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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Jun 02. 2022

신장암. 드디어 네가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딸. 나 무서워 죽갔소, 어머니 소변에서 피가 나온단 말이오"

"주황색인가요?"

"그러면 내가 말도 안 하지. 피란 말이요. 검은 피..." 


여사님이 사진을 찍어 보냈는데, 깜짝 놀랐다. 

검붉다 못해서 콜라색으로 변한 소변이 소변주머니에 꽉 차 있었다. 

여사님의 볼멘소리를 듣고 있으니, 마음이 너무 불안했다. 

바로 담당의사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니, 혈뇨의 원인이 방광이 아니라 그 윗부분 같다는 거다. 


"저희 병원 처음 입원하셨을 때. 신장암이 있다고 하셨죠? 신우신염에 걸려서 아주 위험했던 적도 있고요! 아무래도 그쪽이 아닐까 싶지만. 검사 결과가 없으니 정확하게 원인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응급실에 가라는 말씀인가요?"

"우선 침착하시고요. 오전에 피를 뽑았으니까 오후에 결과 나오면 바로 전화드리겠습니다."


성경 공부했던 선배들과 소고기 먹기로 약속한 중요한 날이었다.  

그런데 만나기 10분 전에, 이 전화를 받은 것이다.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설마... 설마... 


"검붉은 혈뇨......"


엄마는 하루 전날인 일요일부터 혈뇨가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간호사는 태연하게, 자신이 10년 차인데 이런 일은 수도 없이 많이 봐왔고, 별 일 아닐 거라고 했단다. 이 말에 간병인이 화가 나서... 피를 쏟는데 어떻게 아무 일이 아니면서 대판 싸웠다는데.... 

그 소란 피웠던 소식을 들은 담당의사는 오히려 여사님에게 주의를 주라고 했다.  

아기 돌보듯 엄마를 돌봤기 때문에 놀랐을 줄은 아는데, 옆에서 계속 불안해하면 환자가 더 불안해서 심리적으로 안 좋을 수 있다고. 본인이 직접 주의를 주겠다고 했다. 

또 요양병원에서는 정밀검사를 못하니까 원인을 알고 싶으면 큰 병원으로 가서 해야 된다고 했다. 


대학병원 갈 건지. 남아서 기다릴 건지를  

선택해서 알려달라고 하는데....  

혈뇨의 원인을 찾아보겠다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는 건, 엄마를 더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됐다. 

가만히 누워계시는 것도 온몸이 쑤신다고 하시는데. 

CT 찍는다~ MRI 찍는다~ 오히려 더 엄마를 괴롭게 만드는 일이었다. 

 

"원인을 알면, 수술을 하실 건가요?"

"엄마 컨디션으로는 못 하는 거, 아시잖아요."


의사는 담담하게 피검사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했다. 너무 앞서 가지 말자고.....  

만약 빈혈이 예상되면, 수혈을 진행하겠노라 말했다.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갑자기 무서워졌다.

요즘 욕창도 좋아지고 있고, 재활도 열심히 해서 CRE만 해제되면 대학병원 재활병동에 입원할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웬 혈뇨야. 나 어떡하라고??  

  


"아주 간단한 수술입니다. 90세 넘은 할아버지도 버틸 만큼, 악성종양만 '똑' 떼어내는 수술입니다"

 

2021년 1월. 엄마가 쓰러진 날   

엄마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온갖 검사를 다 했었다. 

그때, 엄마의 오른쪽 신장에 암으로 예상되는 악성종양이 발견되었다.  


비뇨기과 의사가 말하길 신장암은 징후가 없어서 잘 발견되지 않는 암이고, 

노인이고, 초기니까, 엄마가 거동이 가능하게 되면 "똑" 떼어내자고 했었다.  

반년이면 일어나실 거라고 생각해서 작년 8월에 예약을 잡았었는데... 

웬걸...  

VRE 때문에 재활도 못했고, 그 당시 엄마는 정신마저 혼미해서 위독한 상황이었다. 

(그때 교회 목사님의 기도해주겠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신기하게 엄마는 기적과 같이 눈을 뜨셨고, 차츰 회복이 되기 시작했다. 주님의 은혜였다.)  

 

그러다 10월...  

갑자기 엄마가 승압제를 맞을 정도로 혈압이 뚝 떨어지는 바람에  

또 다시 응급실에 가게 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때 입원을 하고, 아예 신장검사를 해보았는데... 다행히 그 혹은 전혀 자라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휴...

담당의사에게 지금은 수술을 할 수 없으니,  

좀 더 엄마가 회복이 되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노라 했었었다. 


신장에 종양이 있지만 진행속도가 미미하고,  

그거보다 앞서 걱정해야 하는 것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이번의 혈뇨 방출을 예상했으면서도....   

알면서도  

막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꼬이니까 아... 미치겠다. 진짜... 




"보호자님. 피검사에서 빈혈. 염증 수치가 정상인과 비슷해요. 아주 깨끗합니다"

"정말요? 흑흑흑 좋은 소식인 거죠?"


엄마가 피검사에서는 건강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얼마나 기쁘던지...  


"신장 쪽 혈관이 찢어졌거나 터졌거나 싶습니다. 어머님이 복용하는 약 중에 항응고제가 있는데, 아스피린에 10배 되는 약입니다. 그 약을 며칠만 끊어볼까 해요. 그 약 때문에 지혈이 안되고, 출혈이 발생하는 것 같거든요. "

"혈전이 생길까 봐 먹는 약, 아니던가요?"

"보호자님, 하나씩만 생각하자고요~ 출혈부터 막고. 정상이 되면 다시 드시면 됩니다. 혹시라도 2-3일 내로 혈전이 생긴다면 그때 또 대처를 해야겠죠."


한숨이 나왔다.  

맞는 말이다. 

미리 걱정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그날 저녁부터 항응고제를 먹지 않고, 수액을 맞으며 하룻밤을 보냈다. 


"어머니 정상이오! 피가 멈춘 거 같소. 오줌 색이 예전으로 돌아왔단 말이오!"


새벽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불안해서 약속했던 7시 40분까지 못 기다리겠더라.  

여사님이 정상이라는 말을 하는데, 얼마나 기쁘던지...

정신이 말짱해진 엄마는 내일이 이모 생신이니까 선물을 주고 오라고 명령하셨다. 

으하하하. 

어제는 걱정이 되어서 얼굴이 굳어계시더니,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신 것이 정말 감사했다. 


"보호자님. 피검사를 3일 동안 했는데, 모두 정상입니다. 하지만 신장에 출혈이 한 번 생긴 이상 앞으로 빈도 높게 혈뇨가 발생할 겁니다. 걱정해서 해결되는 일도 아니고, 요양병원에서는 늘 있는 일입니다. 따님이 마음을 강하게 먹는 게 좋습니다"

 


내가 담대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닥치면 그게 잘 안된다...

이번엔 잘 넘겨서 좋았지만.  

다음에는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게 더 불안할 뿐이다.  


엄마 앞에서 절대 울음을 보이지 말기!

절대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돼!

늘 긍정적으로. 항상 감사함으로 지금처럼... 

아니 지금보다 악화되지는 않게....


내가 엄마를 위해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했다.  



이전 03화 엄마,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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