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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May 28. 2022

엄마,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

엄마 말만 집중해서 들어주면 되는데, 그게 왜케 힘들까

  

“날 언제쯤 하나님이 데려가실 거 같냐?”

“하나님이 부르셔야 천국을 가는 거지. 엄마 맘대로 가실 수 있나?"

“여사님들이 그러더라. 누워서 혼자 아무것도 못하는데, 살아서 뭐하겠냐고! 빨리 죽어 주는 게 자식한테 도움된다고.... ”     


그 말에 화가 나서, 바로 여사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엄마 듣는 데서 쓸데없는 소리를 했냐고! 대체 어떤 여사님이 그랬냐고 따져 물었다.

여사님은 자신들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어떤 간병인이 환자한테 그런 말을 하겠느냐며, 엄마가 가끔 엉뚱한 소리를 한다고 핑계를 댔다.

와... 그 말에 더 화가 났다.  

엄마의 컨디션 문제라고 간호사가 그랬다는데, 아... 진짜 이럴 때는 대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지 1년 3개월이 넘지만, 난 엄마의 병실을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이제 면회가 풀렸다고는 하지만,  

이 병원은 아직도 일주일에 한 번 // 10분 정도// 선착순으로 10-11팀// 신청해야 한다.  

보호자가 예약을 서두르지 않으면

그나마 마이크를 잡고 유리창 너머로 대화하는 것조차도 차일피일 미뤄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 시대, 요양병원에 중환자를 입원시킨 보호자는... 현금지급기다

이 요양병원은 중국동포 간병인들의 천국인 것 같다.

우리 여사님은 1인 간병인이기 때문에 매달 현금으로 사백이 넘는 돈을 꼬박꼬박 받아가신다. 그런데 열흘 전에 여사님에게 전화가 왔다. 하루에 1만 원을 더 올려주지 않으면 그만두겠다고! 즉 CRE병균은 독한 균이기 때문에 한 달 32-33만 원을 더 받아야겠다고! 옆 침대 환자 간병인이 올려 받았으니 자신도 맞춰달라고 했다. 돈을 안 올려주면 그만두겠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는데, 순간 정이 뚝 떨어졌다. (그치만 예수믿으시겠다고 목사님께 영접기도도 받으신 분에게 원망하면 안된다 싶어, 다시 맘은 고쳐먹었다) 물론 간병인이 가족도 아니고, 고용인으로써 요구하는 건 당연하지만. 식사비 따로 주지~ 잘 봐 달라고 용돈도 주지, 반찬도 여러 번 해다 줬지~ 다시 맘에 꼭 맞는 여사님을 구하기란 쉽지 않아 알겠다고는 했는데.... 정말 한국에서 이렇게 대우받으며 돈 잘 버는 직업은 흔하지 않을 것 같다.


엄마만 1인 간병인을 고용한 건 아니다. 이 병원 환자의 절반 이상이 1인 간병인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   

1:3 공동간병일 경우에 환자를 제대로 씻기지 않고, 손발톱도 관리가 안되며, 용변을 본 기저귀를 그때 그때 갈아주지 않아 욕창이 생기는 경우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더 우울한 건 노인 중환자들은 간병인의 비위를 잘 맞춰야 한단다. 기분에 따라서 짜증내고 화를 내기 때문에, 괜히 자식들에게 말했다가 병원에 항의라도 들어가면 본인들이 더 힘듬을 잘 알기 때문에 참고 있는 거다. 어떤 환자는 한 달 넘게 씻기지 않았는지, 온몸에 하얀 비듬이 우두둑 떨어지고, 피 떡진 피부병까지 걸려 있어 치료실에 가도 물리치료사들이 인상을 쓰고 치료해주길 꺼려한단다. (엄마가 말해준 것임)  이러니 보호자 입장에서 1인 간병인을 안 쓸 수가 있는가. 하루에 공동간병의 3배가 넘는 액수이지만 보호자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1인 간병인을 고용하고 있다.      

간호부장님은 환자들이 안타깝다고만 말할 뿐이다. 헐... 솔직히 당신들이 말을 해줘야 보호자들이 알지, 병원도 못 들아가는 판국에 어떻게 판단을 하겠습니까....     

왜 다른 병원으로 옮기지 않냐고? vre cre 환자들을 3-4시간씩 재활운동시켜주는 병원이, 내 활동반경 안에서 유일한 병원이기 때문이다. 강동구에 시설 좋은 (구청에서 운영하는)곳이 있는데, 주변 녹지환경도 좋고  vre cre 환자 재활도 3-4시간 있어 아주 맘에 들어 옮길까도 고민했는데... 같은 서울이라도 완전 끝에서 끝이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혹시라도 출퇴근시간에 엄마 면회가 잡히면, 소품을 가지고 갈라쳐도~ 10분을 위해 왕복 4-5시간을 오가는 건 지치는 일이다. 물론 그 병원에서도 엄마의 상황을 듣고선 1인간병인을 쓰라고 권유했다. 공동간병을 하기엔 손을 많이 탈 것 같다고 ... ㅠ


그럼, 보호자는 간병인이 가족을 잘 돌보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나마 나는 여사님과 사이가 좋고, 여사님이 똑똑한 분이라서 하루 3번씩 영상통화를 하고 있지만, 다른 환자들의 경우엔 전화통화 자체를 못하고 있다. 보호자들이 나처럼 40대가 아닌 60-70대다 보니 영상통화가 뭔 줄도 모르고, 또 간병인들이 5-60대 중국동포들이다 보니 핸드폰사용이 매우 서툴다.

호자는 병원을 들락거릴  있다면야 전화통화가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이후, 어버이날 이후, 겨우 비대면으로 얼굴을 다. 아직도 대면면회가 언제쯤 가능할지 모르는 상황이니.... 결국 보호자도 막막하고, 환자들은  막막하고... 돈은 돈대로 들고...  시대 간병비   없는 환자는 정말 그대로 고통속에 을 수도 있겠다 싶어 답답하다!


살면서 중국동포분들을 얼마나 자주 보겠는가.

그들이 사는 세상에 엄마는 외로운 섬과 같다.




 


엄마와 통화를 하고 있으면, 멀리서 간병인들의 수다 소리가 들린다.

6인 병실에 엄마를 포함한 4명의 환자와 4명의 간병인이 살고 있다.

환자 중에 엄마만 유일하게 의식이 말짱하고 말씀도 제법 하신다. 그러나 다른 분들은 호흡불안으로 목에 구멍을 뚫어 관을 삽입했기 때문에 말을 아예 못한다.

수다스런 중국어가 들리는데,

엄마가 그들의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며 참고, 그들의 문화를 억지로 익혀야 하며, 스스로를 통제하고 버텨야 한다는 현실이...너무 불쌍하다.

   

게다가 그들은 삼시세끼를 요리해 먹는다고 한다. 환자들은 반찬냄새만 맡아도 먹고 을텐데, 콧줄로 유동식을 넣어주기 때문에... 그저 군침만 꼴깍꼴깍 삼킬  밖에 없다.  

병원안에서 김치도 담았다고 하시고, 전자레인지로 밥도 지어먹는다 하고, 환자가 치료 간 사이에 근처 시장에 가서 과일과 야채를 잔뜩 사와 쌈밥도 제법 해드셨다고 했다. 전화를 붙잡고 엄마는 여사님의 그날 식사메뉴를 읊으신다. 듣고 있으면 가슴이 찡하다..     


“김치찌개를 해서, 흰 밥에 김치를 얹고 한 입에 쏘옥. 여러번 씹어서 목으로 훅 넘기면 목에 낀 간질간질한 가래가 쑥 내려갈 것 같어. 나 언제 밥 먹을 수 있냐?”

“CRE때문에 재활의학과 입원이 취소됐잖아. 빨리 CRE가 해제면, 입원한 상태에서 연하검사를 할 수 있으니까 통과 확률이 높아. 그때까지만 참어...”

“그래...여사님~ 여사님~ 우리 정원이 고구마 좀 줘요. 고구마 엄청 좋아해”

“고구마?"     


여사님이 쫓아와서 말씀하시길. 중국의 오빠가 중국고구마를 한 박스 보내왔다는 거다. 전자레인지에 군고구

마로 만들어서 먹으니까, 그 냄새를 맡은 엄마는 곧바로 내가 생각나신 모양이다. 여사님에게 딸 챙겨주라며 부탁을 하셨다.  


“아이고. 딸 생각해 주는 건 역시 엄마밖에 없네.”

“당연하지. 난 너밖에 없어. 그리고 자나깨나 운전조심. 명심해”

“알았어. 오늘은 이만 끊고 내일 아침에 또 전화하자!”

“끊지마. 더 얘기하고 싶어”

“벌써 30분이 넘게 통화했어. 나 일 해야 되 엄마. ”

“무슨 일? 그거 하지 말고 나랑 얘기해,”     


해야 할 건 산더민데, 엄마는 하나뿐인 딸과 계속 대화를 하고 싶은거다.

그렇다고 속마음, 돈과 관련된, 간병인 때문에 속상한 얘기를 하냐? 절대 언급할 수 없다. 스피커폰이라서 병실 환자 간병인들이 모두 듣고 있기 때문이다.  

집이나 차안 같은 조용한 곳에서만 통화를 해야 엄마 목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30분 이상을 요구하는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그냥 피곤해서 끊겠다고 했다. 


"승리! 승리는 나의 것일세. 승리는 우리 정원이 것일세~승리는 나의....." 

  

이 말을 하시는데, 내가 뚝 끊었다. (그러나 엄마는 내가 끊은 줄도 모르게, 핸드폰 화면에 대고 계속 얘기를 하셨다고 한다) 하루에 엄마와 영상통화를 하루 평균 7-80분을 하는데, 전화요금이 정말 만만치 않게 청구가 된다. 카카오톡이나 스카이프 영상통화나 아이폰의 페이스타임 같은 무료통화를 쓰면 좋으련만.... 병원의 무선인터넷이 약해서 전화가 연결안되는 경우가 많고, 여사님이 아이폰은 쓸 줄 모른다하니.... 결국 비싸도 안드로이드폰의 유료 영상통화를 이용하고 있다. 




요즘은 뭐가 맞고 뭐가 틀린 지, 뭘 위해 계속 기도를 하는 지 방향을 잃었다.  

내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인간적인 노력으로 다 해봐도  

엄마는 제자리거나, 더 나빠지거나 둘 중의 하나다.

엄마의 상황을 다 아시는 목사님께선 나이 때문이라고 하셨다.  

회복이 젊은 사람 같을 수 없다고... 실망하지 말고 기도만 하자고 하셨다.


"미안하다. 내가 너를 힘들게 해서...."

 

나보다 엄마가 더 힘들면서, 요즘은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신다.

매일 운전조심해. 박서방에게 잘해. 꽃교 입시준비 최선을 다해!  등등  

엄마로서의 행동지침을 온전한 정신으로 말씀해 주신다.   

그런 엄마를 위해 계속 웃으며 좋은 모습만 보여드려야 하는데,

지친다.

일년 좀 넘었다고 지치는 내가 실망스러워서 또 운다.

현재 욕창이 아주 조금씩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 살을 뜯어내는 수술을 할까 생각도 해봤는데, 나이와 당뇨를 생각하면 괜히 긁어 부스럼만 만들 수 있어서 의사와 상의한 뒤에 안하기로 결정했다.


욕창이 작아지니까 이제서야 자전거 돌리는 다리치료가 시작됐다.  

언제쯤이나 앉을 수 있고, 걸으실 수 있을까...  

아니! 집에는 진짜 오셔야 한다.

엄마의 인생말년을 외딴 고독한 섬으로 둘 수는 없다.


"또 전화해, 내일은 오래 얘기하자, 몇 시에 전화할거야? " 

"항상 내가 전화하는 시간. 아침 7시 40분."

"그래. 어서 일봐. 미안하다"


엄마에게 짜증냈던 게 생각이 나서.

내가 왜 그랬지. 내가 미쳤다. 지금 상황에 엄마가 제일 중요한데,,, 내가 자꾸 일을 하려고 할까....  

라며 자책한다.  

그냥 엄마 말만 들어주면 되는데... 그 들어주는 게 참 힘들었다.

그래서 한 숨만 쉬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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