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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Jul 30. 2022

내가 브런치를 쓰는 이유


<엄마의 병상일기>와 <엄마와의 감사일기>를 

쓰는 일은 정말정말정말 힘들다.

나의 솔직한 감정, 엄마의 극악의 상황을 적어 내려 가야 하니까...


눈물이 쏟아져서 노트북을 덮고 그대로 엎어져 운 적도 많았고

땅 꺼지는 한숨 소리가 하도 들리니, 딸이 공부하다 말고 방에서 나와서 "또 울어?"라고 한 적도 있었다.

글을 쓰다가 먹먹하고, 슬프고, 답답하고,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안 돼서 밖으로 뛰쳐나가 아파트 놀이터를 몇 바퀴 돈 적도 많았다.  

하아.... 이 글을 내가 왜 쓰고 있는 거지? 

누가 시킨 일도 아니잖아. 내 고통과 힘든 상황을 누가 읽고 싶어 하냐고... 


그럴 때마다 이 글들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기획의도!'를 생각했다. 

엄마가 중환자실에 쓰러져서 사경을 헤매셨던 첫날밤. 

난 뇌졸중 관련 카페를 엄청 찾아 헤맸다. 

다른 보호자들이 어떻게 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찾고 또 찾았다. 

처음엔 다들 간절해서 그 상황들을 적어 놓았지만, 그다음에 대한 얘기들이 거의 없었다.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하고, 그들의 감정도 묻고 싶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사라졌다. 돌아가셨나? 가족들이 지쳤나? 보호시설에 아예 맡겨버려서 쓸 내용이 없어졌나? 뭐야... 어떻게 됐냐고....

  

그래서... 내가 하자! 했다. 

내 생각, 내 행동이 정답은 아니지만 내가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을 적어두면, 

그 누군가는 내 글을 읽고 도움이 되겠지... 


"그래... 내가 기록하자!"


초반엔 매일이 최악이었다. 

하지만 좋은 생각을 하자, 감사 생활을 하자로 맘을 바꾸니 좋은 일도 연이어 일어났다.

엄마의 양쪽 눈의 초점이 정상으로 돌아오던 날, 

엄마가 8개월 만에 처음으로 휠체어에 앉아 면회장에 날 만나러 나온 날,

코로나 백신 1차를 맞았지만 부작용이 없이 그냥 넘어간 날,

엄마가 영상통화에서 나에게 찬송가를 불러주던 날, 

VRE균에서 해제가 되어 대학병원에 입원하게 된 날,

엄마가 침대에 앉아서 성경책을 읽고, 손글씨를 쓰던 날 등등 


그날의 환희, 기쁨, 감사한 감정들을 그대로 적어놓았더니... 

시간이 지나 다시 내 글을 읽어보면, 그 감정이 잊어버렸던 그날의 은혜가 다시 떠올랐다. 

나 말고도 다른 누군가도 혹시나 소망이 생기지 않을까? 

그 기대를 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그저께, 한 분이 내 글에 짧은 댓글을 남기셨는데,   

그 감정이 곧바로 나에게 전해졌다. 눈물이 나고 나도 울컥...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그 절박함과 간절함과 막막함! 

사실 내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나의 얕은 이 경험들을 읽고 나서 질문을 하셨다.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터놓고 댓글을 쓰는 일이 정말 쉽지 않음에도 

그 분의 용기와 선택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실지도 모르겠는데, 같이 힘내자!!라고 말해드리고 싶다.)


사실 매일 고민한다. 브런치를 그만하자. 

나의 일상 이야기, 신앙 이야기, 엄마와 대화하는 글을 누가 읽는다고. 

또 이 글을 쓰고 있는 걸 나중에 엄마가 아시면 뭐라고 하실까?

아버지께 묻지도 않고 아빠의 삶을 공개해서, 천국에서 부끄러워하시면 어쩌지? 

매일매일 고민하지만 (그래서 매일 올리지 못한다.) 

그저께 그분처럼 직접 질문하실 수 있는 것은 

내 이전의 글들이 신뢰를 쌓이게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힘으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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