에서 왔을 때는 VRE만 있었지, CRE가 없었다고요!”

“면역이 약해지면 생깁니다”

“옮은 거잖아요. 이 병원에서...”


CRE는 카바페넴 항생제 내성증이다. 

VRE(반코마이신 항생제 내성증)보다 조금 더 강력한 균으로  

최근에 CRE환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었는데, 엄마가 어이없게 전염이 될 거라곤 생각자체를 못했다. 아..... 한숨만 나온다. 


환자가 약해서 생기는 전염병이라는데, 보호자 입장에선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VRE에 걸렸을 때도 모든 의사 선생님의 말은 똑같았다. 

환자 탓, 면역이 약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아무것도 몰랐을 때는, 병원과 의사한테 따지고 들었지만 지금은 그냥 받아들인다. 그런 현실이 슬프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엄마는 3월에 걸렸던 코로나의 후유증으로 많이 약해지셨다. 

코로나에 걸려서 격리되셨을 때는 조마조마했지만, 정말 잘 견디셨다, 

그러나 그 이후 말도 많이 못 할 정도로 기력이 쇠해지고 가장 문제는 가래....

      

“내장까지 다 토해지려고 해...”     


영상통화 때 엄마가 가끔 석션을 하고 계신 걸 본다. 

보고 있는 나도 고통스러운데, 당사자는 얼마나 힘들까. 


가래를 혼자 뱉어낼 수가 없기 때문에 간병인이 가래 뽑는 석션을 주기적으로 해줘야만 했다.  

새벽에, 아침 콧줄 식사 전에, 오전 운동 다녀온 후에, 오후 운동 다녀온 후에, 잠자기 전에... 이렇게 다섯 번씩 빼내야만 엄마가 겨우 숨을 쉬실 수 있다는데. 

그나마 최근에는 석션 횟수도 두 번으로 줄고, 

말도 잘하고, 찬송가도 부르시는 등 점차 회복되어 가시기에 

대학병원 입원 예약을 결정했지만, 오늘 나온 CRE검출로 인해 두 달을 미뤘다.

제발 잘 드시고 운동도 잘하셔서 VRE균이 해제된 것처럼 빨리 해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 대학병원 입원할 때. ‘코로나 격리 해제 통지서’를 받고 45일까지는 코로나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 이후에는 무조건 음성 결과지를 가지고 가야 한다.                                         




드디어 엄마를 내일... 볼 수 있다. 

유리막 저 편으로 엄마를 봐야 한다. 코로나 때문에 2월 이후 처음 엄마와 마주하는 것이라 설렌다.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엄마가 계신 요양 병원을 갔었지만(필요한 물건들을 전해주기 위해)

간병인 얼굴만 보지 엄마는 석 달만에 처음 보는 것이다. 




작년과 올해. 어버이날은 참 쓸쓸했다.

그나마 영상통화로라도 엄마를 뵙고,  

어버이날이라고 꽃바구니를 전해 드릴 수 있다는 것 만도 참 감사하다.


치료와 회복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는 이상!

우리 모녀~ 

꼭 집에서  

웃으면서, 물도 마시고, 예배도 드렸으면 좋겠다. 


엄마~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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