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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Jun 13. 2022

엄마의 글씨를 다시 보았습니다!

목사님의 기도에는 큰 능력이 있다.


“메모지랑 펜 좀 가져와! 말씀 구절을 적어야겠다!”

“글씨를 쓰시겠다고? 엄마가?”     

"가지고 와."


몇 번을 강조하시길래, 설마설마하며 엄마가 요구한 종이와 펜을 들고 요양병원에 면회를 갔다.      



     

2021년 9월. 난 엄청나게 충격받은 일이 있었다.

바로 엄마가 글씨를 못 읽는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심지어 숫자도 모르셨다.

머리를 쟁반으로 띵~ 맞은 그 기분은 뭐라 설명을 못하겠다.


뇌경색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평생 썼던 글씨를 못 읽는단 말인가... 말도 안 돼....

담당교수는 인지기능이 살아있기 때문에 한글을 기억 못 할 리가 없다고 했지만,

엄마는 진짜로 글을 전혀 읽지 못하셨다.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당시 주민센터에서 인감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엄마를 직접 모시고 가야 했는데...

주민센터 직원이 본인 인증절차로 집주소와 전화번호, 주민번호를 물어볼 것이니

정확하게 대답하자는 취지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엄마가 계속 헷갈려 하셔셔, 종이에 적어 읽어보시라고 했는데!!!.

어머머머. 눈앞이 깜깜하다며 전혀 읽지를 못하셨다.

그때 정말 나도 눈앞이 깜깜해졌다.

 

아무래도 그동안 눈으로 본 것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바로 핸드폰 거치대를 침대에 놓아드렸다. 귀로만 이어폰을 꽂고 들으셨던 설교를 이젠 TV를 누워서 보듯이 유튜브를 보시게끔 설치해 드린 것이다. (엄마를 따라서 요양병원의 중증환자들이 핸드폰 거치대를 놓기 시작했고, 우리처럼 영상통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엄마와 내가 선구자인 셈^^)     



그리고 두 달 뒤 11월!!!


“장윤경 교수... 신경과... 뇌졸중센터...”

“응? 어떻게 알았어 엄마?”     


엄마의 외래진료를 위해, 엄마와 함께 주치의가 있는 대학병원에 갔는데.

진료 대기하던 중에 엄마가 갑자기 담당교수님 성함을 말씀을 하신 것이다.  

엄마가 오른쪽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정말 장교수님의 현수막이 세워져 있었다.

    

“(좋아서) 엄마!!! 지금 읽으신 거야?”

“(뚱하게) 내가 글자를 왜 몰라?”

“(웃으며) 신기해!!! 고마워 엄마...”


병원 복도, 사설 응급구조대 간이침대에 누워있는 엄마를 껴안고

얼마나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했는지 모른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할렐루야~할렐루야~'가 절로 나온다.


요양병원 담당과장은 엄마가 계속 유튜브를 보시니까,

자연스럽게 자막을 보게 되고, 글자가 뇌에 각인되면서 글자를 읽게 된 것 같다고 말해줬다.

내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다.



그 뒤로 엄마는 돋보기와 성경책을 가져다 달라고 하셨고,

침대 테이블에 성경을 놓고 읽는 모습들을 사진으로 보여주시며,

나를 행복하게 해 주셨다.

정말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  




그리고 지난주...

목사님께서 환우 심방의 날, 엄마의 병원으로 면회를 오셨다.

비대면임에도 불구하고, 목사님은 직원이 잠깐 문을 연 틈을 비집고 들어가셔서

재빠르게 엄마의 머리 위에 안수기도를 해주셨다.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권사님을 묶고 있는 악한 질병의 세력은 떠나갈 지어다!”

“(그 자리에 섰던 모두가) 아멘~~~”          


30분가량 엄마와 면회를 마치고,

금요예배 가기 전에 목사님과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데... 여사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엄마가 글을 쓰셨다는 메모를 사진 찍어 보내주신 것이다.


완전 감격.... 어떡해.... 하나님 정말 감사합니다....

엄마의 글씨를 다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6/3 금요일. 정규태 목사님.
모나리자 병원에 면회 오심.
읽어준 말씀 24장
예수님이 나무에(십자가에) 달려서 우리가 구원 받음
목사님 기도받고 왔다.                     
- 엄마의 수첩 중에서-


목사님들의 기도에는 큰 능력이 있다.

주의 종들이 외치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성령님의 도우심', '예수의 보혈' 등의 선포 기도에는

하나님의 능력이 있음을 깨닫게 됐다.   


엄마가 쓰러졌던 직후,

많은 목사님들과 전도사님들께서 안타까워하시며 전화 심방 기도를 해 주셨다.

그때만 해도 난 엄마가 벌떡 일어나실 거라고 믿었지만,

시간은 계속 흐르고....

면역이 약해진 엄마에게 전염균들이 찾아오게 되면서

매번 엄마의 불안한 컨디션을 목사님들께 전하기가 송구스러웠다.

그래서 혼자 끙끙거리며 기도를 했지만,

어찌나 나약한 믿음인지... 계속 좌절만 되풀이될 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대교구장님이의 전화 심방 전화는 결정적인 기적을 낳았다.

그 전화기도를 받고 엄마가 힘을 얻어 눈을 뜨신 것이다. 할렐루야~~~


정말 나에겐 엄청난 사건이었다.

얼굴도 모르는데, 목사님의 위로 전화 한 통은 엄마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로 인해 나도... 교회의 문턱을 다시 밟게 되었고, 열심히 새벽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어서 성목사님의 도움으로 그 어렵다는 우리 교회 당회장 목사님의 전화 심방도 받게 되었으며

최근엔 정목사님의 매 주일 영상통화 기도는 엄마에게 영육 간에 큰 위로를 주고 있다.


"엄마는 축복받은 권사님이야. 모든 목사님들께서 잊지 않고 기도해주시잖아. "

"너 아니면, 목사님들이 나를 어떻게 알겠니? 딸 덕이야."

"그런가?"

"명심해.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은 절대 땅에 떨어지지 않아. 열심히 교회에 충성 봉사하면 하나님이 반드시 지경을 넓히실 거다. 알았지?"


엄마의 굳건한 믿음을 보고 컸던 나는 엄마만큼엔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열심히... 기도하고 예배하고 말씀 읽으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오늘 엄마의 컨디션이 좋으니,

내가 기분이 참 좋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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